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술에 대한 혐오를 주는 가상체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중앙대용산병원 정신과 한덕현 교수팀은 하루에 평균 약 1.7리터의 알코올을 평균 15.7년 동안 섭취해온 알코올 의존 환자 37명(남성, 평균나이 38.9세)을 대상으로 술에 대한 혐오를 주는 가상체험을 하는 ‘가상현실 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알코올에 대한 욕구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4일 밝혔다.
가상현실 치료는 그동안 고소공포증, 비행공포증 등의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왔지만 알코올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게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현실 치료프로그램은 10분씩 총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에서는 편안히 눈을 감은 상태에서 환자의 뇌파를 측정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 환자는 시각, 청각, 후각 자극을 통해 가상 음주 상황을 체험한다. 마지막 단계, 혐오상황에서는 가상의 환자가 구역질을 하는 장면을 시청하면서 미각, 청각, 후각을 반복적으로 자극받는다.
연구팀에 따르면 가상 음주를 체험하는 단계에서 알코올 의존 환자의 뇌는 일반인보다 더욱 흥분했다. 안정된 상태에서 뇌 전두엽에서 나오는 알파파가 일반인에 비해 더욱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의존 환자의 뇌는 술에 대한 혐오자극에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 자극을 받은 환자의 뇌는 알코올에 대한 갈망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알파파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가상현실 치료는 술에 대한 욕구를 줄여 알코올 의존성을 떨어뜨리고 알코올 중독 재발률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이 치료는 상담을 통해 잘못된 행동 패턴을 교정하는 기존의 인지치료에 비해 참여자가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쉽고,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입체영상과 그래픽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상현실 치료 효과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 교수는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약리생화학행동학회지 2009년 1월호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 2009년 7월호에 발표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술먹고 토하는’ 가상체험으로 알코올중독 치료한다
입력 2010-06-07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