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소득 치과의사 알고 보니… ‘이중장부’ 비일비재

입력 2010-05-26 08:56
환자와 짜고 진료비 현금소득 누락, 관리도 ‘따로 따로’

[쿠키 건강] #경기도 안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세웅(33·남·가명) 씨는 최근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시술받았다. 골이식까지 해야 한다는 원장의 소견과 함께 임플란트 1개 당 진료비로 250만원의 견적을 받았다. 하지만 원장은 현금으로 하면 비용이 더 저렴해질 수 있다고 박 씨를 유인했다. 이에 박 씨는 카드금액의 진료비보다 훨씬 저렴하게 견적을 받았고, 현금영수증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저렴하게 임플란트를 하게 됐다.

#올해로 8년차 치과위생사인 김영옥(34·여·가명) 씨는 간혹 환자들 중에 “현금으로 하면 얼마나 싸게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현금·카드 동일합니다”라고 얘기하지만 그 이후에도 치과 문만 빠끔히 열고 현금 시 진료비 할인에 대해 묻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에 김 씨는 “현금 진료 시 최대한 이곳저곳의 치과를 들러 견적을 내 본 다음 최종적으로 가장 많이 할인해주는 곳에서 저렴하게 진료받기 위한 환자들의 행태”라고 꼬집었다. 물론 진료비를 할인해준 치과의사도 소득을 신고할 리 만무하다고 김 씨는 전한다. 김 씨가 본 원장은 이렇게 세금을 탈루하면서 챙긴 돈만 수억 원. 값비싼 외제차에 평수 넓은 아파트가 두 채 등 겉보기에 잘나갔던 이유가 있었던 게다.

티비 속에서만 ‘잘 나가는 치과의사’인줄 알았더니 현실 속에서도 일부 치과의사들은 높은 소득을 올리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산다. 경기침체로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작년 한해만 치과폐업률이 600곳을 넘는데도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일부 고소득 치과의사에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치과경영에 여전히 존재하는 ‘이중장부’가 그것.

속칭‘이중장부’란 환자가 지불하는 치과진료비를 말 그대로 이중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일부 치과에서는 진료비를 저렴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현금계산을 유도해 지불된 현금은 소득신고 없이 고스란히 치과원장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특히 치과는 비보험 진료가 대부분으로 일반 보험진료처럼 치료에 정확한 진료비 환산은 어렵다. 따라서 지금은 비보험 진료비가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에서 공개되고 있지만 치과 경영진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세금을 탈루할 수 있다.

이는 지난 18일 국세청이 탈세혐의가 있는 의료인 및 전문직 116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세청은 탈세혐의가 있는 의료업자 및 전문직 등 116명을 조사한 결과 323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세무조사에서는 임플란트·교정 전문 치과 문 모 원장에 대해 전산차트에서 현금 수입을 대량으로 누락시키고 수동차트로 관리, 일명 이중장부를 통해 현금 수입 15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적발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에 서울 압구정에 개원하고 있는 K치과 K 모 원장은 “정상적인 의료행위로는 돈 벌기 쉽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으나 소득의 반이 세금이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며 “일부 치과의사의 양심불량 때문에 대다수의 치과의사가 환자들에게 손가락질 당해선 안 될 일”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