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단오(6월16일)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여름은 덥고 습한 기운이 강해 사기(나쁜 기운)가 많고 몸속에 열기가 많이 쌓이는 계절이다. 특히 성장하기 위한 열기가 가득한 아이들은 여름 기운을 만나 속열을 더욱 키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윤종현 일산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은 “아이를 평소 시원하게 키우는 등 열을 쌓지 않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몸속 열을 식히는 시원한 성질의 한약으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여름, 우리 아이 몸속 열기 잡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몸속 열, 많으면 성장발달 어렵다
아이는 열기와 양기가 많아 더위를 잘 탄다. 두꺼운 요에서 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자꾸 깨고, 얇은 이불도 발로 걷어차기 일쑤다. 특히 요즘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화 되면서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아이들 몸속에 더욱 열이 쌓이고 있다.
열이 쌓이면 몸속 기의 순환이 막혀 장부의 기능이 떨어지고 몸에 기운이 없어진다. 잠을 잘 못 자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고 밥맛도 없어해, 전반적인 성장발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세균성 장염이나 식중독, 아토피, 열감기 등 다양한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온열? 습열? 우리 아이 속열의 정체는 뭘까
속열은 온열과 습열로 구분할 수 있다. 온열은 사막과 같은 ‘뜨겁고 건조한 기운’이고, 습열은 한증막 안처럼 ‘덥고 끈적한 기운’이다.
온열인 아이는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며 얼굴이 잘 붉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변이 딱딱하며 색이 검은색에 가깝다. 찬물을 많이 찾고 등이나 머리에 땀이 많으며, 코가 잘 막히는 비염이나 건조한 아토피, 변이 굳어 생기는 변비에 잘 걸린다.
이런 아이들은 평소에 수박, 메론, 참외 같이 물기가 많고 찬 성질의 과일을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실내 공기와 습도에 민감하므로 환기를 잘 시켜주고 습도는 40~60%에 맞춰주도록 하자. 열기를 만드는 컴퓨터, 게임기, TV 사용은 줄여야 한다.
습열인 아이는 이마에 땀을 많이 흘린다. 덥고 습한 기운은 쉽게 부패하기 때문에, 대변이 끈적하고 냄새가 심하며 입냄새가 잘 나고 혀에 설태가 낀다. 누런 콧물이 많이 나오는 비염이나 감기, 진득한 변을 보는 변비나 비만 등이 올 수 있다.
습열인 경우 물기 많은 과일을 먹으면 설사가 쉽게 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나물, 특히 취나물이나 고사리 같이 말린 나물을 먹는 것이 좋다. 땀을 흠뻑 내는 운동을 자주해 습기를 내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열 처방_몸속 열 내리고 수분을 촉촉하게
속열이 너무 많다면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는 관리가 어려우므로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온열의 경우 사막에 단비를 내리듯이 몸속 열을 풀어주면서 수분을 보충해 촉촉하게 해주는 백호탕, 청영탕, 서각지황탕 등의 처방을 한다. 대표적인 처방인 백호탕은 흔히 여름에 ‘더위 먹었다’고 말하는 더윗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입이 마르고 얼굴이 붉어지며, 밥맛은 없고 물만 자꾸 들이키는 증상이 나타난다. 위에 열이 쌓이는 것이 원인이므로 이를 풀어줘 치료할 수 있다.
온열 치료에 주로 쓰이는 약재로는 위와 폐의 열을 내려주는 석고가 있다. 열이 깊을 때는 목단피, 현삼 등의 약재가 많이 사용된다. 목단피는 피의 순환을 도우면서 피 속의 열을 내려주고, 현삼은 물기를 보충해 열을 식혀준다.
습열 처방_뭉친 습기 풀고, 몸속에 골고루 돌리고
최근에는 온열보다는 습열이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다. 여름이 길어지고 기후가 아열대화 되면서 뜨겁고 축축한 기운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 습열은 온열에 비해 나타나는 시기가 다양하고 증상이 복잡해 치료가 어려운 편이다. 습하고 더운 여름에도 많이 나타나지만, 뜨거운 열기가 지나간 후 초가을이 왔을 때쯤 찬기를 받아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습열 치료법은 열을 내리고 습을 풀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 여기서 ‘습을 풀어준다’는 것은 고여 있던 습기를 풀어 몸속에 골고루 돌도록 도와준다는 뜻이다. 몸속에 잘 돌고 있거나 점막을 촉촉하게 적시는 역할을 하던 물기가 세균, 바이러스 등의 영향으로 정체되면 콧물, 가래 같은 담이 된다. 몸속 진액의 순환을 막는 이들을 한약 복용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다.
습열은 몸속 습기를 풀고 열을 내리는 방법을 쓰며 감로소독음, 지실도체탕, 용담사간탕 등을 처방한다. 습열이 대장에 쌓이면 썩은 기운이 돌아 변이 까매지고 냄새가 나며, 이 기운이 경락을 타고 올라가 구내염이나 입냄새를 유발한다. 습열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인 감로소독음은 이렇게 대장에 쌓인 열과 습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약재로는 습을 풀어주는 활석이 많이 쓰인다. 열이 깊을 때는 황연, 황금 등의 약재들을 쓰는데, 황금은 심장과 인체상부의 열을 내리고, 황연은 심장과 비위에 찬 열을 내려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윤종현 일산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더운 여름, 쿨~ 보약으로 몸속 열 식히자
입력 2010-06-10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