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면 백전백승! 건강도 예방 시대
[쿠키 건강] 질환이 발병하기 전에 미리 막는다는 개념이 확립된 시기는 불과 50여년 전. 1956년 WHO가 천연두 퇴치를 위해 백신 보급에 전격 나서면서 디프테리아 등 다양한 소아 백신이 잇따라 개발된 것이 바로 그 때다. 전세계 보건, 의료 전문가들이 ‘병은 치료하는 것 보다 예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까지 백신 개발사의 흐름을 엿본다.
◇유소아 사망률, 획기적으로 낮춘 백신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등 3가지 질환을 일으키는 균을 일컫는 DTaP와 결핵, 소아마비는 모두 아이들을 대상으로 맞히는 예방접종이다. 5세 미만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백신이 예방 시장에서 맨 처음 개발의 꽃을 피운 이유는 이 시기 면역력이 성인과 비교해 월등히 낮기 때문.
소아용 백신이 널리 보급되기 이전, 매년 많은 아이들이 예방 가능한 질병들로 인해 사망했다. 이러한 유소아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춰준 백신 2가지가 있으니, 바로 뇌수막염 백신으로 불리는 Hib과 수막염, 패혈증 등 침습성 감염 질환과 급성중이염 등을 예방하는 폐렴구균 백신이다.
지난 2009년 9월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란셋’지에 밝힌 연구결과에 의하면 매년 120만명의 5세 이하 아동들이 폐렴구균과 Hib균에 의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한나라당의 이애주 의원이 전염성 높은 A형 간염보다 치명적일 수 있는 폐렴구균백신이 국가필수 예방접종에 우선 포함돼야 한다고 발의한 것과 같이 폐렴구균 예방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상황.
지난 10년간 전세계적으로 사용돼온 폐렴구균 백신인 프리베나에 6가지 균에 대한 예방능력을 추가한 ‘프리베나13’이 6월에 출시되었다.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 12~15개월에 총 4회 접종하는 프리베나는 현재까지 98개 국가에서 3억 개 이상 배포됐다.
미국에서는 정기 소아예방접종 일정에 포함된 이후, 5세 미만 영유아에서 수막염, 패혈증 등의 심각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을 98%까지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특히 이번에 6개의 혈청이 추가되면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출시된 ‘프리베나13’은 기존 프리베나가 예방해 주지 못했던 ‘19A’라는 특정 균까지 직접 커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A는 이 균에 의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미국의 경우 35%, 한국은 26%에 달할정도로 위험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마산에서 19A로 인한 뇌수막염으로 영아가 사망했고, 올해 초 대만에서 19A 폐렴이 유행했을 정도로 19A폐렴구균 예방이 중요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적극적으로 13가 폐렴구균 백신으로 전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유소아 백신도 시대가 변화하면서 발병율이 늘고 있는 특정 균을 추가해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암 정복도 코 앞이다!
암도 예방이 된다는 신기루를 보여준 것은 바로 자궁경부암 백신이다. 그 동안 면역 과정이 복잡해 백신 개발이 어려웠던 암 분야에서 머크사가 15년 동안 연구해 최초 4가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을 개발한 이후, GSK에서도 2가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를 선보였다. 가다실은 9세에서 26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접종하며, 자궁경부암, 질암 및 외음부암, 생식기 사마귀 등 총 4가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반면 서바릭스는 10세에서 25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접종하며, 자궁경부암 예방에 특화된 백신이다.
여성을 위한 암 백신만 있다면, 남성들이 서운할 것. 전립선암도 백신 기법으로 치료하는 약품이 개발됐는데, 덴드리온사가 개발한 프로벤지가 바로 그 것. 프로벤지는 신체에 잠자고 있던 전립선암 공격 세포를 깨우는 역할을 하는 백신으로 이를 접종한 전립선암 환자의 수명이 4.1~26개월 연장되는 것이 확인됐다. 다른 치료제가 3개월 생명연장 효과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 외에도, 헬리코박터균을 이용한 위암백신, 난소암과 흑색종을 치료하는 백신 등이 끊임없이 연구, 개발 중이다. 한 경제연구원은 암백신 시장이 2012년에는 84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는데, 암 정복이 백신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지 기대해 볼 만 하다.
◇1초가 급하다, 시간이 금인 백신
유소아 백신, 암백신처럼 수년간 여러 연구와 임상을 통해 개발, 진화해 가는 백신과 달리 단기간내 빠르게 퍼지는 유행성 감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바로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
매년 변종 바이러스가 신생하는 인플루엔자 시장에서 살아남고 한 사람의 건강과 생명이라도 더 지켜내기 위해서는 촉각을 다투어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 시장. 작년 대유행한 신종플루를 막기 위해 공급된 신종플루 백신이 인플루엔자 시장에서 단기간 가장 많이 배포된 백신 중 하나.
단기간 개발이 관건 중 하나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독감 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녹십자가 인플루엔자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올해 첫 해외 수출 길이 열리기도 했다. 녹십자는 WHO 산하기관인 PAHO에 약 600만 달러 규모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수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내야 하는 인플루엔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근에는 만능 백신으로 불리는 ‘유니버설 플루 백신’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니버설 플루 백신은 모든 인플루엔자에 적용 가능한 백신이다. 최근 몇몇 미국 바이오 기업들이 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회사로는 이노비오와 백시네이트사가 있다.
인류의 건강을 지켜내는 백신, 나아가 황금시대를 개막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백신, 어떤 질병까지 예방 가능하나?
입력 2010-07-08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