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주치의] ⑪찬 음료 달고 사는 아이, 온병 주의!

입력 2010-06-28 08:48

[0-5세 아이를 위한 건강육아비법]
<글·이상용 함소아한의원 네트워크 대표원장>

함소아한의원은 개원 11주년을 기념해 300만 소아진료에서 검증된 자연주의 육아 지침서 ‘함소아 내 아이 주치의’출간했다. 책을 통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주치의인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건강 문제를 쉽게 해결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노하우를 알아보자.-편집자주-

[쿠키 건강칼럼] 전기세가 올라가는 계절이다. 에어컨, 선풍기 탓도 있지만 아이가 자주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까닭도 있다.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고 난 뒤 먹는 사각사각 아이스크림 한 개, 뚜껑을 따서 곧바로 ‘원샷’하면 탄산이 발끝까지 내려갈 것 같은 캔 음료, 얼음 동동 띄운 보리차 한 잔. 말만 들어도 시원한데 아이가 부엌에 자주 들락거린다고 어떻게 탓할 수 있으랴. 그러나 부모라면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이어지는 찬 음식을 향한 아이의 애정공세 뒤 숨겨진 진실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속이 뜨거운 아이가 찬 것 좋아해

찬 음료만 찾는 아이는 다 이유가 있다. 속이 뜨겁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음이 따뜻한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아이는 누구나 양의 기운이 있기 때문에 열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덥거나 습한 외부 환경과 인체 내부에 열을 만드는 생활습관이 더해지면 아이 몸속은 과도하게 달궈지고 만다. 열감이 느껴지는 아이는 계속 찬 것을 찾으며 속을 식히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한두 번의 찬 음식으로는 결코 식지 않는다. 또한 여름철 인기 있는 음료나 아이스크림 등은 모두 당분이 높은데 이는 속열을 만드는 주요 물질이기 때문에 먹어도 갈증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돋우는 경우가 많다. 마셔도 또 마시고 싶은 게 이런 이유다.

◇몸속 과열되면 온병으로 이어져

자동차도 엔진이 과열되면 여러 말썽을 부리듯이 아이들도 몸이 더워지면 각종 질병을 불러들인다. 뜨거운 기운이 쌓이다 보면 몸속 진액이 마르고 면역이 약해져 바이러스나 세균이 공격하기 쉬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따뜻한 기운이 문제가 돼 나타나는 모든 질병을 ‘온병’이라 칭한다. 여름 감기, 장염,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 수족구 등 아이들이 흔히 앓는 질병뿐 아니라 사스나 조류독감, 신종인플루엔자 같이 새롭게 나타나는 변종 질환들도 모두 온병의 일종이다. 물론 차가운 기운도 질병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감기는 ‘온’에 의해서도 ‘한’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는데 요즘은 전자에 의한 감기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보양은 옛말, 요즘은 보음해야

옛날엔 한의원에 와서 보약을 짓는다고 하면 보양을 목적으로 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양의 기운을 북돋는 한약이다. 그런데 대부분 아이의 몸속이 뜨거워지다 보니 요즘은 열기를 내리고 음의 기운을 불어넣는 한약이 더 필요해졌다. 생지황이나 지실, 대황 등의 약재는 속열을 풀고 바짝 말라버린 진액을 보충하는데 대표적인 약재다.

그러나 보약을 항상 먹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평소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필요한데 가장 먼저 속열을 만드는 음식을 줄이는 것부터 해야 한다. 과도한 육류섭취, 단 음식, 매운 음식, 찬 음식 등을 피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싫어할 메뉴가 아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열기를 내려주는 음식, 즉 상추, 치커리, 씀바귀 등의 푸른 채소와 수박, 토마토 등 제철과일을 충분히 먹이면 좋다. 아이의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콜라나 사이다를 손에 쥐어준 적은 없었는지. 지금 바꾸지 않는다면 어느 날 아이 몸속에서 화산이 터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