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의 현재와 미래①
[쿠키 건강]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46차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연례회의’에는 전 세계의 약 3만 여 암 전문의들이 암에 대한 최신지견을 논의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세계 최대의 암 학술대전’으로 불리는 이 학회에서 채택된 연구논문은 어림잡아 약 4천 여 건. 그리고 그 중 10%에 달하는 410건은 모두 ‘백혈병’에 대한 내용이었다. 백혈병이 위암, 폐암 등에 비해 환자수가 많지 않은 혈액암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백혈병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
이같은 의학계의 높은 관심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백혈병은 더이상 ‘사형선고’가 아닌 ‘치료 가능한 병’으로 탈바꿈했다.
◇백혈병, 진행속도와 세포 분화 정도에 따라 전혀 다른 4가지 질환으로 분류
그리스어로 ‘하얀 피’를 뜻하는 백혈병(白血病; Leukemia)은 혈액세포 속의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암세포로 변하고 이 혈액암세포가 증식하면서 백혈구가 대량으로 늘어나는 악성 혈액암이다.
백혈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정상적인 혈액 세포는 제대로 생산되지 못해 여러가지 신체 이상을 일으킨다. 세균하고 싸우는 호중구가 감소해 항생제를 복용해도 쉽게 세균 감염이 발생하고, 적혈구 수가 적어짐에 따라 어지러움증이 생기고 숨이 차며 쉽게 피곤해진다. 또한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소판이 부족해 출혈시 피가 멈추지 않고 쉽게 코피가 나거나 멍이 들기도 한다.
백혈병은 병의 진행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되며, 발생하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다시 골수성 백혈병과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나뉜다. 네 가지 형태의 백혈병은 치료 방법과 예후에서 큰 차이를 보여 각각 다른 병으로 생각해야 한다. 급성백혈병은 병의 진행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으로 발병 초기부터 심한 발열, 빈혈, 출혈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병의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발견 즉시 입원치료가 필요하며, 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내에 90% 가량이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은 급성 백혈병의 80%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성인에게 많이 발병하며,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은 주로 3~5세의 소아나 60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항암제와 같은 표준치료법으로 소아는 약 80~90%가 완치 가능하지만, 성인은 약 40%의 환자만이 장기 생존한다. 통상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죽음을 부르는 불치의 병으로 비춰지는 것은 급성백혈병이다.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이 기본을 이루는데 환자 연령, 염색체검사 결과 등에 따라 치료 기간, 조혈모세포이식 여부 등에서 차이가 있다.
만성백혈병은 급성에 비해 병의 진행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치료와 생존에 있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가 진행되면서 급성백혈병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은 50세 이후 장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며, 별 증상 없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완치는 어렵지만 병의 진행이 느리고 치료제가 잘 듣는 편이어서 단기간에 사망하지 않는다. 화학요법 등의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 5년 생존율은 70~90%, 10년 생존율을 20~30%, 20년 생존율은 10% 정도다. 미국 등 서양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드물다.
그리고 최근 괄목할만한 치료율을 보이는 것이 바로 만성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CML)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90% 이상 성인에게 발병하기 때문에 ‘성인 백혈병’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마다 약 300명 가량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근에는 보다 젊은 나이에서도 발병하는 경향이 있어 30~40대부터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성별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으나 남자가 여자에 비해 발병확률이 약간 높다. 역시 급성백혈병에 비해 천천히 진행되며, 일상 속에서 약물치료를 통해 급성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 별다른 증상 없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따라서 생존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질환이므로, 백혈병을 단순히 ‘사망선고’로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발병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사전 예방이 불가능하다.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되는 요인들이 있을 뿐,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며 유전이나 환경, 전염성도 아니다. 정철원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도대체 내가 왜 이 병에 걸렸냐고 물으면 답하기가 어렵다”며 “사실상 백혈병은 누구라도 언제든 걸릴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백혈병 정복을 꿈꾼다…‘치료 가능한 병’으로 탈바꿈
입력 2010-06-29 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