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정열 강남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우리 몸은 70% 이상이 물로 되어 있다. 몇 날 며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도 물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은 청량제 저리 가라할 정도다. 인간이 생명을 이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물’이지만 때로는 이것이 몸속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오장육부 사이를 매끄럽게 돌아다녀야 할 이것이 순환이 막혀 정체되거나 뜨거운 열을 만났을 때 종종 일어난다.
◇장마철, 물이 습(濕)이 되는 시기
한방에서는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을 담은 물을 습사(濕邪)라고 한다. 대기에 습기를 잔뜩 머금은 장마철에는 습이 기승을 부려 면역이 약한 아이나 노약자 등을 엿보고 다닌다. 습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축축한 느낌’을 상상해 보자. 기온이 높은 날 땀을 많이 흘려도 중동 같은 건조한 곳에서는 그저 더울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장마철에는 땀이 습기와 만나 끈적끈적해지고 불쾌하게 만든다. 누구와 살갗이 닿는 것도 싫고 샤워를 해도 개운하지 않다. 서구적인 식단, 지구온난화, 산업형 식품 생산방식 등으로 우리의 몸속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다가 날이 더울 때 몸속으로 습이 침투하면 습과 열이 만나 각종 질병을 만들어 낸다. 이것을 ‘습열병’이라 부른다. 특히 약한 곳은 피부, 비위, 장 등이다.
◇피부에 진물 나고 염증 생길 수 있어
원래 아토피 피부염이 있거나 알레르기 체질인 아이는 장마철 피부에 자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토피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심해지는 건 아니다. 피부는 과도하게 건조해도 또는 축축해도 문제를 일으키는데, 축축해서 생기는 아토피였을 경우에만 나빠진다. 이를 염증형 아토피라고도 하는데 대개 열감을 동반한 가려움증이 있고 진물과 홍반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진물, 가려움 등의 증상이 심해진다. 각종 세균, 바이러스 등도 장마철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나쁜 기운이 피부에 닿기 쉬워 뾰루지, 종기, 홍반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몸속의 습을 말려 진물이 나거나 부풀어 오르는 것을 막고, 열을 내려 홍반과 발진을 줄인다.
◇장내 독소 물질이 활발해져
음식의 소화와 영양흡수를 주로 담당하는 비위나 장에 습과 열이 쌓이면 어떤 일이 생길까? 습열이 쌓이면 장부의 운동이 느려지고 음식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 결과 장내 독소 물질이 증가하기 때문에 나쁜 기운이 쉽게 몸속에 생겨 허해지거나 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 게다가 장마철에는 덥고 습하기 때문에 자칫 방심해도 음식이 쉽게 상하기 마련이다. 이 두 가지 상황이 맞물리다 보면 여름철 장염은 면역이 약한 아이들에게 특히 주의해야 할 경계대상이 된다. 한방에서는 장의 습열을 풀고 비위를 튼튼하게 해 장염을 예방한다.
◇몸속, 몸 밖 습기를 말리자
습열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습한 기운을 말리고 뜨거운 기운을 식혀야 한다. 그렇다고 드라이기와 찬물을 준비할 일이 아니다. 몸에 쌓인 습과 열을 배출시키기 위해서는 땀과 소변만큼 좋은 것도 없다. 땀은 체온을 식히고 몸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등의 작용을 한다. 소변도 마찬가지다. 이 두 가지는 몸 안의 습을 습기의 형태로 내보내게 돕는다. 이를 위해 아이들은 태권도나 수영, 발레 등 정기적인 활동을 갖는 게 좋다. 야외활동도 좋지만 너무 더운 날에는 다른 위험이 따르므로 유의해야 한다. 물도 많이 마시는 게 좋은데 너무 찬 음식은 약해진 장에 무리를 주므로 얼음은 삼가도록 하자. 몸 밖의 환경을 보송보송하게 하려면 에어컨이나 제습기 등 문명의 이기에 잠시 기대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물론 짧은 시간 사용하고 날이 맑다면 환기를 자주 시켜야 한다.
아토피, 장염 아이들… 장마가 무서워
입력 2010-07-02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