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 B형간염 치료제 ‘제픽스’ 사용 제한 권고
[쿠키 건강]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내성 발생률이 높은 B형 간염치료제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내성이 높은 약물을 사용해 내성으로 인한 많은 부작용이 B형 간염치료에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유럽의약품청(EMA) 의약품위원회(CHMP: the Committee for Medicinal Products for Human Use)가 만성 B형간염 치료제인 제픽스(성분명 라미부딘)의 사용에 대한 제한을 권고했다.
CHMP의 권고안에 따르면, 제픽스는 내성 발현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만성 B형간염 치료에 대한 사용에 엄격히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픽스는 오로지 대상성 간질환 환자 치료에 내성 발현에 대한 유전적 장벽이 높은 약제의 사용이 어려울 경우에만 대체해 사용될 수 있으며, 비대상성 간질환 환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제픽스와 교차 내성이 없는 2차 약제와 병용 투여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만성 B형간염 치료의 경구용으로 최초로 개발된 약제인 제픽스는 국내에서 지난 1999년 허가를 받고 처방되고 있다. 제픽스는 체내에서 B형간염 바이러스를 줄여주는 항바이러스 약물이지만 1년만 사용하더라도 약 20%의 환자에서 내성 바이러스가 생겨 다시 바이러스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5년 동안 사용한 환자에서 내성이 생기는 비율은 무려 70%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 선진국인 미국(19%), 일본(30%) 등에 비해서는 높은 시장 점유율(약 40%)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7년 발표된 미국간학회 치료지침에 제픽스는 높은 내성 발현율로 인해 1차 치료제로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다고 명시했고, 일본에서도 라미부딘(제픽스)을 1차 치료제에서 제외했다.
유럽에서의 제픽스 시장 점유율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지만 2009년 발표된 유럽간학회 치료지침에 따르면 2009년 업데이트된 미국간학회 치료지침과 마찬가지로 1차 치료제로 바이러스 수치 감소 효과가 강력하고 내성 발현에 대한 유전적 장벽이 높은 약물인 엔테카비어(제품명 바라크루드) 혹은 테노포비어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 발표된 CHMP의 권고안에 따라 제픽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향후 미국과 일본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의료 선진국의 명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내에서 제픽스를 처방받은 환자는 6만 3437명으로 2007년 6만 1166명에 비해 2천여명 늘어났다. 이는 해외에서 제픽스가 내성 문제로 처방이 제한되거나 자율적으로 사용을 줄이는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선진국과는 거꾸로 가는 국내 B형간염 치료
입력 2010-06-22 0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