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얼음을 달고 사는 아이, 문제는 속열

입력 2010-07-08 09:32

글·임경록 목동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며 높은 불쾌지수를 기록하고 있다. 조금만 걸어도 등과 이마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는데도 우리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지치지도 않는지 밖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마지못해 들어오기 일쑤다.

그런데 유달리 다른 아이들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리고 더위에 예민한 아이들이 있다. 아이가 수시로 냉장고 문을 열고 얼음이나 찬물을 찾으며 하루에도 2~3개씩 아이스크림을 자꾸 먹으려고 한다면, 아이 몸에 무슨 이상이 있는 걸까? 왜 그렇게 더위를 타는 걸까?

◇입맛 없고 체력 떨어지고… ‘속열’은 아이 건강 적신호

한의학에서 아이들은 자라나는 새싹과 같기 때문에 항상 넘치는 기운, 즉 양(陽)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것이 적절히 조절되면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향을 띠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문제가 생긴다.

키와 체중 등 몸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은 대소변, 땀, 호흡 등을 통해 배출되는데, 아이들의 경우 신진대사 능력이 미숙해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몸 안에 쌓일 수 있다. 열이 너무 많으면 아이는 뻗치는 양의 기운에 의해 놀 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량이 많아 기운이 소모돼 식욕도 없어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체력이 쉽게 떨어지고 면역력 또한 낮아질 수 있다.

◇찬 물만 찾고 땀 많이 흘린다면 ‘속열’ 있어

속열이 많은 아이들의 증상은 어떨까? 공통적인 특징은 사우나 안에 있는 형상과 비슷하다. 조금만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어도 땀을 많이 흘리고 유달리 땀냄새가 많이 나기도 한다. 갈증을 쉽게 느껴 얼음과 아이스크림을 달고 살며, 속열로 인해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지만 땀을 많이 흘려 땀띠나 습진은 오히려 더 잘생기기도 한다. 잘 때는 이불을 안 덮고 자고, 자꾸 시원한 방바닥이나 창문 쪽으로 붙어서 자려고 한다.

장부 별로 살펴보면 소화기와 대장에 열이 뭉치면 단단하거나 짙은 갈색의 대변을 보며, 냄새가 유달리 심하다. 폐장에 속열이 많은 아이들은 건조한 기침을 많이 하거나 피부가 건조하고 쉽게 피부 발진이 생긴다. 위장에 속열이 많은 아이들은 물을 많이 마시고 입냄새가 심하게 난다.

◇후텁지근한 여름, 속열 있는 아이에겐 쥐약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습(濕)의 기운까지 겹쳐 속열 있는 아이들이 더욱 힘들어 한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에는 속열을 밖으로 발산해야 한다고 보는데, 에어컨의 영향으로 피부 모공이 움츠러들어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속에 더욱 쌓일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얼음 같이 아이들이 열을 식히기 위해 자주 찾는 먹을거리도 문제가 된다. 먹는 순간에는 일시적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아이의 소화기와 장을 냉하게 만들어 오히려 소화기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성분이 많은 고열량 식품이라 소화 과정에서 열이 많이 발생해 오히려 더 더위를 느낄 수 있다.

◇에어컨 사용 줄여 열의 발산 돕자

그렇다면 속열 있는 아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여름에는 냉방을 많이 해 실내외에서 아이 몸이 접하는 온도차가 커지는데, 이런 경우 아이 몸의 적응력이 떨어져 쉽게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에어컨은 최대한 사용하지 말고 외출할 때는 얇은 긴팔 가디건을 휴대해 냉방이 강한 곳에서는 아이에게 걸쳐주도록 하자. 반대로 너무 더울 때도 피해야 한다. 햇볕이 쨍쨍 비치는 한낮에는 외출을 삼가고 야외 활동 시에는 모자를 써서 태양의 양기를 피하도록 도와주자.

열이 많은 아이들은 식욕도 없고 쉽게 지치기 때문에 밤에는 푹 재우는 것이 좋다. 조명을 완전히 어둡게 하고 소음이 나지 않게 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더위 때문에 아이가 잠들기 힘들어 한다면 잠들 무렵 약하게 냉방을 해주는 것도 좋다. 단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이 아이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땀 흘린 뒤에는 오미자차, 매실차로 기력 보충을

음식은 성질이 찬 것이 좋다. 고사리, 치커리, 시래기, 고구마줄기, 콩잎, 머위, 토란 등 땅의 음기를 간직한 야채들은 몸속 열을 내려준다. 햇볕이 들지 않고 축축한 곳에서 자라는 버섯 종류도 몸의 양기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속열이 있는 아이들은 땀을 많이 흘려서 진액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주 물을 찾는데, 냉장고에 보관했던 생수보다는 한번 끓여서 미지근하게 식힌 물을 먹이도록 하자. 평소 수박이나 참외 같은 수분이 많은 과일을 먹이고, 운동을 하거나 땀을 흘린 뒤에는 기력을 보충해주는 오미자차나 매실차를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속열이 많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여름나기를 더 힘들어 한다. 아이 몸속 열기를 내려주는 생활관리법으로 아이가 올 여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