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장마철, ‘습열(濕熱)’ 조심하세요”

입력 2010-06-22 10:03

[쿠키 건강] 여느 해보다 빨리 장마철이 돌아왔다. 지난해보다 최대 9일 먼저 시작된 이번 장마는 예년보다 큰 비가 잦고 오래 갈 것으로 전망돼 아이들 건강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한의학에서는 장마철을 ‘장하(長夏)’라고 해서 습한 기운이 기승을 부리는 때라고 본다. 높은 온도와 습도는 세균의 번식을 돕고 몸속에 습열(濕熱)을 만든다. 습은 인체의 기혈순환과 노폐물 배출을 방해하며, 특히 장마철에는 비위와 장이 쉽게 손상돼 장염이나 설사병 같은 배앓이가 나타날 수 있다.

윤종현 일산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은 “이런 습은 체질에 관계없이 누구나 생길 수 있지만, 원래 이러한 경향을 가진 사람인 태음인 등에게서 더 쉽게 나타난다”며 “체질적으로 습열이 많은 사람은 유난히 땀이 많고 대개 통통하며 얼굴이 불그스레하고 활발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가슴이 답답하거나 팔다리에 힘이 없고 다른 신체 부위보다 머리에서 유독 땀이 많이 나는 것이 습열로 인한 대표적 증상이다. 이외에도 아토피, 장염 등 장마철이면 면역이 약한 아이들을 노리는 여러 질환이 있다.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따뜻하게 데워먹고 조금씩 나눠먹기

장마철에는 비위와 장이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 소화기는 약간 따뜻할 때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덥다고 찬 것을 많이 먹으면 비위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되도록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이 좋다. 아이가 더위를 많이 탄다면 찬 음료수보다는 보리차를 만들어 약간 시원하게 두고 수시로 마시도록 해주자. 소화기가 약할 때는 많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도 부담이 되므로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고 조금 부족한 듯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실내 환기, 적당한 운동으로 ‘겉과 속 습기 제거’

장마철에는 실내 습기를 없애 곰팡이가 피는 것을 막아야 한다. 환기를 자주 시켜 공기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에어컨을 잠시 틀어 집안의 습기를 없애도록 한다.
몸속 습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땀을 내고 소변을 잘 보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매일 30분씩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도록 한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가급적 천천히,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까지 움직이도록 해주자.

◇인스턴트 줄이고 푸른 채소 먹기

각종 튀김 요리나 돼지고기, 인스턴트 음식, 패스트푸드는 습열을 만드는 대표적인 음식이므로 피해야 한다. 반면 깻잎, 상추, 미나리, 씀바귀 등 푸른 채소는 몸속 열을 내려주므로 반찬으로 만들어 아이에게 자주 먹이도록 하자.

위장에 습열이 차면 무력해지면서 식욕이 떨어지는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영양 상태에 문제가 생겨 장마가 끝난 후 무더위가 찾아왔을 때 더위병, 냉방병, 여름 감기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커진다. 집에서 만든 담백한 닭고기, 소고기 요리에 푸른 채소를 풍성히 곁들이면 균형 있는 영양 섭취에 도움이 된다.

◇장마철엔 에어컨 사용 자제해야

덥고 습한 날씨에는 불쾌지수가 높아져 에어컨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습기 제거 기능이 있는 에어컨의 경우, 비가 계속 많이 올 때는 습기 제거를 위해 잠깐씩 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너무 잦은 사용은 오히려 아이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에어컨의 찬바람이 피부 모공을 수축시켜 몸속의 열과 땀이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여름은 양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피부가 열리면서 열을 발산해야 하는 시기다. 이때 인위적인 찬 기운으로 모공을 닫아버리면 질병을 부르는 나쁜 기운까지 몸속에 갇힐 수 있다.

◇장염 예방하려면? 물 끓이고 음식 잘 익혀 먹어야

장마철에는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잘 자란다. 특히 어패류에 많이 들어 있는 비브리오균이나 오염된 음식과 물에 들어 있는 살모넬라균 등을 주의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물은 꼭 15분 이상 끓여먹고 음식도 잘 익혀 먹도록 한다. 상온에서 상하기 쉬운 육류, 어패류, 달걀, 두부류 등은 10℃ 이하에서 보관해야 식중독 세균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장염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나 이 닦기, 목욕 등 개인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율무, 팥, 호박 등 장마철 건강에 좋은 먹거리 챙겨야

율무는 몸을 가볍게 하고 습기를 제거해 장마철에 가장 좋은 약재라고 할 수 있다. 율무가루로 죽을 끓여 먹거나 차로 달여 마시도록 하자. 팥과 호박도 몸속의 습을 제거해주므로 늙은 호박을 잘게 썰어 팥을 넣고 호박죽을 끓여 가족 간식으로 만들면 좋겠다. 단 둘 다 이뇨작용이 강하므로 너무 많이 먹으면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활석, 황연 등 약재 처방으로 습 기운 풀어야

한방에서는 습열을 치료할 때 몸속 습기를 풀고 열을 내리는 방법을 쓰며 감로소독음, 지실도체탕, 용담사간탕 등을 처방한다. 약재로는 습을 풀어주는 활석이 많이 쓰인다. 열이 깊을 때는 황연, 황금 등의 약재들을 사용하는데, 황금은 심장과 인체상부의 열을 내리고 황연은 심장과 비위에 찬 열을 내려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