실내·외 온도차가 원인… 적절한 실내온도, 청결, 체온유지 필수
[쿠키 건강] #회사원 노일우(29)씨는 며칠째 감기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몸이 찌뿌듯하고 목이 아프더니 결국 발열, 오한에 설사 증상까지 보였다. 노씨는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아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 처방을 받았다.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면서 노씨처럼 여름감기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특히 올 여름은 무더위와 함께 장마가 시작되면서 일교차가 평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대학병원의 조사 결과, 지난 6월 한달 동안 여름감기로 병원을 찾은 환자수는 지난해보다 60%가량 증가했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지난 6월 말과 7월 초 3주간에 걸쳐 전국에서 심한 고열과 탈수 등 독감 증세를 보인 환자가 2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60%는 미취학 어린이로 집계됐다. 이처럼 올 여름에 특히 극성을 부리는 여름감기의 원인과 대책을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냉방기 켠 사무실은 환기 자주 해야
감기의 사전적 의미는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의 감염 증상. 리노바이러스(Rhinovirus)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등 200여개 이상의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온도와 습도의 차이가 많이 나는 환절기에 쉽게 걸리는 질환으로 성인의 경우 1년에 2~4회 걸린다.
이와 달리 여름감기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바이러스는 물론 지나친 냉방시설의 가동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름에도 지나친 냉방 시설 가동으로 실내·외의 온도 차이가 크면 환절기와 같이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다.
원혜진 연세SK병원 내과과장은 “여름에는 덥다고 장시간 에어컨을 켜놓게 되는데 1~2시간에 한번 정도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해주면 호흡기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지나친 냉방, 냉방 증후군 유발해
대형건물 냉각탑 냉각수에서 번식한 레지오넬라 등의 세균이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면 여름감기는 물론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냉방병의 다른 말은 냉방증후군, 냉방병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균 등 미생물에 의해 오염된 공기가 순환하면서 눈, 코 등의 점막을 자극하고 두통, 피로 및 무력감, 집중력 장애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특히 레지오넬라균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 감염돼 중증 폐렴 등으로 악화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사무실 등의 대형건물에서는 정기적으로 냉각탑을 세척해주고, 가정에서도 에어컨 필터에 쌓인 먼지를 자주 청소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루 종일 냉방기가 가동되는 곳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긴 소매 겉옷을 준비, 추위에 오랫동안 노출된 몸을 따뜻하게 보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바깥 공기를 틈틈이 쐬는 것이 냉방병 예방의 지름길. 노출이 많은 젊은 여성, 냉방 된 차 안에 오래 머무는 운전기사, 어린이, 노약자들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 예방은 위생관리가 우선
날이 춥건 덥건 체온 유지는 건강과 생존에 필수적이다. 여름에 개가 혀를 내밀고 ‘핵핵’거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혀를 통해 열을 발산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덥다고 무리하게 실내온도를 낮추면 체온도 덩달아 낮아져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여름감기나 냉방병에 걸릴 수 있다. 여름철 실내온도는 섭씨 24~26도가 적당하고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를 5도 내외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실내온도가 너무 낮은 사무실에서는 카디건이나 무릎담요 등을 준비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줘야 한다.
여름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크림이나 아이스커피, 냉면, 콩국수 등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는 계절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복통과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로 속을 달래고 체내의 수분을 보충해준다.
감기 예방에는 무엇보다 위생관리가 중요하므로 평소 비누를 이용해 손을 자주 씻고 외출 후에는 양치는 물론 손, 발을 깨끗하게 씻어 감염원을 차단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유치원이나 놀이터, 학교 등에서 쉽게 감염될 수 있어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 생후 24개월 미만의 아기들은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부모나 보육자의 청결이 더욱 중요하다.
날씨가 더우면 입맛도 사라지기 마련. 이럴 때일수록 충분한 영양공급을 해줘야 한다. 제철 음식으로 입맛을 돋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일이나 주스,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감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음식이 쉽게 부패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날 것으로 먹는 것보다는 조리를 해서 가열해먹는 것이 좋다
원혜진 과장은 “감기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낫지만 며칠 지나도 회복되지 않고 고열과 탈수 증세 등이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올 여름감기 극성… 손 잘 씻고 냉방은 적당하게
입력 2010-07-15 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