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0~40대 고혈압 환자 관리가 안된다”

입력 2010-06-28 10:57

대한고혈압학회 김순길 차기 이사장(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심장내과 교수)

[쿠키 건강] 대한고혈압학회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고혈압 환자는 800만 명~1000만 명 정도로 이 중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약 5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인데다 이와 관련된 합병증 사망률이 전체 질환 사망률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진들의 고혈압 관리 수준은 이미 OECD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어 고혈압 질환에 대한 공포감은 과거 보다 나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식습관의 서구화로 비만인 30~40대 젊은 층에서 고혈압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이 약 복용을 제때 하지 않아 고혈압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게 일선 진료 현장 의사들의 얘기다.

또한 최근 외신을 통해 일부 고혈압 약이 암을 유발한다는 보도가 있어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많은 고혈압 약들의 혈압 강하 효과가 똑같다는 연구를 발표해 진료 의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국내 고혈압 관리에 대해 오는 2011년부터 대한고혈압학회를 이끌어 갈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심장내과 김순길(사진) 교수를 만나 국내 고혈압 환자 관리 현황과 정부 최근 내놓고 있는 고혈압 관리 정책에 대해 의견을 들어 봤다.

Q. 국내 고혈압 환자의 현황과 최근 환자 발생 경향은 어떤가?

“학회에서는 국내 고혈압 환자를 약 800만 명~1000만 명 정도로 이 중 500만 명정도가 약을 처방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고혈압 환자 발생 경향은 비만인 30~40대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Q. 30~40대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한 비만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혈압이야 빨리 발견하고 치료를 꾸준히 하면 좋은 치료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젊은 층의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약을 잘 먹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경우 고혈압 합병증에 고스란히 노출돼 돌연사 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 시킬 수 있게 된다.

Q.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일부 고혈압 약이 암을 유발한다고 하는데?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얘기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텔미사르탄 성분의 고혈압 약이 나오면서부터 회자가 되고 있는 얘기다. 텔미사르탄 성분의 고혈압 약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잘 낮춰주고 부작용도 적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이다. 괜한 걱정 없이 안심하게 복용해도 괜찮다.”

Q. 최근 정부에서 고혈압 약 모두가 똑같은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모든 약은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정부의 논리대로 모든 약이 똑같은 효과를 나타낸다면 제약회사에사 신약 개발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이번 정부 연구 결과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 반박 자료를 정부에 제출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1년 고혈압 약값만 1300억원 지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고혈압 환자 1인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20만원, 한 달 약 2만원(본인부담 1만원 제외)정도 비용이 지원되는 셈이다. 건강보험재정을 우려해 약값을 인하하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모든 약들을 똑같은 효과를 가졌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좀 오버하는 것 같다.”

Q. 내년부터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을 맡게 됐는데?

“내년 5월부터 2년간 대한고혈압학회를 맡게 된다. 특히 2016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고혈압학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임기 내에 만반의 준비를 할 생각이다. 또 그때 발표할 국내 역학 자료들을 생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매년 중국과 일본 고혈압학회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는 데 힘쓰겠다.

현재 한양대학교구리병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김순길 교수는 1981년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고혈압학회 국제교류이사, 대한고혈압협회 이사, 대한심장학회 무임소이사, 한국심초음파학회 무임소이사, 대한내과학회 평의원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