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칼럼] 산부인과 의사 구하기

입력 2010-05-12 10:07

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몇 년 전인가 보다. 일본의 한 지방에서 일하는 산부인과 의사 이야기를 다룬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였다. 지방 도립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여의사 이야기인데 그 지역을 통틀어 산부인과 의사가 그 한 사람 뿐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1년 전까지는 세 명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근처 도시로 떠난 후 문제가 생겼다. 두 명만 남게 되자 3일마다 서던 당직을 하루걸러 서게 된 것이다.

산모가 토요일, 일요일이라고 오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평일은 물론 공휴일에도 당직을 설 수 밖에 없었다. 낮에는 낮대로 일하고 하루걸러 오는 밤 당직이 힘들었는지 한 명이 또 그만뒀다. 그래서 결국 그 여의사 혼자 남게 된 것이다.

그 여의사는 그 때부터 매일같이 24시간 연속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그 여의사조차도 체력의 한계가 다했는지 곧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곳을 그만두면 어디로 가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산부인과의사가 여럿 있는 병원에 가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일본처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전남 강진군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모집했는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파격적인 조건인데도 왜 지원자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일본과 비슷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산부인과는 비단 일본과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에도 의사가 모자란다. 가장 큰 이유는 출산율 하락에 따른 환자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일의 성격상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게다가 분만은 질병상태가 아닌 까닭에 분만 도중 산모나 태아가 잘못되기라도 하는 경우 의사에게 돌아오는 책임이 무겁다. 암과 같은 불치병을 치료하다가 환자가 사망해도 의료사고라고 하는 마당에 젊고 건강한 산모가 잘못될 경우 그 가족들의 원망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부인과는 없어서는 안될 진료과목이다. 점차 위축돼가는 산부인과에 대한 아무런 정책적 배려 없이 의사의 일방적 희생만을 요구한다는 것도 무리다. 그래서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 ‘산부인과의사에 대한 배려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