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따라잡기] 박중훈, 연륜의 향기를 스크린에 꽃피우다

입력 2010-05-31 11:19

[쿠키 건강] 성공불패의 공식은 실패를 통해야만 비로소 완성에 이른다. 배우 박중훈은 충무로 최고의 흥행배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연기인생을 다시 쓰고 있다.

90년대 최고의 배우라는 주위 평가와 넘치는 자신감으로 인해 실패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이제 비로소 진정한 인생의 희로애락을 알아가는 듯 보인다.

그는 올해로 연기인생 25년을 맞이한 충무로 영화계의 베테랑 배우다. 지난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이후 코미디, 멜로, 액션, SF 등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영화를 이끌어온 산 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투캅스’ ‘ 마누라 죽이기’ ‘할렐루야’ 등 코미디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던 중 2000년대 미국진출과 흥행실패로 인해 잠시 좌절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영화 ‘라디오스타’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더니 ‘해운대’에서는 1000만 흥행을 이끌며 한국영화 흥행 불사조의 면모를 다시 과시했다.

최근 그는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그야말로 연륜에 걸맞는 조화로운 연기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고 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은 그간 잊고 있었던 ‘박중훈표’ 연기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백수나 다름없는 삼류건달 연기를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고 감칠맛 나게 소화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에서 ‘역시 박중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박중훈의 이미지로는 넉살 좋은 웃음 뒤에 꼭꼭 숨겨둔 지독한 투지, 발에 땀이 나도록 쫓아와 놓고선 적 앞에서 한 번씩 웃어주던 여유, 입은 웃고 있지만 언제나 이글대는 눈빛 등을 떠올리게 된다. 늘 있는 척, 센 척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마음을 숨겨두곤 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오랜 연기경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의 외모 중 턱과 짧은 인중은 강인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깡패나 건달 역할에 잘 어울리는 것이다.

하지만 잘 발달된 이마, 눈의 기운 때문에 냉혹한 역할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영화처럼 삼류건달 역할을 맡더라도 선량함과 기품을 잃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평상시 코가 내려가고 입꼬리는 올라가는 모습이 특징적인데 이는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표정 속에서 박중훈표 코믹연기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박중훈의 외모는 근엄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품고 있다. 역할과 배역을 달리하면서 충무로 영화계를 이끌 수 있는 그의 힘도 이러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최근 그는 “감성을 그대로 연기에 녹이는 연기자, 연기에 살아온 인생이 녹아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좋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인간으로서 자연인과 배우의 삶을 일치시켜 삶 속에서 인생을 연기하려는 그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지.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

<도움말 : 박현성형외과 박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