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칼럼] 무더운 한여름을 예고하듯 유난히 더위가 일찍 찾아온 올해, 특히 해외 휴가 및 여행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 중 하나가 떠날 준비가 됐는지 여부다. 즉 여행에서 질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건강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숙지 했는가란 질문이 그것이다.
여행을 하며 얻게 되는 즐거움은, 동시에 음식이나 생활 습관이 바뀌고, 시차 적응 및 여러 낯선 사람과 만나면서 사고와 스트레스, 질병 등에 노출을 동반하게 된다.
여행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감염질환으로는 설사, 감기 등이 있지만, 사망과 관련된 중증 질환인 말라리아, 임질, 매독, 에이즈,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아메바 감염증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여행지별로 유행하는 질병, 풍토병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여행 경로의 특성 및 질병에 대해 알아보고 출발 전 가능한 한달 이상의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전문의와 상담하고 각종 처방 및 예방 접종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지병에 대해서는 미리 검진을 받거나 예방 접종 후 최소한의 면역력 획득에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의 경우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입국이 금지되기도 한다.
특히 여행지에서는 경구로 감염되는 병들에 대해 주의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A형 간염과 각종 설사 질환의 경우 오염된 식수 및 음식물의 섭취, 손을 통한 감염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여행 중에는 깨끗한 물이나 가급적 조리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또 조리된 음식이라도 고온다습한 기후 지역에서는 실온에서 수시간만 둬도 부패돼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신종플루 유행을 겪으면서 강조된 바 있지만 개인 손씻기가 매우 중요해서 비누 또는 손세정제와 물로 손을 자주 닦는 것이 좋다. 손을 씻을 때는 손 전체를 골고루 30초가량 충분히 닦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맨발로 다니거나, 안전하지 않은 강이나 호수, 민물에서의 수영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주혈흡충증을 비롯한 각종 기생충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감염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가장 흔한 것이 여행자 설사다. 원인균은 대장균, 살모넬라, 비브리오, 이질균 등이며 복통, 설사를 유발하고 열대 지방을 한 달간 여행했을 때 약 35% 정도의 여행자가 경험할 수 있다. 충분한 수분섭취 및 휴식 등으로 대부분 호전되지만 오한, 발열, 구토, 혈변이 발생하거나 복통 및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또한 모기나 벌레에 의한 대표적인 질병인 말라리아도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다. 특히 열대열 말라리아의 경우 뇌, 신장 등 중요기관의 합병증 및 사망환자가 보고되는 중증 질환으로, 약제 내성이 확산되고 있어 지역에 따른 내성여부를 확인 후 예방약제를 선택해야 한다. 말라리아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행이 시작되고 최근 환자가 증가 추세여서 필요한 경우는 예방약제를 여행출발 최소 1주 전, 여행 중, 귀국 후 4주까지 복용해야 한다. 황열과 뎅기열도 모기에게 물려 전파되는 병이다. 뎅기열은 열대 지역에서 흔한 질병으로 뎅기출혈이 동반될 수 있으며 황열은 치명률이 높은 열병으로 황달과 두통, 구토를 동반하게 된다. 황열은 아프리카(가나, 가봉, 말리, 중앙아프리카, 니제르, 콩고, 토고 등), 남아메리카(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볼리비아, 브라질 등)의 열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러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야외 활동을 피하고 긴 상의, 긴 바지, 모기장, 모기약, 몸에 바르는 곤충기피제 등을 준비해야 한다.
성접촉에 의한 질병으로는 임질, 매독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여행자 1000명당 3~4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질병의 특성상 실제 발생률은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전파되는 AIDS의 경우 감염되면 현재까지 완치 방법이 없는 위험한 병으로 주의를 요한다.
최근 외래 진료를 보다 보면 여행지에서 동물에게 물려 교상이 발생했던 환자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단 동물에게 물리면 즉시 지체하지 말고 응급조치 및 현지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상처 감염 외에도 광견병 바이러스 유행지역의 동물(개를 포함한 고양이, 야생 원숭이 등)에게 물린 경우 공수병이 발생할 수 있고 면역글로불린 및 예방 접종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귀국 후에도 잠복기에 있다가 질병이 발병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므로 최소한 수주 동안은 이상 증상 여부를 살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말라리아의 경우는 심지어 일년이나 잠복해 있다가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비단 오지 탐험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여행 시에는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 벌레에 물렸을 때 쓰는 간단한 응급 처치용 약품들은 준비해 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평상시 복용하던 약들도 잊지 마시길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