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돌아가는 ‘안면마비’ 어른만 걸린다고?

입력 2010-06-28 11:57

어린이 발생 비율 4년 새 2배 증가, 병원 찾는 100명 중 7명은 소아청소년환자

[쿠키 건강] 흔히 성인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안면마비(구안와사)로 병원을 찾은 만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의 비율이 4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안면마비센터 백용현 교수(한방침구과)는 2006년부터 센터를 찾은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6년에는 전체 안면마비 환자의 3.6%에 미치던 소아청소년 환자의 비율이 2007년 4.5%, 2008년 5.8%, 2010년에는 7.4%로 나타나, 불가 4년 사이에 2배가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안면마비 환자수도 2006년 223명에서 2009년 468명까지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소아환자수는 2006년 8명에 불과했던 환자가 2009년에는 35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주요 원인은 서구 식생활과 지나친 학업, 면역력 약해지고 소화기관 나빠져

안면마비는 한의학적 병명으로는 구안와사에 해당하며 또는 Bell''s palsy로 불리기도 한다. 안면마비의 증상으로는 귀나 그 주변에 국한되는 통증이 먼저 나타나다가 서서히 이마, 볼, 입주변의 안면근육이 마비되면서 눈을 감을 수 없거나 입이 돌아가게 되고, 눈물이 저절로 흐르거나 미각의 감퇴, 청력 저하, 이명 또는 저작 및 발음 장애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소아 안면마비는 원인불명인 경우가 가장 많으며, 그 외에는 감염이나 외상, 출생 시 손상, 선천적 발생 이상, 종양 등이 원인이 된다.

특히 소아 안면마비는 성인과 비교하여 감염과 외상에 의한 발생이 더 많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왜냐하면 소아는 미숙하여 면역력이 약해 여러 바이러스나 염증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또한 소아는 육체적 성숙이 부족하여 잘 여물지 못한 상태로 성인과 같은 물리적 충격을 받더라도 더 심한 손상을 입고 이것이 안면신경의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최근 들어 소아 안면마비 환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원인으로는 면역력의 저하와 비위기능의 약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첫째, 요즘 우리 아이들 몸은 컸으나 면역력은 약하다.

요즘의 소아, 청소년 들은 조기교육, 사교육, 부모님의 과도한 교육열과 관심으로 인해 막중한 공부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우리 아이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안면마비와 같은 질환에 취약하게 만든다.

우리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감기에 걸리듯이, 안면신경이 감기에 걸리면 이것이 곧 안면마비인 것이다. 또한 면역력이 떨어진 몸은 침투한 각종 바이러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염증상태로 이어지며, 이것이 안면신경에 퍼지면 안면마비가 되는 것이다. 둘째, 동의보감에서는 안면마비의 원인이 비위 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얼굴의 기혈순환 및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경락이 비위기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즉 소화기의 상태가 얼굴에 반영되며, 소화기에 병이 들면 얼굴에도 병이 드는 것이다.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먹고 학업에 치여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요즘 아이들의 식습관은 결국 소화기 병을 유발하며 더 나아가 안면마비의 한 원인으로 작용 할 수 있다.

침뜸 등의 적극적 치료도 어렵고, 사회성 발달에도 악영향 끼쳐

소아의 안면마비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되는 비교적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소아 안면마비가 가지는 질병으로서의 특수성과 심각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언어소통과 표현이 어려운 영, 유아의 경우 부모의 자세한 관찰이 아니면 안면마비의 발견이 늦어져 조기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둘째, 소아는 표정이나 주름 변화를 통한 안면마비의 호전도를 관찰하기 힘들며, 성장하면서 얼굴의 뼈와 근육이 자라면서 감춰져 있던 안면마비의 후유증이 드러날 수도 있다. 셋째, 아주 어린 영, 유아의 경우 치료에 순응도가 낮아 침, 뜸에 대한 적극적 치료가 어렵고 약물의 복용도 성인보다 더 어렵다.

넷째, 소아안면마비로 인한 언어장애 및 표정의 제한은 사회적인 대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소아기의 성장 발달 및 사회화 과정에 문제를 일으킨다. 다섯째, 외모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소아, 청소년기에 발생한 안면마비는 환아에게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 하며 낮은 자존감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여섯째,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자칫 후유증이 남게 될 경우, 이 후유증은 환아의 남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으므로 소아 안면마비의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따라서 소아 안면마비가 가지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극적 치료가 요구된다.

안면 비대칭, 안면경련 등 심각한 후유증 남을 수 있고, 재발률도 어른보다 높아

소아 안면마비의 진단과 치료는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발병 초기부터 신경검사를 통해 정확한 예후를 판단하고, 침, 한약, 부항, 뜸, 안면재활치료 등의 한방치료와 스테로이드 요법, 항바이러스제, 혈액순환 개선제 투여를 통한 양방치료가 함께 이루어졌을 때 그 효과가 가장 높다. 안면마비의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초기 1개월 동안의 치료효과가 이후 수개월 동안의 치료효과보다 월등이 높기 때문이다. 소아 안면마비의 회복은 불과 몇 주 안에 시작돼, 최대한 1주에서 9주까지 사이에 이루어진다. 마비가 부분적이거나, 근전도상 안면신경의 불완전한 탈신경을 보일 경우, 80%의 소아 환자에게서 완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탈신경이 이루어진 경우, 회복이 시작되는 것은 약 6주 정도로 미뤄지며, 그 회복기간은 최대한 6개월 이후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 그런 경우에, 근육의 기능이 돌아오는 것은 대개 불완전하여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발병 초기에 정확한 예후 판정을 위한 신경 검사가 필수적이다.

발병 초기 집중 치료가 미흡하거나 또는 신경 손상도가 심한 경우(근전도 검사상 90~95%이상의 손상) 소아 안면마비 환자에게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유아기나 소아기에 발병한 안면마비로 심각한 후유증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아이들이 많다. 후유증으로는 단순한 안면의 비대칭뿐만 아니라 안면경련, 입과 눈이 같이 움직이는 연합운동, 저작 시 눈물을 흘리는 악어의 눈물, 안면구축, 미각저하, 청각이상, 이명(이하 안면마비 7대 후유증) 등이 있다.

이러한 환자에게는 후유증 집중 치료가 이루어지는데 안면비대칭 교정, 7대 후유증 회복, 재발방지를 목표로 한다. 발병 한 지 6개월 이상 된 소아 안면마비 후유증 환아들도 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아 안면마비의 후유증이 남았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후유증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안면마비 재발률보다 소아청소년환자의 재발률이 높다고 한다. 이는 소아 안면마비의 특수성 보다는 소아 안면마비 환자가 성인 보다 남은 여생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안면마비를 겪었던 소아에게 감기 뒤끝이나 피로가 쌓인 이후 귀 주변부의 통증, 안면경련, 안면의 마비감 등의 안면마비의 전조 증상이 보이는 경우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