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월드컵 응원전 ‘습기·한기 주의보’

입력 2010-06-16 13:40

습도 높은 장마철, 습(濕), 한(寒), 습열(濕熱)요통 유발할 수 있어… 찬 바닥에 앉을 때는 방석이나 신문 미리 준비해야

[쿠키 건강] #지난 12일 대한민국과 그리스의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시청 앞 서울광장을 찾은 회사원 이모(36)씨.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로 유명한 곳이기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양한 공연들로 인해 경기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한껏 들뜬 이씨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흥분된 마음으로 점프를 하며 목이 터져라 격렬히 응원했다. 경기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씨는 허리가 묵직하게 아픈 것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이씨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고 결국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왔다.

최근 ‘월드컵 응원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온 몸에 받았다가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가운데 비를 맞아가며 갑작스럽게 열띤 응원을 하기 때문이다. 새벽 한기를 고스란히 느끼는 길거리 응원이나 TV앞에서 장시간 긴장된 자세로 밤을 꼬박 새는 올빼미 응원은 이러한 증상을 가속화시킨다. 더욱이 장마철이 시작되는 시기이기에 허리나 무릎 등 습도에 민감한 신체 부위의 이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씨의 경우 장시간 습하고 차가운 바닥에 오래 앉아 갑자기 과도한 움직임과 응원으로 허리에 무리를 준 것이다. 한방에서는 추위와 습기가 관절기 계통에 치명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생한방병원 김창연 원장은 “새벽 길거리 응원과 같이 장시간 한기와 습기를 느껴야 하는 상황에 몸을 방치한다면 척추를 비롯해 관절 계통에까지 무리를 줄 수 있다”며 “습(濕), 한(寒), 습열(濕熱) 등은 ‘동의보감’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요통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허리에 돌을 얹은 듯 무거운 ‘습요통’

습요통은 습이 원인이 된 요통을 말하는 것으로 장마철에 축축한 바닥이나 잔디밭에 오래 앉아 있을 경우 몸에 습기가 스며듦으로써 발병하기 쉽다. 습요통은 불필요한 습기가 땀구멍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허리 근육 조직과 신경계에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에 생긴다. 즉 습기가 강한 자극제가 돼 과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증상은 허리에 돌이나 얼음을 얹은 듯 무겁고 차가운 것이 특징이고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지게 된다. 김 원장은 “평소 요통이 없었더라도 이씨와 같이 장시간 습기가 많은 환경에 노출되면 습요통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습이란 일순간에 침투해 문제를 일으키기보다 조금씩 몸에 스며드는 것이므로 요통이 없는 사람일수록 평소 습을 피하는 예방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비오는 날에는 비를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습도가 높은 야외에서의 활동과 장시간 외출을 자제해 간접적으로도 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운동이나 외출 후에는 가급적 빨리 샤워를 해 흘린 땀이 다시 땀구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김 원장은 “월드컵 시즌이라 길거리 응원을 많이 하는데, 거리 응원을 위해 찬 바닥에 앉을 때는 반드시 방석이나 신문을 깔고 앉아 습기와 한기가 몸에 바로 닿는 것을 막아주고, 관절이 안 좋은 사람은 미리 보호대를 착용해 보온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여름에도 몸이 차가워지면 생기는 ‘한요통’

날씨로 인해 나타나는 또 다른 요통으로 한요통을 들 수 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경기는 저녁 혹은 새벽에 진행되기 때문에 한요통의 위험이 더욱 높다. 야외 길거리 응원을 하면서 차가운 맨바닥에 오래 앉아 있은 후 허리가 아프다면 이는 한요통일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나타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몸의 보온에 대한 관심이 덜한 여름철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장마철에 오래 노출될 경우 한기로 인해 허리근육은 차가워지고 굳어져 혈액 순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증상은 허리가 찬물에 가라앉은 듯 심한 통증이 밀려오고, 몸을 따뜻하게 하면 좀 나아지다가도 찬 바닥에 앉거나 에어컨 바람을 쐬게 되면 또 다시 허리가 시린 증상이 재발하게 된다. 김 원장은 “이러한 한요통은 외부의 찬 기운이 몸 안으로 침입해 뼈와 근육, 방광, 생식기 등을 주관하는 신(腎)이 손상돼 허리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며 “특히 추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체질이라면 더욱 발병률이 높다”고 말했다.

만성요통 환자나 과거에 요통을 앓은 적이 있는 경우 장마철에 요통이 재발하기 쉬우므로 항상 실내 습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하루 종일 냉방이 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허리 보온을 위해 보호대를 착용하거나 퇴근 후 30분 이내의 온욕을 하면 한요통을 예방할 수 있다.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차가워진 허리에 따뜻한 바람을 쐬어 줘도 좋다.

◇장마철의 단골손님 ‘습열요통’

한참 무더위와 싸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마철이 다가왔다. 여름철에는 무더위와 장마가 번갈아가며 나타나 열기와 습기가 모두 인체에 자극을 줌으로써 습열요통을 발생시키기 쉽다. 이러한 날씨의 변화는 무력감과 피로에 빠뜨리기 쉽다. 특히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뜨거운 때라 한낮의 높은 기온과 응원 열기에 장마철의 습기가 겹치다 보면 ‘습열요통’의 위험이 높다.

습열요통은 평소 보양식과 같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순환과 소화 능력이 저하돼 외부에서 들어온 습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쌓여 발생할 수 있다. 습열요통은 날씨와 같은 외부의 요인도 있지만, 산후조리가 부실하거나 평소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도 나타나기 쉽다. 이러한 습열요통은 습요통처럼 허리가 무겁고 아프면서 열로 인해 화끈거리는 증상까지 동반해 두 배의 고통이 따른다.

김 원장은 “요통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만히 누워 푹 쉬는 것은 좋지 않다”며 “오히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움직여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틈나는 대로 스트레칭 할 것을 권장했다.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는 스트레칭으로는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서서 손으로 허리를 받치고 몸을 뒤로 젖혀서 5초 정도 기다린 후 다시 펴 주는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틈틈이 5~10초 정도 크게 기지개를 켜주거나 가볍게 허리를 돌려주는 것만 해도 근육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심해 참기 어려울 때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방에서는 척추와 주변 근육의 긴장을 풀어 통증 부위의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한·습으로 흐트러진 척추와 근육을 바로 잡는 추나요법을 시행한다. 약물치료를 위해 습요통에는 약성이 따뜻하고 습을 말릴 수 있는 백출, 진피, 두충을, 한요통에는 오수유, 육계, 부자 등의 따뜻한 약을, 습열요통에는 습열을 제거하는 창출, 황백, 천궁 등이 쓰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월드컵 관전 중 즐겁게 따라 할 수 있는 ‘박지성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응원체조’]

1. 들썩들썩 체조= ①양 팔을 쭉 뻗거나 앞에 앉은 사람의 어깨를 잡는다 ②왼쪽 골반을 오른쪽으로 들어준다 ③오른쪽 골반을 왼쪽으로 들어준다(좌우 8회씩 반복)

2. 한 골 더 체조= ①오른손을 허리에 대고 왼손가락으로 1자를 만들어 팔을 쫙 펴 하늘을 찍으면서 허리를 오른쪽으로 튼다 ②왼손을 허리에 대고 오른손가락으로 1자를 만들어 팔을 쫙 펴 하늘을 찍으면서 허리를 왼쪽으로 튼다 ③오른손을 허리에 대고 왼손가락으로 1자를 만들어 팔을 쫙 펴 어깨 방향을 찍으면서 허리를 오른쪽으로 튼다 ④왼손을 허리에 대고 오른손가락으로 1자를 만들어 팔을 쫙 펴 어깨 방향을 찍으면서 허리를 왼쪽으로 튼다

3. 환호 체조= ①오른쪽으로 허리를 틀면서 손바닥을 쫙 펴고 팔꿈치를 굽힌다. 등을 모아 가슴을 활짝 펴준다 ②정면을 보고 가슴 높이에서 양손바닥을 부딪쳐 박수를 친다(좌우 4회씩 반복)

4. 파도 체조= ①손바닥을 마주 보게 해 양팔을 하늘을 향해 쭉 뻗는다. 양팔을 오른쪽으로 기울여 왼쪽 옆구리를 펴준다 ②손바닥을 마주 보게 해 양팔을 하늘을 향해 쭉 뻗는다. 양팔을 왼쪽으로 기울여 오른쪽 옆구리를 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