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주치의] ⑨입 냄새, 토끼똥 만성식체증후군을 아시나요?

입력 2010-06-14 09:04

[0-5세 아이를 위한 건강육아비법]
<글·최혁용 함소아한의원 네트워크 대표원장>

함소아한의원은 개원 11주년을 기념해 300만 소아진료에서 검증된 자연주의 육아 지침서 ‘함소아 내 아이 주치의’출간했다. 책을 통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주치의인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건강 문제를 쉽게 해결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노하우를 알아보자.-편집자주-

[쿠키 건강] 아이와 하루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추는가? 그럴 때마다 입 냄새를 맡아보는가? 아이가 방귀를 낄 때 냄새를 유심히 맡아본 적이 있는가? ‘뽕’ 소리에 귀엽다며 가볍게 흘려버리지는 않는지……. 하지만 엄마라면 아이의 냄새에 민감해야 한다. 입 냄새, 방귀냄새 뿐 아니라 대소변 냄새와 모양, 땀 냄새와 유형 등 아이가 풍기는 모든 것은 그 자체가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적인 식체(食滯)로 내부 기운이 꽉 막힌 아이에게는 그것이 핵심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소화기 흐름 막히면 만성식체증후군

흔히 식체라고 하면 일시적으로 체했다는 것을 뜻하지만 ‘만성적인 식체’는 그것이 오랜 기간 지속돼 여러 고정적인 증상을 달고 다른 질환을 유발시키는 것을 말한다. 증상이 여럿이기 때문에 만성식체증후군으로 묶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식적(食積)’이라고도 하는데 ‘음식이 쌓인다’는 뜻처럼 음식물의 나쁜 기운이나 노폐물이 몸속에 쌓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불쾌한 입 냄새, 방귀냄새 등은 만성식체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아이는 보통 어른에 비해 소화능력이 약한데 이유식을 단계별로 하지 않았다거나 소화기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이 장에 남아 부패돼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오거나 밑으로 내려가면서 냄새 또는 신트림을 한다. 이와 더불어 식사 후 2시간이 지난 후 누웠을 때 배가 가슴보다 더 올라오는 올챙이배의 아이라면 만성식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침, 콧물 등 감기 증상도 나타나요”

만성식체가 있는 아이에게는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염소똥 같이 동글동글하게 끊어진 된 똥을 보기도 한다. 아이의 소화기가 무리한 탓에 몸에 열이 쌓여 가슴이나 등을 만져보면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그 탓에 아이는 가려움증을 느껴 등을 긁어달라고 보채거나 잘 때마다 시원한 곳을 찾아 이러 저리 굴러다니느라 바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소화기 문제가 호흡기까지 전달돼 기침, 콧물, 코막힘, 가래 등을 일으킬 때다. 폭식이나 과식으로 항상 부어 있는 위장이 인접해 있는 횡격막의 움직임 또는 폐 기운의 흐름을 방해해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감기나 비염 등으로 오해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이럴 경우 감기 치료를 해도 증상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피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두드러기, 뾰루지, 발진 등이 나타나는데 아토피라 착각하기도 한다.

◇“과식, 야식 피하고 마사지로 순환 도와요”

만성식체를 해결하는 데 핵심은 식습관을 바로잡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소화가 잘되도록 해야 하는데 빨리 먹거나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 자기 직전에 먹는 습관은 소화를 방해하므로 꼭 피해야 한다. 특히 생후 7~8개월이 지난 아이가 밤중 수유를 계속하면 만성식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떼도록 하자. 이유식은 단계별로 하되 씹는 훈련을 잘 시켜야 한다. 국수나 빵 등은 씹는 훈련에는 도움이 안 된다.

한방에서는 만성식체가 있는 아이에게 주로 ‘평위산’을 처방한다. 위를 편하게 해주는 처방인데 위장의 기운이 잘 돌게 해서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복부에 찬 가스를 몸 밖으로 빼준다. 한약 외에 도움이 되는 치료법으로 마사지가 있다. 아이를 바로 눕히고 갈비뼈 아랫부분을 양 옆으로 쓸어 내려준 뒤, 손바닥 전체로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돌려가며 문질러준다. 다시 아이를 엎드리게 한 다음 등 전체를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허리에서 손가락 한마디 올라간 양쪽을 살짝 눌러주면 막힌 기운이 풀어진다.

[Tip. 만성식체증후군 주요 증상들]

-밥 먹는 시간이 불규칙하고 폭식을 해요
-음식을 입에 물고 있는 등 잘 먹지 않아요
-아이 몸무게가 10kg이 넘었는데도 젖병을 물고 잠들어요
-돌이 지났는데도 우유를 하루에 1000cc 이상 마셔요
-음식을 씹지 않고 삼켜요
-밀가루 음식, 달거나 찬 음식을 많이 먹어요
-염소똥처럼 동글동글한 변을 봐요
-잠들 무렵 등을 긁어달라고 해요
-잠들 무렵 머리에서 땀이 많이 나요
-잘 때 벽, 바닥 등 찬 곳을 찾아 다녀요
-신트림을 자주 해요
-콧물, 코막힘, 가래, 잔기침 등의 증상이 오래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