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가족이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 자신이 겪는 고통도 크지만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입원환자의 ‘병수발’이다. 예로부터 병수발은 효도 중 으뜸이라고 했다. 환자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식사시중은 물론 온갖 자질구레한 시중을 드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환자 옆에서 하룻밤이라도 자게 되면 2~3일은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병수발은 가족들이 돌아가며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가족들이 병수발을 꺼리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정부도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보호자 없는 병원이란 간병인이 가족을 대신해 환자의 병수발을 들게 하는 것이다. 지금도 대다수의 병원은 그렇게 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환자의 가족이 돈을 내야하지만 제도로 정착되면 의료보험에서 지급하게 된다는 차이다.
직장에 매인 현대인에게 시간과 체력소모가 큰 환자 병수발을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 시간에 보다 생산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이 아파서 환자가 되면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에게 잘 적응하지 못한다. 실제 많은 입원 환자들은 자신들의 병수발을 가족이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 때 자신을 지지하는 가장 큰 힘은 역시 가족뿐이라는 그들의 생각이 최근 들어서는 틀린 생각이 되어가는 것 같다.
보호자 없는 병원이라는 좋은 취지의 제도를 제안할 때 ‘언젠가는 나도 아플 수 있고 그 때 누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까?
이 좋은 제도가 ‘환자 병수발 떠넘기기’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형규 칼럼] 보호자 없는 병원, ‘병수발 떠넘기기’에 그쳐선 안돼
입력 2010-06-30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