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名醫)가 말하는 최선의 고혈압 관리법은?

입력 2010-05-17 12:21

[쿠키 건강] 우리 인체의 혈관은 뿌리에서 뻗어나가는 나무와 같이 또는 매표소에서 뻗어나가는 고속도로와 같이 심장에서 연결되어 뻗어 있으나 속이 혈액으로 꽉 차있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혈액으로 꽉 찬 시스템 내에서 심장은 혈액이 순환할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며 이를 통틀어서 심혈관계라 부른다. 고혈압이란 심혈관계의 압력이 상승하는 질환을 말한다.

고혈압은 전체 인구의 25~30%가 앓고 있는 매우 흔한 질환이고 사회가 고령화 돼갈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왜 고혈압은 생기는 걸까?

고혈압이 발생하는 이유로 첫 째는 나무가지처럼 뻗어 있는 혈관이 전체적으로 수축을 일으켜서 전체 심혈관계의 부피가 줄어들면 소위 ‘보일의 법칙’에 따라 압력이 상승하는 것이다.

혈관이 수축하는 경우나 여러 개의 혈관이 막혀서 소실되는 경우나 결과적으로 혈압이 상승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다음으로는 부피가 일정하게 제한돼 있는 심혈관계에서 순환되는 혈액의 양이 현저히 증가하면 압력은 상승한다.

혈액의 양은 심혈관계에 존재하는 염분의 양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생존을 위해서는 혈액이 항상 일정한 염도를 유지해야만 하므로 짜게 먹으면 수분 섭취가 증가해 혈액의 부피가 증가되고 따라서 압력도 상승한다.

반드시 짜게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콩팥에서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심혈관계의 염분은 증가하여 마찬가지로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심장이 혈액 순환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수축을 일으킬 때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수축하여도 혈압은 상승한다.

우리 몸에는 교감 신경계라는 신경체계가 있는데 이는 주로 위급한 상황에서 흥분을 일으키는 신경체계로서 특징적으로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의 수축력을 증가시킬 뿐만아니라 콩팥에서 염분이 배설되지 못하도록 해 혈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한 연령이 늘어나면 혈관이 변성되거나 소실되기도 하고 콩팥의 염분 배출 기능도 저하돼 혈압이 상승하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몇 가지 기초적인 원리에 의거하여 고혈압 약제가 개발됐다. 그 중에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제로 칼슘길항제라는 약제가 있고 염분을 배설시키는 약제로 이뇨제가 있다. 그리고 교감 신경계에 작용해 몇 가지 효과를 동시에 나타내는 약제도 있다.

배타차단제라는 혈압약은 교감신경계의 기능을 약화시켜서 심장의 수축력과 맥박을 저하시키고 에이스(ACE)억제제라는 약은 교감신경계의 기능을 약화시키되 혈관을 확장시키고 콩팥에서 염분이 더 많이 배출되도록 한다.

대체적으로 젊은이들의 고혈압은 혈관이 심하게 수축하고 심장의 수축력도 강하며 흔히 맥박도 빨라서 교감신경계통이 많이 흥분되어 있는 특징을 보이는 반면에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혈관이 여기 저기 손상되고 더러는 콩팥의 기능도 상당히 저하되는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흔히 5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고혈압에는 교감신경계 차단 효과가 있는 베타 차단제나 에이스 억제제를 우선적으로 투여하며 그 보다 고령의 환자는 혈관 손상과 신기능 저하를 염두에 두고 칼슘길항제나 이뇨제를 우선적으로 투여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심혈관계는 충격이나 손상을 받아 기능이 저하되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교감신경계가 흥분하고 과도한 신호가 발생되어 흔히 필요 이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손상을 받은 심혈관계에는 연령과 무관하게 반드시 교감신경계를 차단하는 고혈압 약제를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 인체는 기계가 아니며 개인차가 많아 자신에게 적절한 약제를 찾을 때까지 몇 번의 시행 착오를 겪는 일은 흔히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현대적인 의료 환경에서 접하는 고혈압 약제는 부작용이 매우 적어 별다른 불편감 없이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고혈압 환자는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고혈압에 대한 식견을 넓혀서 혈압을 상승시키는데 관여하는 생활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염분 배설을 목적으로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어쩌면 음식을 보다 싱겁게 먹음으로써 이뇨제를 적게 투여해도 혈압이 잘 조절될 수도 있다. 또 복부 비만이 현저한 환자는 혈압이 그다지 높지 않아도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과는 별도로 복부 비만을 개선해야 한다.

고혈압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투약을 게을리 하는 환자가 많다. 그래서 의사는 고혈압을 치료할 때는 다른 질환을 치료할 때와는 달리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격려자나 상담자의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을 때가 많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2명 중 1명의 환자만이 처방 받은 약을 투약한다고 하니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처럼 환자 자신의 노력과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도움말: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신진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