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갑자기 입맛 잃고 지치는 아이, 체력이 문제

입력 2010-06-23 11:36

<글·윤창호 광주첨단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잘 먹고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누워만 있으려고 해요. 밥도 잘 안 먹고요.” 이맘때쯤에는 이렇게 갑자기 기력을 잃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로 대기실이 소란스러워진다. 병이 아닐까,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은 아닐까 걱정하시지만, 사실 아이의 문제는 ‘너무 활발하다’는 것에 있다.

요즘은 야외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계속돼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때다. 아이들은 자신의 체력을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금 피곤하고 쉬어야 할 때도 온 힘을 다해서 뛰어놀기 일쑤다. 가지고 있는 체력이 마이너스 상태로 갔을 때야 비로소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덮쳐 와서 넉다운된다. 이때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만 놀고 들어오라고 소리쳐도 말 안 듣고 늦게까지 놀던 아이가 갑자기 요에 드러누워 밥맛도 없다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름, ‘더위’에 쉽게 지치는 아이들

여름은 밖으로 나가 놀기 좋은데다 뜨거운 기운이 강해 아이가 쉽게 지칠 수 있는 계절이다. 아이는 성장하기 위한 양기와 열기가 가득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운 기운에는 취약해 뜨거운 뙤약볕을 받으며 뛰어놀면 더위를 먹거나 금세 체력이 바닥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여름은 사계절 중 가장 조섭(調攝-몸을 돌봄)하기 어려운 계절’이라고 했다.

이렇게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쉬지 않고 활동을 계속하면 아이는 ‘만성피로’ 상태가 된다. 매일 야근하는 직장인에게서나 나타날 법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 아이 만성피로, 어떻게 알아볼까

아이는 아무리 피곤한 상태라 해도 자신의 피로감을 호소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점은 없는지 부모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다리에 힘이 없는지 걸으려 하지 않고 자꾸 안아달라고 하며, 식은땀을 잘 흘리지는 않는지 살펴보자. 갑자기 잠투정이 늘고 푹 자지 못하거나 코피를 자주 흘리는 경우, 설사가 오래가고 툭하면 장염에 걸릴 때도 만성피로를 의심할 수 있다.

◇떨어진 체력 높이는 것이 핵심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만성피로상태와 체력저하를 ‘노권상’이라고 해 몸과 마음이 피로해지고 장부의 기능이 약해진 상태로 설명한다. 음식에 주의하고 규칙적이고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로에 지쳐서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체 정기를 기르고 장부의 기운을 튼튼히 해야 한다.

◇담백하고 따뜻한 음식으로 소화기 부담 없도록 해야

달고 기름진 음식과 자극적인 맛은 소화기에 부담이 된다. 아이가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자. 소화가 잘 되고 영양분이 많은 음식으로 식단을 차리되, 양은 너무 많이 주지 않도록 한다. 많은 양의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소화기의 일이 많아지며 이는 열을 발생시켜 오장육부의 기운을 흩뜨릴 수 있다.

소화기는 약간 따뜻한 상태에서 가장 일을 잘 하므로 따뜻한 음식과 물을 먹이는 것이 좋다. 얼음물이나 찬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은 피해야 한다. 과일도 차갑게 보관했던 것을 그대로 주지 말고 잠시 상온에 뒀다가 주도록 하자. 물기가 많고 찬 성질의 수박, 참외 등의 과일보다는 잘 익은 복숭아나 토마토 같이 따뜻한 성질의 과일을 먹이는 것이 좋다.

◇지친 마음을 쉴 수 있는 배려 중요해

만성피로를 신체적인 것만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신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피로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쌓여 생기는 것이므로, 정신적인 안정도 매우 중요하다. 보통 여름에 즐길만한 공포영화나 대형 놀이공원들도 이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이나 놀이기구로 인한 자극 등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한적한 곳으로 소풍을 가거나 공원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눠도 좋겠다. 함께 소풍 도시락을 만들면서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