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짧은 휴가, 운전하다 다 가네요” 직장인 이기복(45·가명)씨는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피서지에서 가족들과 재미있게 보낸 추억보다 10시간이 운전한 기억밖에 안 난다고 한다. 올해도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갑갑한 차 안에서 하루 종일 운전할 생각에 벌써부터 피곤하다고 하는데….
7월 휴가철이 시작됐다. 동해안에 위치한 해수욕장들도 하나씩 개장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피서객을 맞이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승용차를 이용해 휴가를 떠나는 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교통정체로 인한 장시간 운전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관절에 이상 신호가 오기도 쉽다. 관절전문 웰튼병원의 통계에 따르면 휴가철이 끝난 9월달 관절질환 환자는 지난 3년간 30%씩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혀 휴가를 떠나는 운전자들 관절건강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의 도움을 받아 휴가철 주의해야 될 관절 질환 및 예방법을 알아본다.
◇무릎 통증 이거 신경 쓰이네 ‘슬개골연골연화증’= 오랜 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자주 발생하는 무릎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슬개골연골연화증이다.
슬개골은 무릎 관절 전면의 접시모양 뼈로 슬개골 아래 부분에는 무릎을 굽혔다 펴는 과정에서 마찰력을 줄여 주는 유리성 연골이 있다. 슬개골연골연화증이란 무릎의 슬개골 아래 연골이 말랑말랑하게 연해지다가 점점 없어지는 질병으로 관절내시경으로 보면 관절 연골의 표면이 마치 찢어진 게살처럼 일어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통증이 매우 심하다.
운전 중 무릎 앞부분이 차에 부딪치는 등 강한 충격이 가해지거나 무릎뼈의 골절, 탈구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고정된 자세로 오래 앉아있는 경우도 관절부위를 굳게 만들어 움직일 때 뻐근한 통증을 가져올 수 있으며, 특히 운전자들의 경우 정체구간에서 장기간 페달 밟기를 반복하는 행동은 관절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슬개골연골연화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무릎 근력강화를 도와줄 수 있는 수영,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을 하는 것이 좋고 쪼그려 앉거나 계단을 많이 오르거나 등산 등 경사진 곳을 오르내리는 동작은 피한다.
운전 중에는 자주 무릎관절을 주물러 줘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근육의 경직을 예방해 준다. 잠시 차에서 내려 무릎을 쫙 펴주고 무릎 굽혔다 펴기, 무릎 당기기 등의 스트레칭을 3 ~ 5분 정도 해줘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다시 앉은 자세에서 한쪽 발을 바닥에 대고 다른 발을 들어올려 무릎을 펴주는 운동을 양쪽 다리 모두 각각 5~10회 반복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단순 피로로 오해하다간 큰 코 다쳐 ‘엉덩이 좌골점액낭염’= 오래 앉은 자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엉덩이다. 일반인들이 엉덩이 관절질환에 대한 이해가 낮아 자칫 큰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휴가 후 엉덩이가 불편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대표적인 것이 ‘좌골점액낭염’이다. 엉덩이 쪽에 위치한 좌골 주위 조직인 점액낭에 생긴 염증이 이것인데 점액낭은 근육과 근육 또는 뼈와 뼈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점액을 분비하고, 외부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작용을 동시에 수행하는 조직이다.
이 점액낭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면 염증이 생길 수 있고, 특히 엉덩이와 바닥이 닿는 부위인 좌골점액낭에 많이 발생한다. 좌골점액낭염은 골반 하부를 지나는 좌골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엉덩이 통증을 유발하며 의자나 바닥에 앉는 자세와 같이 고관절(엉덩이관절)을 굽히고 있을 때 심해진다.
고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선 운전할 때 엉덩이에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는 푹신한 쿠션을 의자에 깔고 앉고 1시간이상 고정된 자세를 취하지 말고 자주 자세를 바꿔 주는 것이 좋다. 2시간 운전 후 10분 휴식을 원칙으로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서서 의자를 잡고 다리를 쭉 편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뒤로 올려주고 천천히 내리는 스트레칭을 번갈아 가며 10회씩 반복해주면 좋다.
◇팔만 움직이면 아프네 ‘어깨충돌중후군’=긴장된 상태에서 운전대를 오래 잡고 있는 운전자에게 어깨 질환도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어깨충돌증후군. 어깨의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뼈와 연골이 서로 부딪히거나, 인대의 파열로 뼈 사이에 인대가 끼어 통증을 일으키는 증상을 말한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어깨 높이 정도로 팔을 올릴 때, 머리 위쪽에서 팔을 움직일 때 아프다. 처음에는 움직일 때만 아프다가 점차 하루 종일 통증이 계속된다. 낮보다 밤에 주로 아프고 아픈 쪽으로는 쉽게 잠들 수도 없는 고통이 온다.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고정된 자세로 반복 움직임을 오래하는 운전자나 악기 연주자들에게도 잘 생긴다.
어깨 통증을 줄이려면 운전시 어깨에 긴장을 주지 않고 힘을 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한다. 비교적 좁은 공간, 운전석에서도 어깨를 풀어주는 운동을 할 수 있으니 자주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어깨 운동을 하기 전 척추를 곧게 펴준 상태에서 어깨를 돌려준다. 척추를 바로 피지 않은 상태일 경우 목과 어깨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주의한다.
어깨 돌리기는 손을 어깨에 가볍게 대고 안쪽과 바깥쪽으로 5~10회 반복해서 양쪽 어깨를 돌려준다. 어깨 돌리기 후에는 양어깨를 위로 올렸다가 힘을 빼고 내리는 동작을 역시 10회 정도 반복해 주면 어깨와 목뒤 관절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웰튼병원의 송상호 원장은 “좁은 차 안에서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엉덩이, 어깨등과 같은 관절에 통증이 발생하기 쉬우며 잦은 기어 변속으로 인해 무릎 연골이 닳아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며 “오랜시간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관절을 쉽게 굳게 만들기 때문에 휴게소나 정차 시에 관절근육을 풀어주는 운동을 틈틈이 해주는 것이 좋다”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휴가철, 추억은 짧고 고통은 길다
입력 2010-07-15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