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김종화 과장
[쿠키 건강] 한국인의 당뇨병이 비만을 동반하는 ‘선진국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미흡한 수준으로,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상당수에 이른다.
또한 당뇨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약물이 개발되고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문제로 효율적인 치료가 제한 받고 있는 게 진료 현장의 현실이다.
당뇨병 환자의 효율적 치료를 위해 일성 진료 현장에서 개선될 현안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김종화(사진) 과장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 봤다.
Q. 당뇨병 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국내 유병률은 어떠한가?
“대한당뇨병학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신규 환자는 연간 전체인구의 1.5~2%가 당뇨병 진단을 받는다. 과거에는 50대 이상의 마른 성인에서 발병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청소년, 30대 연령 중 비만 환자에서 많은 당뇨병 질환이 나타나고 있다.”
Q. 비만 환자가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만 환자가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지방세포 때문이다. 비만은 지방세포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물질들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 결국 비만 환자에서는 인슐린 기능과 반응성이 떨어져 혈당이 올라가고, 당뇨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유리지방산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높이기도 한다.”
“국내 자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23이 넘어가면서부터, 또는 허리둘레가 남자는 90cm, 여자는 80cm 이상이면 당뇨병이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만인 당뇨병 환자의 규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다만 소규모 연구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 가운데 BMI가 25 이상인 경우는 30%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Q. 당뇨병 환자 체중 감소가 치료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가?
“최근 발표된 ACCORD연구 결과는 적극적인 치료군에서 표준 치료군에서보다 사망률이 증가해 의문을 남겼다. 학자들이 주장하는 주요 가설 중 하나는 체중 증가가 환자의 임상 경과에 나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에서 체중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경구 약제를 비롯해 대부분의 당뇨병 약제들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주는데, 외부의 요인으로 늘어난 인슐린은 체중 증가를 일으킨다. 초기에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체중이 줄다가, 혈당이 조절되면서 자연스럽게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물론 환자가 생활습관을 엄격하게 관리하면 체중을 조절할 수 있기는 한데, 그런 경우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
Q. 비만인 당뇨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가?
“BMI가 27이상인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면 본인 스스로 체중 증가를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가 스스로 체중조절을 잘 하지 못하게 되면 원인에 따라 식욕억제제나 지방흡수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Q. 비만인 당뇨병 환자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은 어떠한가?
“현재로선 각 나라 가이드라인에 어떤 특정 약을 쓰라고 나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미국내분비학회가 체중 증가가 있는 환자에서 인크레틴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내용의 추천사항을 가이드라인에 기재됐다.”
Q. 인크레틴제제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인크레틴은 이미 1980년대에 주목을 받았다. 체내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인 글루카곤과 구조가 비슷해 ''Glucagon-like peptide''라고도 불렸지만, 오히려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혈당이다.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고 혈당이 떨어지면 인슐린 분비가 일어나지 않는다.”
“인크레틴은 혈당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의 인슐린 분비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혈당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지 않아 저혈당 위험을 현저히 줄인다. 그런데 인크레틴의 반감기가 체내에서 2분에 불과하다는 큰 제한점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인크레틴을 이용한 약이 개발되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현재 인크레틴을 이용한 약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GLP-1이란 호르몬의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 먹는 약(DPP-4억제제)인데, 복용하기는 편하지만 GLP-1의 농도를 올릴 수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또 한 종류는 주사제로, 우리 몸의 분해효소가 잘 분해하지 못하도록 만든 GLP-1유사체이다. 두 종류 약의 가장 큰 차이는 약의 효과, 즉 포텐시이다. 후자가 훨씬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체중 감소 효과가 크다.”
Q. 인크레틴제제는 어떻게 체중을 감소시키며, 어떤 효과가 있나?
“인크레틴제제는 다른 비만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체중감량 효과가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심혈관계 부작용 등 다른 비만치료제들의 단점을 고려해보면 더 많은 혜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3년간 투여한 임상시험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체중의 5~6%가 감량되는 것으로 나와있다. 예를 들어 체중이 70kg였다면 2.5~3kg이 줄어들어 3년 정도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당화혈색소도 1.1%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Q. 그렇다면 현재 비만인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크레틴제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나?
“현실적인 문제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주사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아무리 의사가 효과에 대해 설명해도 환자들은 막상 주사제라는 말을 듣고 나면 꺼려한다. 주사를 맞겠다고 결정해도 문제는 남는다. 현재 보험급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Q. 문제는 비용인데 현재 당뇨병 약제에 대한 보험급여기준은 어떠한가?
“현재 당뇨병 약제는 6가지 종류가 있는데, DPP-4억제제까지는 보험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인크레틴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2년전 처음 인크레틴이 국내에 들어왔지만, 당시에는 제약사의 고가 정책 때문에 보험급여 인정을 받지 못한 것 같다. 지금도 비급여로는 사용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약을 쓰는 환자군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당뇨병학회는 2008년 위대한 업적은 남긴 사람에게 주는 ‘Banting medal’을 DeFronzo라는 사람에게 수여했다. DeFronzo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초기부터 3제요법을 사용하면 혈당을 잘 조절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2형 당뇨병의 병인을 고려했을 때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과 메트포르민, 인슐린 분비 기능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GLP-1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Diabetes Care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TZD+메트포르민+엑세나타이드’의 3제요법을 썼을 때 ‘TZD+메트포르민’이나 ‘메트포르민+설폰요소제’를 쓴 경우보다 혈당 조절 효과가 우수하고 체중 감량 정도도 컸으며 저혈당 발생이 드물었다.”
“종합해보면 국내에서도 당뇨병 환자들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진료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 환자가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되면 의료비가 많이 든다. 또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하는 여러 시술과 입원 등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부분은 병인에 맞게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일선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써 비만인 당뇨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치료방법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김종화 과장 약력>
- 세종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과장
- 대한 내과학회 정회원
- 대한 내분비대사 학회 보험법제위원, 홍보위원
- 대한 당뇨병 학회 진료지침위원회, 보험법제, 홍보 및 식품영양위원회, 신경병증 소연구회 연구이사
- 대한 비만 학회 학술위원
- 미국 당뇨병 학회 정회원
[인터뷰] “비만인 당뇨병 환자들 치료방법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입력 2010-06-24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