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귀 건강’ 미리미리 체크하자

입력 2010-05-25 07:31
난청, 일상생활 물론 심리적 영향도 야기… 전문의와 청각사 통한 공동관리 필수

[쿠키 건강] #주부 양모(64)씨는 요즘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소리를 높여도 TV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전화 통화 하는 것도 수월하지가 않다. 남편이 부르는 소리도 못 듣는 경우가 많고, 손자·손녀들이 하는 얘기도 제대로 못 알아 듣는다. 그러나 직장생활 하느라 힘든 자식들에게 혹여 짐이 될까 걱정스러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양씨는 아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었다,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고,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양씨를 지켜본 아들이 치매 검사를 하러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양씨는 아직도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꽃피는 5월은 새삼 가족의 존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가정의 달이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과 달리 핵가족이 보편화돼 있고, 또 먹고 살기 바쁘다는 것을 핑계 삼아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된 가정이 많아져, ‘하숙생 가족’이란 단어가 생길 정도다. 그러나 마음의 문제로 단절된 가족간의 대화는 서로의 노력으로 좋아질 수 있지만 물리적인 장애로 인해 대화가 단절된다면 어떠할까? 마음의 거리는 그 누구보다도 가깝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면? 가까운 마음의 거리와 달리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가족들의 귀 건강을 한 번 살펴보자.

◇“귀가 안 들려요…” 난청, 일상생활 불편함은 물론 심리적인 문제도 야기

난청은 외이, 고막, 중이 등 소리를 전달해주는 기관의 장애로 인해 음파의 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인 전음성 난청과 달팽이관의 소리를 감지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소리에 의한 자극을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 또는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은 유, 소아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소음성 난청, 노인성 난청을 포함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청장년층, 노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그 중 노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40~50대부터 70~80대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노인성 난청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데 국내에서는 정확한 유병률을 알 수 없지만, 미국의 경우 65세와 74세 사이의 인구 중 약 25%, 75세 이상의 인구 중 50%가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MP3, PSP, 휴대폰 등 각종 IT기기들의 발전과 함께 10~30대 젊은 층의 난청도 많아지고 있다. 젊은 층의 난청의 경우 질병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지러움, 이명, 또 다른 질병 등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난청이 시작되면 초기에는 일상회화 음역인 500에서 2000Hz는 장애를 받지 않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지만, 고주파수 영역에서는 자음의 구별이 어려워진다. 그러다 서서히 증상이 심해지면서 어음 분별이 잘 되지 않고, 특히 사람이 많은 곳이나 소음 환경에서의 음의 구별도 어렵게 된다. 특히 난청이 심해지면 심리적으로도 급격한 변화를 보이게 되는데, 잘 들리지 않을수록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불편을 느끼게 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땐 극도의 긴장과 함께 스트레스를 받아 심한 경우 극심한 불안과 우울 증세로 발전하게 된다. 또한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인지 속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노인들의 경우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난청 치료의 최선책 ‘보청기’, 이비인후과 전문의 통한 정확한 검사 선행돼야

이처럼 난청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주는 것은 물론 나아가 심리적인 부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미 감소된 청력을 근본적으로 복구시키는 치료는 없다. 다만 보청기를 활용한 청각 재활로 더 이상의 청력 손실을 막을 수는 있다. 하지만 외국과 달리 아직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보청기 착용을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해하는 경우가 많고, 사전 준비 없이 무턱대고 보청기를 구입하다 낭패를 보는 사례들도 많다.

특히 보청기 구입 전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청력 검사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엽적인 검사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보청기는 전문의의 정확한 검진을 통해 난청의 정도와 특성, 증폭의 정도를 결정해야 하고 환자의 연령, 직업, 사회경제적 위치, 성격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야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보청기를 고를 수 있다. 이에 서울청각센터 김성근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잘 맞지 않는 보청기 착용은 오히려 난청이 심해지는 지름길일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와 청각사의 공동 관리 받아야 보청기 효능 극대화 가능

적합한 보청기를 골랐다면 사후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보청기를 구입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 짜인 재활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청기의 효능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보청기를 착용할 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로부터 꾸준하게 공동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착용 중간중간 발생하는 불편함, 즉 소리가 울린다거나, 생각보다 잘 들리지 않을 때. 혹은 다른 이비인후과 질환이 발생했을 때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의 공동 관리를 받게 되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청력을 맞춰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청각센터 구호림 청각학 박사는 “아무리 고급 보청기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환자가 적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가 보청기 처방부터 적합 그리고 보청기 관리를 병행한다면 보청기의 효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역시 필요하다.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가급적 크지 않은 소리로 하고, 표정을 함께 지어 주며, 또박또박 발음하고, 고함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보청기는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자주 건조용 통에 넣어 내부 습기를 제거하고 귀지 제거용 솔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귀에 염증이 있거나 습기가 차면, 보청기를 바로 빼야 한다.

이에 김성근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서로 조금만 배려한다면 보청기를 착용한 난청 환자들과의 대화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며 “특히 난청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보다 좋은 청력을 유지시킬 수 있으므로, 가족들은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보청기 착용한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

1. 평상시보다 조금 크고, 약간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기
2. 이왕이면 눈을 마주 보면서 대화하기
3. 주변 소음이 심할 땐 장소를 옮겨 대화나누기
4. 귀에 바로 대고 얘기하지 않기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고막에 자극이 가해질 수 있음)
5. 대화 내용은 반복하기 보다는 강조해서 말하기
6. 대화에 참여하는 모두가 함께 노력하기
7. 보청기 착용에 대한 편견 없이 일반인과 똑같이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