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실패… 사실상 의대 체제로 유턴

입력 2010-07-02 07:50
[쿠키 건강] 미국형 메디컬스쿨을 표방해 도입한 의ㆍ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6월부터 1년여 간의 논의 끝에 의ㆍ치전원 체제를 다시 의ㆍ치대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의ㆍ치대 복귀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대학들의 손을 들어준 결정이어서 상당수 의ㆍ치전원이 폐지될 전망이다.

◇무엇이 문제였나

정부는 기존의 의예과, 본과로 이어지는 ‘2+4 학제’의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의사양성 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해 의ㆍ치전원 체제 도입을 추진했다. 학부 단계에서 4년간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이 의ㆍ치전원에 입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의사 문호를 개방하고 보다 전인적인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이들이 의사가 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전국 41개 의대 중 가천의대, 건국대, 경희대, 충북대 등 4곳이 처음으로 2003년에 의전원 전환을 결정하고 2년 뒤인 2005년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이후 나머지 의대도 연차적으로 전환에 나서 현재 27개 대학이 의전원을 운영하고 있다. 치전원과 한의전원도 각각 8곳, 1곳이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의ㆍ치전원 도입 초기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점이다. 작년 3월 문을 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경우 대학들이 너도나도 유치를 원해 정부가 특별법까지 제정하며 한꺼번에 로스쿨로 전환을 시켰지만 의ㆍ치전원은 상황이 달랐다.

상당수 대학이 의ㆍ치전원 전환을 꺼려 정부와 마찰을 빚었고, 결국 의전원 도입 근거를 담은 법률도 제정하지 못한 채 의ㆍ치전원 전환시 각종 재정지원 등 유인책을 쓰는 방법으로 어설프게 제도를 도입했다.

또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간 의ㆍ치전원을 운영해 보고 2010년에 의ㆍ치대냐, 전문대학원이냐에 대한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식으로 다음 정부에 공을 떠넘겨 버렸다.

그 결과 어떤 대학은 의ㆍ치대로, 어떤 대학은 의ㆍ치전원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심지어 한 대학 내에서 정원의 절반은 의ㆍ치대로, 나머지 절반은 의ㆍ치전원으로 뽑는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졌다.

의ㆍ치전원이나 의ㆍ치대나 교육 내용은 사실상 같기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똑같은 수업을 받으면서도 의ㆍ치전원생들이 의ㆍ치대생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은 등록금을 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의ㆍ치전원 전환을 꺼리는 이유로 대학들은 이 제도가 국내 실정에 맞지 않고, 교육 내용은 별 차이가 없는데도 의ㆍ치대 출신은 학사, 의ㆍ치전원 출신은 석사 학위를 받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교육기간이 의예과 2년, 본과 4년 등 6년에서 학부 4년, 의ㆍ치전원 4년 등 8년으로 늘어나 수련ㆍ전공의 연령대가 너무 높아지고 의ㆍ치전원 입시 경쟁으로 학부 과정이 파행을 겪는다고 지적한다.

실제 의ㆍ치전원이 도입된 이후 이공계 학부생이 너도나도 의ㆍ치전원 준비에만 매달리는 등 ‘이공계 이탈’이 더 가속화됐다.

◇의ㆍ치전원 향후 어떻게 되나

이번 정책 결정으로 상당수 대학은 과거 의ㆍ치대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대, 연세대 등 현재 의ㆍ치대와 의ㆍ치전원을 병행 운영 중인 대학은 대부분 의ㆍ치대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울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등은 의대 복귀를 내부적으로 결정했으며, 나머지 대학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는 의ㆍ치전원이 의ㆍ치대로 전환되더라도 그동안 의ㆍ치전원 입시를 준비해 온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병행대학은 2015학년도부터, 완전전환 대학은 2017학년도부터 의대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현재 대학 1학년생이 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2014학년도까지는 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 또 의ㆍ치대로 전환한 뒤 최소 4년 간은 총 정원의 30%를 학사편입으로 선발하도록 해 타 전공 학생이 의ㆍ치대에 들어갈 수 있는 여지는 일정 부분 남겨둔다는 방침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