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완전정복으로 한걸음 전진…새로운 치료제 등장

입력 2010-06-30 08:35

만성골수성백혈병의 현재와 미래②

[쿠키 건강] 불치의 병에서 만성질환으로 탈바꿈 한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이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급성으로 발전하면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만성기-가속기-급성기의 단계를 거쳐 진행하는데, 급성기에 이르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반응하는 경우라도 유지기간이 3~6개월에 불과하다.

이 단계에서는 조혈모세포이식 외에는 완치시킬 방법이 없다. 따라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핵심은 만성기에서 급성기로의 진행을 최대한 막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발병 초기부터 올바른 치료법을 선택해 꾸준히 치료·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는 10여년 전 최초의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성분명 이마티닙) 등장하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러나 글리벡의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내성이 생겨 최적의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없거나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새로운 치료 대안이 절실히 요구됐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다. 글리벡 내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은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닙)’로 대표되는 2차 치료제로 인해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투약 용량을 조절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스프라이셀 등 2차 치료제로 전환해 병의 진행을 막는 치료법이 권장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개정된 유럽백혈병연구회(European Leukemia Network, ELN)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차 치료제 복용에서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없을 경우 스프라이셀 등 2차 치료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글리벡에 내성 및 부작용을 보이는 만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1일 1회 스프라이셀 100mg을 4년간 투여한 결과 생존율이 82%에 달했다는 추적 임상시험 결과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를 통해 발표됐다.

한국BMS제약 메디컬 디렉터인 이창희 상무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를 위해 3년 이상 글리벡을 복용해 왔지만 내성 혹은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환자들이 대거 참여해 얻은 결과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며 “이번 임상 결과를 통해 현재 권고되고 있는 스프라이셀의 1일 1회 100mg 복용법이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백혈병은 치료가능한 질환으로 한발짝 진보했지만, 여전히 완전정복을 위한 학계의 연구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발표된 스프라이셀과 글리벡 비교임상 연구결과가 바로 그것.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세션발표와 세계적 권위의 의학지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온라인판 을 통해 발표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스프라이셀을 1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경우 글리벡에 비해 초기 환자들에게 보다 더욱 빠르고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이번 비교임상 연구는 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없는 519명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복용하게 될 치료제를 사전에 공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12개월 후 각 복용군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스프라이셀을 복용한 환자의 77%가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완전히 없어진 반응을 보인 반면, 글리벡은 스프라이셀에 비해 11%포인트 낮은 66%의 환자에서만 해당 반응을 이끌어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서 이 염색체가 완전히 제거됐다는 것은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임상을 총괄한 MD 앤더슨 암센터 백혈병학과장 칸타지안 교수는 “치료제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CCyR)은 대체적으로 스프라이셀 복용군에서 더 빨리 나타났으며 이 중 54%의 환자들에서는 임상 시작 3개월 만에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다국가 임상에 참여한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매년 전 세계에서 새롭게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되는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선택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스프라이셀 100mg과 글리벡 400mg의 치료 효과를 직접 비교한 최초의 임상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연구 결과가 스프라이셀의 효능을 확실하게 입증함에 따라 앞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BMS는 이번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스프라이셀의 1차 치료제 승인을 위한 절차를 전 세계 보건당국에 제출할 예정으로 한국에는 내년 경 1차 치료제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