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절반, 우울증 호소… 자살 시도 일반인 3배

입력 2010-05-10 11:30

심리적 특징 잘 살피고, 가족들 지지해야 큰 도움

[쿠키 건강] #“더 이상 의학적인 치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 약 3개월 정도 생각하셔야 되구요. 말기 암의 특성상 심한 통증이 올 수 있거나 영양섭취가 원활치 않아 점차 기력이 떨어질 것입니다. 통증치료와 함께 수액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합니다.”

췌장암 말기인 김모씨는 대학병원에서 갖은 방법의 항암 치료를 다 받았다. 끝내 주치의는 청천병력 같은 말을 마지막으로 선고하며, 통증치료와 완화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는 질병 완치의 기대감은 포기한지 오래며, 하루하루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거의 삶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한지도 오래됐다. 물론 일상생활도 뒷전이다. 병상에 누워 밥 때가 되면 먹는 둥 마는 둥하기 일쑤고, 통증이 심해지면 진통제에 의지해 한두 시간을 버티다 제풀에 지쳐 해질 무렵이면 잠이 든다.

암 환자들은 이같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건강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숨 쉬는 것조차 스트레스로 생각할 만큼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암환자의 경우 심리적 충격 이외에도, 암 발생 후 뇌 속에 우울증 관련 화학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대량으로 만들어지면서 감정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해마로 전달돼 우울증을 유발시킨다. 이 때문에 암 환자들이 일반 환자에 비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심현보 과장은 “암 환자의 경우 10명 중 5명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암 진행속도와 함께 발병률은 더욱 높아져 말기암환자의 경우 70~80%까지 우울증을 호소한다”면서 “암 환자의 경우 우울증을 동반할 경우 암 치료에 대한 거부와 함께 심할 경우 자살을 고려할 수 있는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통해 현실을 부정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투병생활동안 치료일기를 쓰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산책을 즐김과 함께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신체적 특징보다는 심리적 특징 주의 깊게 살펴야

암환자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식욕부진, 불면증 혹은 수면과다, 피로감을 동반하고, 항암치료과정 중 질병의 진행, 신체 제약, 통증 등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체적 특징으로 우울증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평소와 달리 심리적으로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흥미와 관심 감소, 집중력 결여, 우유부단, 자존감 저하, 죄책감, 무가치함, 절망감 등을 호소할 경우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암환자의 경우 재발과 전이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암의 진행에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지만 정도가 매우 지나치거나 음성소견이 나왔음에도 지속적으로 염려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와 함께 환자가 배우자의 말이나 행동에 민감해지고 부적절한 의미를 부여해 외도를 의심 할 경우에도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암환자의 경우 치료과정에서 성생활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비관해 배우자를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환자의 우울증은 암 치료 부작용에 대한 호소가 증가하고, 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재활치료가 지연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치료 순응도가 떨어져 치료 거부행동이 증가하고, 급기야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암환자의 자살 시도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3배정도 높아 방치할 경우 극단적인 행동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우울증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항암치료에 대한 치료 순응도가 높아지며, 궁극적으로 암환자 삶의 질을 향상 시켜준다.

암환자가 우울증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곧바로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평소보다 불면증, 식욕부진, 초조, 불안 등의 증상이 두드러진 경우에는 진정작용이 큰 약물을 선택해 증상을 빨리 해소해 줘야 한다.

또한 환자가 이와 반대로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거나 처져 있을 경우에는 진정효과가 적은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고령에 다량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 복용하고 있는 약물과 상호작용을 고려해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치료일기를 쓰거나 종교 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긴장감을 풀어주는 것도 좋다.

치료 시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의 지지도 큰 도움

우울감이 있는 경우 환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도록 격려해야 하며, 환자의 저하된 기분에 당황하지 말고 모든 상황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통해 환자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암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긴 간병생활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가족치료나 그룹치료를 실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