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라이셀, 백혈병 1차 치료제로 가능성 입증

입력 2010-06-08 10:20
글리벡과의 비교임상 연구결과, 미국임상종양학회 및 NEJM에 동시 발표돼

[쿠키 건강] 제46차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에서 BMS의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닙)이 만성골수성백혈병의 1차 치료제로서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는 임상결과가 발표됐다. 이 결과는 또한 미국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도 동시 발표됐다.

지난 6월 4일부터 8일까지 총 5일간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되는 이번 학회에서는 본학회와 구두발표 등을 통해 다양한 항암제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는데, 특히 지난 5일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글리벡과 스프라이셀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임상결과가 최초로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 산하 MD 앤더슨 암센터의 백혈병학과장을 맡고 있는 하곱 칸타지안 교수팀이 진행한 글리벡과 스프라이셀의 다국가 3상 비교임상(DASISION) 결과, BMS의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닙)이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에 비해 초치료 환자들에게 보다 빠르고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됐다.

이번 DASISION 연구는 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없는 519명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대상으로 복용하게 될 치료제를 사전에 공개하는 형식(open-label)으로 진행됐다. 임상을 진행한 12개월 후 각 복용군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스프라이셀을 복용한 환자의 77%가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완전히 없어진 반응을 보인 반면, 글리벡은 스프라이셀에 비해 11% 낮은 66%의 환자에서만 해당 반응을 이끌어냈다(p=0.007).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일으키는 주 원인으로 꼽히는 변형된 유전자로, 이 염색체가 완전히 제거된 상태인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CCyR: Complete Cytogenetic Response)을 보였다는 것은 곧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임상을 총괄한 칸타지안 교수는 “치료제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완전세포유전학적 반응(CCyR)은 대체적으로 스프라이셀 복용군에서 더 빨리 나타났으며, 이 중 54%의 환자들에서는 임상 시작 3개월 만에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다국가 임상에 참여한 백혈병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이번 DASISION 연구결과는 매년 전세계에서 새롭게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되는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선택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스프라이셀 100mg과 글리벡 400mg의 치료효과를 직접 비교한 최초의 임상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연구결과가 스프라이셀의 효능을 확실하게 입증함에 따라 앞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BMS제약 마이클 베리 사장은 “BMS는 스프라이셀이 만성골수성백혈병 만성기 성인 환자를 위한 1차 치료제로 승인될 수 있도록 이번 DASISION의 임상결과를 전세계 보건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는 스프라이셀이 내년 경 1차 치료제로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학회에서는 글리벡에 내성 혹은 불내약성을 보이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670명을 대상으로 한 스프라이셀의 4년 추적 임상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임상결과에 따르면 하루 1회 스프라이셀 100mg을 복용한 환자의 4년간 전반적인 생존율은 82%, 질병 무진행 생존율은 66%로 나타나 현재 2차 치료제로서 사용되고 있는 스프라이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다시금 입증했다.

현재 스프라이셀은 글리벡과 같은 선행 요법으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거나 그에 대한 저항성이 있는 환자들에게 2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글리벡에 대한 심한 부작용을 경험했거나 내성이 생겨 더이상 글리벡을 복용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도 사용되고 있다. 2009년 새롭게 개정된 유럽백혈병협회(ELN)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1차 치료제에 문제가 발생하면 스프라이셀 등 2차 치료제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발표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