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눅눅한 장마철 건강하게 보내기

입력 2010-07-07 06:30
[쿠키 건강] 습기 가득한 공기가 마음까지 눅눅하게 하는 본격적인 장마철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가장 쾌적하게 여기는 습도가 60%인데 비해 장마철 평균습도는 80~90%에 달한다. 불쾌지수는 무려 80%가 넘는다.

각종 곰팡이나 세균 등이 쉽게 증식하는 장마철에는 주위를 청결히 하고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한다. 음식물이 세균이나 세균의 독소에 오염되기 쉬워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등 수인성 전염병과 식중독 발생률이 높고 각종 피부질환, 호흡기 알레르기질환도 자주 발생한다. 무거운 기압은 우울증과 관절염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식중독(배탈・설사) = 오염된 음식물 섭취가 최대원인

고온다습한 장마철에 가장 우려되는 질병이 바로 식중독이다. 식중독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으로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음식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에 의해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수해 발생 시 수돗물 공급 중단 등 위생상태 불량으로 인해 식중독 발생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장마철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세균은 포도상구균으로 주로 조리하는 사람의 상처 부위에 번식하다가 음식물을 통해 옮겨진다. 포도상구균 자체는 끓이면 소멸되지만 이 균이 들어내는 독소는 끓여도 없어지지 않아 음식물이 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끓인 음식이라고 무조건 안심하면 안 된다. 다른 식중독에 비해 증상이 빨리 나타나 보통 1~6시간 내에 구역, 구토, 설사를 유발한다.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은 주로 오염된 가금(家禽)류의 고기와 달걀, 우유 등에 의해 발생한다. 달걀껍질에 작은 균열이 생기면 산란시 닭의 대변 내에 있던 살모넬라균이 들어가 달걀을 오염시킨다.

◇장티푸스 = 환자 70% 이상이 오염된 물로 감염

환자의 70% 이상이 오염된 물을 통해 감염된다. 장티푸스는 10~14일의 잠복기를 거쳐 열이 40~41℃까지 올라가면서 오한, 두통, 근육통 등을 동반한다. 환자의 절반 정도가 설사, 나머지는 변비증상을 보인다. 나이가 많을수록 만성보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방백신은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 따라서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수적이다.

◇이질 =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용변 등으로 오염된 물과 변질된 음식을 통해 발병하며 전염성이 강하다. 하지만 모유를 먹는 어린이는 잘 걸리지 않는다. 증상은 심한 복통, 고열, 구토, 식욕부진과 용변시의 통증 등이다. 점액성 또는 피가 섞인 설사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어린이 환자의 40% 정도에서 경련, 두통, 환각상태 등 신경계 이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합병증인 탈수로 인해 신부전증까지 유발하며 심하면 사망한다. 치료법은 특별한 것이 없다. 수분을 보충해주면서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정도다. 식사 전후와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비브리오패혈증 = 40대 이후 남성에서 주로 발병

40대 이후 남성에게서 주로 발병한다. 알코올중독자, 당뇨병환자, 간질환자 등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93년 44명의 환자 중 21명이 사망했고 94년에는 31명 중 6명이 숨졌다.

1~2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작스런 오한과 열, 근육통 증세를 보인다. 구토, 설사, 피부괴사 등도 나타나며 사망률은 40∼50% 정도. 술을 자주 마시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은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으면 위험하다. 또 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관절염 = 관절 안팎 기압차로 통증 발생

장마철에는 외부기압이 감소해 관절부위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실내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관절이 뻣뻣해지며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관절염 증상이 악화됐을 때 가장 좋은 치료법은 더운 물로 찜질하는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온탕에서 목욕하고 식후에는 가볍게 산책하는 것이 좋다.

◇우울증 = 심하면 자해·자살로 이어져

습기가 높고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적어지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쉽게 화를 내게 되는데 평소 우울증이 있으면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식욕저하,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초조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우울증환자의 경우 여름에 겨울보다 더 많은 자살사고나 자해 등이 나타난다. 또 일조량이 감소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면서 수면 및 진정작용을 유발해 침울한 기분이 든다. 이 경우 집안 분위기를 바꿔 기분을 전환하고 집안의 다습하고 냉한 기운을 없애기 위해 보일러를 가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혈압 = 장마로 기온 내려가면 혈압 상승 가능성

날씨가 더워지면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약간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장마로 인해 기온이 갑자기 내려갈 경우 오히려 혈압 상승으로 뇌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 함부로 중단하지 말고 외출 시 겉옷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알레르기질환 = 진공청소기 이용, 수시로 집안 청소해야

장마철에는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도 악화된다. 알레르기 질환의 주원인인 집먼지진드기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이런 집먼지진드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공청소기로 집안을 청소하고 침구, 옷, 커튼 등은 빨래할 때 뜨거운 물에 삶아야 한다.

천식이 있다면 최소한 아침저녁에 한 번씩 흡입기로 기관지 확장제나 부신피질호르몬제를 흡입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으로 자주 습기를 제거함으로써 습도가 6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

<도움말 :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이승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