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긁힘·상처등에 노출돼 증세 악화 우려… 꽉 조이는 좁은 신발 피해야
[쿠키 건강]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여름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노출의 계절을 맞아 남녀 모두 몸짱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들이 한창이고, 쇼핑가엔 다양한 여름 상품들이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발가락이나 발톱 질환으로 인해 고통스런 여름을 맞아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질환은 간단한 치료나 수술로 쉽게 나을 수 있는데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질환들로는 엄지발가락 관절이 튀어나온 무지외반증과 발톱의 양끝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곪거나 보기 흉하게 변형된 내성발톱(내향성 족지발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질환들은 여름철에 샌들이나 앞이 트인 구두 등을 즐겨 신으면서 통증이 심해지거나 땀, 먼지, 긁힘 등으로 상처가 악화되기 쉽다. 각 질환의 치료와 예방법을 통한 건강한 발 관리로 즐거운 여름을 만끽하자.
◇무지외반증= ‘조갑 감입증’, ‘버선발’로 불리기도 하는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의 뿌리 부분인 제1중족-족지 관절이 안으로 돌출돼 신발과 마찰을 일으켜 통증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한마디로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발가락 변형이다.
이 무지외반증은 유전적인 이유로 변형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10명 중 2명 정도다. 더 큰 이유는 일반적으로 굽이 높고 폭이 좁은 구두를 신는 생활 습관 때문이다. 뒷굽이 높으면 체중이 앞으로 쏠려 몸무게가 엄지발가락으로 집중된다. 또한 폭이 좁은 구두는 발가락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신발과의 마찰 횟수가 많아져 상처를 나게 하고 엄지발가락을 새끼발가락쪽으로 휘게 만든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5~6배 정도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여성이 하이힐과 같이 굽이 높고 폭이 좁은 신발을 자주 신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지외반증으로 인한 수술환자는 2004년 1208명에서 2008년 4807명으로 연평균 41.8%, 5년간 무려 4배나 증가했고, 이중 92%가 여성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성들이 키높이 구두를 즐겨 신는 경향이 늘어남에 따라 남성들에게도 경고등이 켜졌다. 키높이 구두는 뒷굽이 5cm 이상인 제품이 많다. 여기에 속칭 남자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키높이 깔창’까지 더하면 무려 7~10cm. 웬만한 여성들의 하이힐과 같은 수준이다.
무지외반증은 보조기, 기능성 신발, 기능성 깔창 등을 이용해 더 이상 엄지발가락이 변형되지 않도록 보조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증세가 심하다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환자의 대부분은 발가락 관절이 붓거나 발가락 뼈를 둘러싼 골막에 염증이 생겨 지속적인 통증이 나타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연세SK병원 정형외과 김원석 원장은 “초기 치료를 놓쳐 증세가 심해지면 발가락 관절이 변형될 수 있고, 자세가 잘못되면서 발목이나 무릎, 고관절에 변형이나 통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되도록이면 뒷굽 높이가 5cm 이하의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수술 치료에는 휘어진 발가락 부위를 잘라서 가지런하게 하는 절골술이 널리 쓰인다. 수술시간은 1시간 정도로 수술 후 한 달 정도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내성발톱(내향성 족지발톱)= 내성발톱은 ‘내향성 족지발톱’으로도 불리는데 발톱의 양 끝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자라는 질환이다. 내향발톱 역시 체중이 가장 많이 실리는 엄지발가락에 주로 생기며 걸을 때나 상처부위가 외부와 닿게 되면 뼈까지 저려오는 듯한 심한 통증이 생긴다. 2차 세균감염이 발생하면, 붓고 곪아 진물이 나거나 고통 때문에 걷기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내성발톱의 원인은 발톱 모양이 과도하게 굽어있거나, 반대로 발톱주위 피부가 많이 튀어나온 선천적 요인, 발톱의 양 끝을 지나치게 짧게 깎는 습관이나 발톱무좀 등과 같은 질환에 의한 후천적 요인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또한 무지외반증과 마찬가지로 앞이 좁거나 꽉 조이는 구두나 하이힐도 내성 발톱을 일으키는 대표적 요인이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치료는 대부분 증상치료 정도이고, 아주 심하면 발톱을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즉 내성발톱으로 인해 염증이 생겼다면 항생제 처방과 함께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주는 방법을 통해 일시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형이 심하고 감염위험이 높을 때는 발톱 전체를 뽑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최근의 치료법으로는 재발률을 더욱 낮추고 치료기간을 단축시킨 케이디(K-D) 치료법이 많이 쓰인다. 증상이 보통 내지 심한 경우에 플라스틱 발톱 성형기구를 1년 정도 발톱 밑에 끼워 발톱 모양을 잡아주는 방법인데, 형상 기억 합금으로 된 교정기구를 발톱의 좌우 끝에 고정시키면 발톱 밑의 피부가 고정된 발톱 모양에 맞춰 제자리를 잡게 되고 발톱도 여기에 맞게 정상적으로 자라는 원리다. 큰 수술 없이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고, 3~6주 착용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연세SK병원 정형외과 소동문 원장은 “이 질환들은 평소 발가락에 가해지는 고통도 크지만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몸이 스스로 자세를 변형시키면서 균형을 흩뜨려서 무릎이나 허리 등에 2차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며 “교정이나 수술을 통해 비교적 어렵지 않게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고통을 참기보다는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여름철 발가락 건강관리]
우선 신발은 되도록 발이 편한 것으로 선택한다. 굽이 너무 높거나 볼이 꽉 죄는 구두보다는 발가락과 발톱에 과도한 하중이 실리는 것을 줄이는 플랫 슈즈와 같은 신발이 좋다. 또한 발톱을 너무 짧게 자르면 발톱이 발가락 모서리쪽으로 자라 살을 파고들 수 있고, 옆모서리를 파서 상처가 생기면 감염위험도 있기 때문에 평소 발톱은 조금 길게, 끝이 일직선이 되게 잘라주는 것이 좋다.
일과 후 집에서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거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발톱질환이 무좀 때문에 생길 수도 있어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는 먼지나 땀 등으로 인해 2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외출에서 돌아온 후 발을 잘 씻는 것은 물론 잘 말려줘야 하며, 물기에 젖은 양말은 자주 갈아 신어 발을 항상 뽀송뽀송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무좀은 다른 곰팡이질환과 마찬가지로 전염이 잘 된다. 때문에 곰팡이가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가 있는 수영장이나 공중목욕탕, 찜질방 등에서 발수건이나 슬리퍼, 손톱깎이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무좀이 있다면 꾸준히 약을 바르고 관리를 해야 낫는다.
또 평소 발가락을 양 옆으로 벌려주거나 발끝으로 잠시 서있는 동작도 발의 피로를 풀어주고 발가락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발가락과 발톱건강에 도움이 된다.
여름철 발가락질환 방치하면 ‘고생’, 신경 쓰면 ‘회생’
입력 2010-06-18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