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정영호 교수(서울의대)
[쿠키 건강] 주부 양모씨(38)의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은 몸이 피곤하거나 공기가 혼탁한 곳에 오래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편도선이 부어오른다. 1년에 몇 차례씩 편도선이 부어오르는 것은 물론 몸살 기운도 동반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편도선이 부었을 때 약만 먹으면 며칠 만에 상태가 나아지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일은 거의 없었으나 편도선염으로 아플 때마다 양씨의 가슴은 철렁 내려 앉는다. 양씨는 주변으로부터 편도선 절제수술을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딸이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양씨 딸처럼 주변에는 평소 편도선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신체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는 편도선을 아예 절제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편도선 때문에 고생하느니 절제하는 게 나을까. 편도선염에 대해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정영호 교수(서울의대)로부터 소견을 들어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편도는 어디에 있고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하나.
“일반적으로 편도 또는 편도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입안 목젖의 양쪽에 있는 구개편도를 말한다. 성인이 되면 편도 앞뒤의 편도궁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나 만성 편도선염이 있거나 체질적으로 큰 경우에는 편도궁 내측으로 튀어나와 보이며, 아주 심한 경우는 양측 편도선이 맞닿아 있으며 이를 ‘키스하는 편도선(kissing tonsils)’이라고 부른다.
구개편도 외에 코 뒤쪽에 아데노이드라 불리는 인두편도가 있는데 이는 목젖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아데노이드의 크기는 내시경을 깊이 넣어서 관찰하거나 엑스레이를 찍어서 측정한다. 이들 편도는 임파구(백혈구의 일종)들이 풍부하게 분포돼 있는 조직으로, 점막 면역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점막 면역은 호흡기 및 위장관에서 외부 항원과 자신의 항원을 구분하고 적절한 인체 방어 기전을 작동시키는 일을 한다.”
-편도가 비대하면 어떤 증상과 문제점이 있나.
“급성 또는 만성 편도선염에 의해서든 체질적으로든 구개편도와 아데노이드가 비대한 경우 알레르기 비염이 없는데도 코가 계속 막히는 비폐색, 입을 벌리고 숨을 쉬거나 잠을 자는 구호흡, 심하게 코를 골면서 자거나 자다가 숨이 턱턱 막히는 폐쇄성 무호흡증 등의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얼굴의 폭이 좁고 아래턱이 작아 보이는 아데노이드형 얼굴로 변형되거나 위턱과 아래턱이 잘 맞지 않는 부정교합, 수면 장애로 인한 집중력 저하 및 성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괜찮다고 하는데 반드시 수술해야 하나.
“입안에 있는 편도가 단지 커 보인다고 해서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편도선이 크더라도 구강구조나 골격의 크기에 따라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커다란 편도선이 편도궁에 함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보이는 편도선의 크기에 비해 심한 증상을 일으키기도 해 수술 여부는 편도선의 크기 보다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서 이뤄지게 된다.
편도 조직은 만 10세까지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이후 서서히 줄어든다. 따라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커져 있고 이에 따른 증상이 있는 경우 향후 5~6년은 계속 증상이 있거나 심해진다. 따라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 수술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편도는 점막 면역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나 이는 주로 만 4세 이전에만 그렇다. 따라서 만 4세 이후에는 편도와 아데노이드 비대에 따르는 증상과 소견이 있을 경우 가능한 이른 나이에 수술해 주는 게 성장과 발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편도선 수술은 어떻게 하나.
“수술 전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입원하여 대부분의 경우 전신마취로 수술한다. 수술은 입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나는 상처는 없다.
수술은 저온 나이프, 전기소작기 이외에도 다양한 수술 기구를 이용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떤 기구가 우수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며 레이저 수술은 단점이 더 많아서 최근에는 거의 시술하지 않고 있다.”
-편도선 수술 후에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나.
“편도 수술 후 수술 부위에 출혈이 있을 수 있어서 수술 후 1주일 정도까지는 차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수술 후 14일 정도까지도 출혈의 위험이 있으므로 심한 운동이나 힘든 일은 삼가고, 원거리 여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인터뷰] 편도선 때문에 고통? 수술 빠를수록 좋다
입력 2010-07-02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