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대로 알고 씁시다(17)] 화장과 색의 심리

입력 2010-06-25 15:05

<글·최상숙 식품의약품안전청 화장품심사과 과장>

[쿠키 건강칼럼] 요즘처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찬 것을 찾고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게 된다. 시원한 것은 얼음이나 바다 같은 푸른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예로 마음의 표현이나 감정을 흔히들 색깔로 표현하곤 한다. 또 같은 모양을 같은 사람이 색을 칠하더라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색상을 달리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선택한 색상에 따라 그 때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색은 많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색은 또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색채와 사람의 감정은 개인차는 있지만 상관관계가 있다. 요즘에는 색상으로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 본인도 어느 날은 자주색이 멋있고 눈에 확 들어올 때가 있고, 어느 날은 청색이, 노란색이 좋아 보일 때가 있다. 이와 같이 색상과 사람의 마음은 일상생활에서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화장품 가운데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이 있는 제품은 색조화장품이다. 색조화장품은 화장품분류에서 주로 눈화장용 제품류와 메이크업용 제품류로 나뉜다. 이들 제품들은 주로 허용색소와 무기안료들로 색상을 나타낸다. 특히 이들 원료를 이용해 아름답고 다양한 색상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우리나라 4계절의 산과 들의 뚜렷한 색깔과, 우리나라만의 다양한 언어 표현 등은 보다 멋있고 아름다운 색상의 제품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장을 통해 우리는 또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화장을 하는 목적을 살펴보면,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신체내부기관을 지키는 방어막(barrier)으로 항상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피부기능이 있고, 혹독한 외부환경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동식물의 기름이나 흙, 돌, 식물의 분말 등을 칠하거나 자외선 방어, 적에 대한 위협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화장한다. 또한 여자들은 마음의 우울함이나 기분 전환 위해 화장을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생리효과보다는 화장이 마음에 행해지는 ‘치료’의 작용, 즉 심리적인 영향으로 치료효과를 기대한다.

인간이나 동물은 모두 종족을 보존하려는 기본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또 이를 위해 자신을 이성에게 잘 보이려는 수단으로 화장을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고 한다. 그것은 호르몬 작용도 있지만 이성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가꾸고 화장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흔히 종(種)의 보존수단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고 우아하게 늙어 가기를 원할 것이다. 우리는 가끔 40대 이후의 얼굴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것은 마음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자기가 자기를 얼마나 잘 가꾸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아름답게 늙어 감을 추구하는 것을 행동으로 나타낸 것”을 바로 화장, 즉 자기 자신을 가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화장을 눈이 작은 사람은 눈을 크게 그리려 하고, 코가 낮은 사람은 코를 높게 보이게 그리려 하고, 얼굴에 기미, 주근깨 등이 있는 사람은 이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화장을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본래 얼굴을 남의 눈으로부터 숨겨 나와 상대방을 차단하게 하는 자기 은폐행위를 하는 것이다.

거울속의 자신에게 다양한 화장을 함으로써 바람직한 자신을 화장이라는 수단으로 창조하게 되는 자기증식도 있다.

또한 여성은 사회에서 여러 다양한 상황에 어울리게 자신을 화장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때와 장소에 따라 화장이 달라지는 것은 ‘사회를 향한 얼굴’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화장의 기능을 피부의 위생과 건강을 유지하는 것과 인상을 변화시키고 아름답게 연출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화장을 하는 심리는 “더러움을 없애는 것”과 “필요한 성분을 보급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종류에는 skin care와 body care, hair care 등이 있다. care 심리의 주요단어는 ‘휴식’과 ‘쾌적감’이다. 또한 시각적이나 심리적 측면에서 착시(optical illusion)를 이용해 얼굴에 색을 배치함으로써 용모의 변화를 유도한다. 착시(속임)란 정확한 지각을 위한 충분한 근거가 주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지각이 독특한 시스템적인 오류를 범하는 현상으로 화장은 착시라는 속임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메이크업의 중요한 요소에는 눈과 입으로 눈을 크게 보이게 하는 메이크업, 입의 크기를 바꾸는 기술, 메이크업의 응용기술 등이 있다.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의 크기 변화로 전체적 인상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런 것을 메이크업의 심리라고 한다.

또한 향은 사람을 쾌적(Amenity)하게 하고, 정신적인 피로를 풀어 마음을 즐겁게(Aromachology)하며, 매력을 끌어내어 자기표현(Identity)을 한다. 이런 것을 향의 심리라고 한다.

시각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에게 색에 대한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색(色)은 물질적인 것이며, 눈에 물리적인 자극을 주는 빛으로 그 속성을 보면 색상, 명도, 채도 등이 있다. 이것들에 의해 색에 대한 내(생리적, 심리적)·외적인(물리적) 느낌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색채의 시간성과 속도감은 색상과 채도가 주로 관계하며 명도는 보조적 역할을 한다.

같은 인물이라도 화장을 바꾸면 인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면 전체 색조가 부드럽기 때문에 의복의 배색도 강도가 낮아져야 대체로 잘 어울린다. 나이든 사람이 강한 색조의 의복을 입으려면 얼굴화장을 밝고 건강한 피부색으로 보이도록 해야 한다. 얼굴화장이나 머리카락 염색으로 얼굴색 보완이 어려울 때는 입술색을 변화시킴으로서 보완이 가능하다.

화장품제조사에서도 브랜드의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있어 색의 심리를 이용한다. 귀족적이고 세련되면서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 또는 현대적이고 이지적인 면과 전통의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는 여성을 모델로 기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델이 가지는 원래 이미지에다 화장에 의한, 특히 색조화장에 의한 이미지의 창출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특수한 사람뿐 아니라 우리도 가정, 직장, 모임, 파티 등에서 장소와 상황에 맞는 나만의 연출이 가능하며, 오히려 화장을 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메이크업은 사람 얼굴의 특징을 강조하거나 수정이 가능해 어느 정도 젊음을 연출할 수 있는 등 이미지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메이크업하는 직업이 각광받는 직업으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고, 이런 사람을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해 예술가로서 대접하기도 한다. 이는 화장이 단순한 작업이 아닌 기획, 창작 등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이 세상에 똑같은 화장은 하나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매일 아침 화장을 하지만 항상 똑같이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화장이야말로 나를 매일 새롭게 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옷을 입을 때 어떤 색으로 입을까, 어떤 디자인으로 입을까, 어떻게 배색을 할까, 화장을 할 때 오늘은 립스틱 색깔을 어떤 색으로 바를까, 매니큐어는 어떤 색으로 바를까 등으로 어떤 색으로 이미지를 연출할지를 고민한다. 아무래도 화장이 색의 이미지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부분일 것이다.

화장을 하는데 있어 도구인 화장품은 한 제형에서도 다양한 색상의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 화장품의 색상을 이용해 얼굴에 주는 느낌뿐만 아니라 얼굴 형태까지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화장이다. 올 여름의 화장과 색상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