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뇌기능의 연구를 통하여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입력 2010-06-16 07:40
<글·최영민 인제대학교 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이미 일정한 정서상태, 예를 들어 우울증상에 대한 뇌기능의 연구 등은 이뤄지고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인간의 정서상태를 비롯한 전반적인 심리상태와 그런 정서 혹은 심리상태와 연관되는 뇌기능을 연결 지어 설명하려는 시도들은 상당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우울감정은 뇌 해부학의 어느 부위와 연관되고 분자생물학적으로 이러이러하게 이해될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이 가능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뇌기능으로서 우울감정과 인간의 감정으로서 우울감정은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한 정서 상태가 뇌기능의 어떤 변화에 의해 생겨나는지를 설명하는 것과 그런 정서상태를 가진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차원일 수 있다.

베토벤, 슈만, 반 고흐, 링컨, 윈스턴 처칠, 테네시 윌리엄스, 톨스토이, 헤밍웨이, 미켈란젤로 등 이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기여자이지만,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 정신병을 앓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마음이 있기에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마음’을 뇌기능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것과, ‘마음을 가진 인간’을 설명하는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이 된다.

사랑의 뇌 물질이라고 보고된 것들이 있다. 페니레틸라민, 도파민, 노레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다. 사랑을 할 때 상대방에 대해 기분 좋게 만들고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이들 물질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6개월에서 길어야 3년 정도 지나면 이들 물질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사랑은 시들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다른 연구자는 이후에도 옥시토신, 엔돌핀 등의 화학물질들이 뒤를 이어 사랑의 관계를 연결시켜 준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뇌기능으로 설명할 때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환원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어떤 물질의 작용이다’는 식의 설명이 대표적인 환원론이다.

페니레틸라민이 사랑에 관여하는 물질일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사랑은 그러한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도 당연히 포함되지만 그것은 사랑은 아니다. 사랑은 두 사람이 새로운 세계를 계속해서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만의 사랑의 세계를 심화시키고 확대해 가면서 전에는 없던 새로운 사랑이 창조되는 것이다. 사랑은 새로운 창조라는 차원에 속한다. 어떤 화학적 물질에 의한 화학적 반응은 그러한 창조의 과정에 관여하는 생물학적인 요인일 뿐이다.

마치 사랑이 커다란 3차원 원통이라면 신경전달물질에 의한 ‘화학적 반응’은 원통을 형성하는 한 평면으로서의 2차원 원과 같다. 사랑과 사랑의 화학적 반응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