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정신 서대문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오는 6월16일은 음력으로 5월5일, 바로 ‘단오’다.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단옷날을 즈음해 모내기를 막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며 갖가지 행사를 벌였지만 오늘날 현대인에게는 그저 옛 풍습의 하나라 생각될 뿐이다. 그런데 옛 사람들의 그것을 잘 살펴보면 이맘때쯤 어떻게 건강관리를 했는지에 대한 지혜가 쏙쏙 숨어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로 아이 건강을 대비해볼까 한다.
단오는 날짜에 5라는 숫자가 두 번 들어간다. 옛날 사람들은 홀수가 두 개 겹치는 날을 양기가 충만한 날이라 여겼다. 양기란 햇볕의 따뜻한 기운,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활발한 기운 등을 뜻하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여름은 날씨가 덥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많이 나며 더위를 먹어 축 처지거나 상한 음식을 먹기도 쉽다는 특징이 있다.
◇몸속 습기 없애 피부를 보송하게
단오 하면 먼저 떠오르는 ‘창포물에 머리감기’가 있다. 창포는 연못 주변 등에 나는 식물의 한 종류인데 그것을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윤기가 나고 잘 빠지지 않는다고 해서 단오 때마다 여인들은 머리를 풀어헤쳐 여름 준비를 했다. 창포에는 진균 억제효과도 있어 땀 등으로 짓무르기 쉬운 두피를 건강하게 했다. 평생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살았던 조상들에게 이 날은 가장 시원한 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창포가 거의 없어진 요즘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아이들은 매일 머리를 감지만 유달리 땀이 많은 아이라면 머릿속에 땀띠나 뾰루지 같은 피부 발진이 나기 쉽다. 특히 몸속에 습하고 더운 기운이 많은 아이는 짓무르기 쉽기 때문에 ‘습(濕)’을 말려야 한다. 이를 위해 창출, 후박, 곽향 등을 넣고 달인 한약이 있는데, 가정에서는 가벼운 운동으로 땀과 소변이 잘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율무차도 이를 돕는다.
◇도망가는 식욕 붙잡아두기
대개 더우면 식욕이 감소한다. 입맛이 없어지고 물이나 음료수만 찾게 되고 물배를 채우고 나면 배가 불러 음식이 입에 당기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옛 사람들은 단옷날에 들에 나가 익모초와 쑥을 뜯었다. 익모초로 즙을 만들어 마시면 식욕을 왕성하게 만들고 몸을 보하는 데 효과가 있다. 쑥은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고 피를 맑게 하는데 단오에 캔 쑥은 약성이 가장 좋다. 주로 수레바퀴 모양으로 떡을 만들어 먹었다.
여름에 식욕을 잃지 않으려면 더위를 먹지 않아야 하는데 관련된 궁중풍습도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단옷날이 되면 내의원에서 임금에게 제호탕과 옥추단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제호탕은 사인, 오매, 초과 등의 한약재를 갈은 뒤 꿀에 섞어 달인 약으로 일종의 청량음료다. 더위가 심할 때 마시면 더위를 식히고 몸의 순환을 촉진해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옥추단은 구급약 같은 것으로 여름철 구토와 설사가 났을 때 물에 타마셨다고 한다.
아이에게 제호탕은 못 먹이더라도 청량음료 대신 생맥산차, 앵두화채 등을 만들어주면 어떨까?(아래 만드는 법 참조) 점점 더위에 지쳐 달아나고 있는 입맛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더위를 맞이하는데 앞서 더욱 중요한 건 아이의 소화기에 문제는 없는지, 체력이 약해 더위를 쉽게 먹지는 않을지 점검하는 일이다. 여름 건강관리를 단오에서 시작해보자.
[Tip. 더위 물리치고 입맛 돋우는 한방음료]
△생맥산차= 오미자, 인삼, 맥문동을 1:2:1의 비율로 물에 넣어 끓인 뒤 꿀을 타서 마신다.
△앵두화채= 앵두를 씻어 씨를 뺀 뒤 설탕이나 꿀에 재웠다가 오미자 국물에 띄워 마신다.
[칼럼] 단옷날, 더위 맞을 준비하셨나요?
입력 2010-06-15 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