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한양대병원 외과 이강홍 교수
[쿠키 건강칼럼] 과식이나 과음으로 항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즐겁게 먹는 것도 좋지만 건강을 책임지는 뒷문, 항문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항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하는 분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을 참고 지내다 최후의 순간이 되서야 용기를 내고 병원을 방문하는 분들이 많다. 반면 항문에 작은 이상만 생겨도 금새 병원을 방문하는 분들도 점차 늘고 있는데, 아마 인터넷에서 암(직장암)에 대한 경고성 문구를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불행히도 본인의 증상을 인터넷 정보와 비교하면 거의 모든 질환이 자기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간단한 질환을 가진 분들이 오히려 ‘혹시 암이 아닐까?’ 걱정을 하는 분들도 많다. 항문에서 발생하는 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증상은 서로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안내를 한다면 증상 위주의 안내보다는 병의 위중성, 응급성, 흔한 질환으로 나누어 안내하는 것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중한 질환은 단연 암이다. 항문암의 증상은 변이 가늘어지고, 배변할 때 출혈이 있거나 통증이 생긴다. 항문암은 크게 두 종류의 암이 있다. 항문의 중앙을 기준으로 하나는 항문의 안쪽에 있는 세포(선암)에서 발생하는 암이고, 다른 하나는 가지 항문의 바깥에 있는 세포(편평상피암)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두 종류의 암은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 상피세포암은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하여 치료하면 항문을 제거하지 않아도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선암은 수술적 치료가 필수적이라 과거에는 항문을 없애는 수술을 하였으나, 최근에는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한 후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므로 과거에 비해 항문을 없애는 경우가 월등히 적어졌다.
응급성이 요구되는 질환은 항무주위 농양(고름)과 치루이다. 항문의 중간쯤에는 항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물이 나오는 곳(분비선)이 있다. 이 분비선의 입구가 막히게 되면 분비물이 나오지 못하므로 항문 괄약근 사이에 모여 있다가 농양이 형성된다. 만약 농양이 터져 나오지 못하면 전신으로 균이 침투하여 패혈증이 될 수 있고 패혈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이다.
따라서 항문 주위 농양이 형성되면 응급으로 수술이 필요하다. 만약 농양이 자연적으로 피부를 뚫고 나오면 패혈증으로 진행하지는 않지만 그 길이 나중에 치루가 된다. 치루는 다시 입구가 막히면 항문주위 농양을 만들게 되므로 치루는 수술을 하는 편이 좋다. 항문주위 농양은 배변과 상관없이도 항문에 심한 통증이 있고 열이 나기도 한다. 항문주위 농양이 터져 나오면 통증이 감소되고 열도 떨어지지만 고름이 속옷에 묻는다.
치루가 되면 지속적으로 분비물이 속옷에 묻는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치루는 수술하면 재발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치루는 근본적인 원인 치료가 잘 되었다면 다시 재발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흔한 질환으로는 치핵, 치열, 피부꼬리 등이 있다. 일반인이 치질이라고 알고 있는 질환이 치핵이다. 항문 내부에 ‘쿠션’ 역할을 하여 항문 괄약근을 보호하는 정상 구조물이 고장나서 생기는 것이 치핵이다. 치핵은 생긴 위치(고장난 위치)에 따라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눈다.
외치핵은 항문 중간부에 있는 치상선이라는 부위보다 아래에서 생긴다. 외치핵의 주된 증상은 항문에 항상 만져지는 덩어리와 통증이 있다. 특히 외치핵에 피가 응고되면(혈전) 무척 심한 통증이 생긴다. 외치핵은 합병증이 없거나 통증이 생긴 후 3일이 경과하면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속적인 통증, 출혈, 분비물이 있으면 수술을 하는 편이 오히려 좋다. 외치핵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면 항문주위에 피부가 늘어난 채로 남게 되는데 이것이 피부꼬리이다. 피부꼬리는 불편하지 않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다.
내치핵은 치상선 상방에서 발생한다. 내치핵의 주된 증상은 출혈과 배변시 항문 안쪽에서 덩어리가 빠져 나오는 현상이고 통증은 없다. 만약 통증도 있다면 합병증이 생긴 것이므로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 만약 항문 안쪽에서 덩어리가 빠져 나오지 않고 출혈만 있다면 우선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면서 좌욕을 하면 출혈이 멎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량으로 출혈되어 혈압이 떨어지거나 만성적으로 출혈되어 빈혈이 발생하면 수술이 필요하다. 만약 항문 안쪽에서 덩어리가 빠져 나오고 배변 후에도 저절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치핵도 수술하면 재발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치핵은 수술한 부분에서 재발하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다른 곳에서 다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치열은 항문 괄약근을 덮고 있는 점막이 찢어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열의 원인은 딱딱한 변과 항문 괄약근이 과도하게 발달된 것이다. 딱딱한 변이 나올 때 흔히 항문점막이 찢어지지만 항문 괄약근이 과도하게 발달된 경우에는 딱딱한 변이 나오지 않더라도 괄약근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기 때문에 점막이 찢어질 수 있다.
치열의 주된 증상은 배변이 통증(항문이 찢어지는 느낌)과 선홍색 출혈이다. 치열이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경우라면 우선은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되며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고 좌욕을 하면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그러나 급성 치열의 약 50%는 만성화되고 만성화된 치열은 자연치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간단한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TIP. 건강한 항문을 위한 생활습관 네 가지!
첫째, 적절한 청결 상태 유지(과도한 청결은 금물)
둘째, 규칙적 식사(섬유소 섭취)와 운동, 절주를 통한 좋은 배변 습관 유지
셋째, 배변시간을 가능한 짧게 갖고
넷째, 자신의 변을 간혹 주의 깊게 관찰하여 이상이 있으면 대장항문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다.
호사하는 입? 신음하는 항문! ‘항문질환’
입력 2010-05-24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