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의 새로운 진화 ‘협대역내시경’

입력 2010-05-10 11:35
기존 내시경 비해 한층 세밀한 정보 제공···체계화된 분류법 제시 시급해

[쿠키 건강] 최근 들어 소화기내과 분야에서 협대역내시경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개발된 협대역내시경은 백색광 중 특정파장의 빛만을 선택, 영상을 얻는 기법을 적용함으로써 점막 표면의 혈관모양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색소내시경을 말한다.

소화기관 점막 표면의 이상소견을 찾아내는 것은 질병의 조기발견 및 진단을 위해 필수적인데 협대역내시경은 기존 내시경에 비해 한층 세밀한 정보를 제공, 환자에게 보다 빠르고 적절한 치료법을 제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내시경은 수술이나 부검을 통하지 않고서는 직접 병변을 볼 수 없는 장기에 기계를 삽입해 관찰하도록 고안된 기구다. 내시경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다양한 색소를 사용하는 초기 색소내시경을 비롯해 영상을 확대하는 확대내시경 및 공초점레이저내시경, 조직구성 변화의 2차 소견을 토대로 병변을 발견하는 자가형광내시경, 협대역내시경 등이 있다.

이중 협대역내시경은 영상처리에서 특수한 파장만을 이용함으로써 혈관의 밝기를 선택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 다른 구조물과의 구별을 용이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특수필터를 장착해 간단한 스위치 조작만으로 백색광내시경에서 협대역 영상으로 빠르게 조작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확대내시경과 함께 사용되고 있다.

순천향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홍수진 교수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물감을 도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며 병변부를 살피는 효과가 뛰어나고 영상의 질도 떨어지지 않는다”며 “확대내시경을 접목하면 미세한 병변도 구분해 낼 수 있어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이를 통해 초기암을 발견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진단에 있어 기존 내시경 검사에 비해 한층 세밀한 미세혈관구조에 대한 정보를 주기 때문에 병변의 성질 파악이 용이하고 표적부위를 손쉽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며 “환자에게 문제가 있을 때 보다 신속하고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전훈재 교수는 “협대역내시경은 정부에서 신 의료기술로 인정받을 만큼 진보된 기술”이라며 “보다 많은 의사가 사용할 경우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도입시기가 짧은 탓에 아직까지는 대부분 의사의 주관적 관점에서 소수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졌기 때문에 체계화된 분류법이 제시되지 않아 하나의 정립된 검사법으로 인정하기에는 사례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김주성 교수는 “적응증 확립과 비용효과 판단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적극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며 더 정확하고 간편한 분류법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다양한 연구와 표준화된 분류법을 제정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