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병원에 근무하다보면 자연스레 아는 환자가 오게 된다. 내 가족일 수도 있고 친척일 수도 있지만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된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는 소개환자라고 하지 않는다.
소개환자는 이런 분들이 소개하는 환자다. 그러니까 필자를 잘 아는 분들이 자신들의 지인들 중 필자에게 소개한 환자를 말한다.
사실 소개환자는 여러모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나를 직접 아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운 점이 있을 때 병원의 상황이나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수도 있겠지만 소개환자는 그럴 수가 없다.
필자를 소개해준 분의 얼굴을 봐서라도 잘해드려야만 한다는 부담이 있다. 더군다나 그 분이 집 근처의 유명병원을 놔두고 찾아왔거나 혹은 멀리 지방에서라도 왔다면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사나 진료순서가 다른 환자들과 같아서는 안 된다. 예약 없이도 CT를 찍어야 하고 진료순서도 남들보다 빨라야 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소개한 분들로 부터 나중에 쓴 소리를 들게 될 수도 있다. 이래저래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작 곤란한 일은 따로 있다. 소개한 분이 자기가 소개한 환자의 병세에 대해 묻는 일이다.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나중에 환자를 만났을 때 환자는 미처 모르지만 의사가 알려준 정보로 도움을 주려는 선의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의 병에 관해서는 환자 본인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알려 줄 수 없다. 이런 질문은 서로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에 따라서는 언성이 높아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의사에게 환자를 소개해 보냈다면 그는 그것으로 성의를 다한 것이다. 모든 것이 넘치면 오히려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하지 않았는가. 좋은 뜻이지만 그 때문에 서로 불편하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형규 칼럼] 병세 묻지 말고 좋은 의사 소개에 그쳐야
입력 2010-06-15 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