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선물, 보청기?… 무작정 구입하면, 애물단지!

입력 2010-05-10 10:57
나이 들수록 감퇴하는 청력, 노인성 난청의 최선의 대안은 보청기… 전문의와 청각사의 공동 관리는 필수, 구입 후에도 사후관리 철저해야

[쿠키 건강] #직장인 최모(29·남)씨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버지께 드릴 선물로 보청기를 준비 중이다. 중소기업 CEO인 아버지께서 얼마 전 잘 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거래처와 잘못된 의사소통을 한 결과, 큰 계약 건을 놓칠 뻔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연세 때문에 생긴 사소한 난청이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버지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것을 알게 된 최씨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보청기를 무작정 사게 되면 남아 있는 청각을 더 잃을 수도 있고, 사후 관리마저 소홀하면 아예 무용지물이 된다고 해 구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그동안 함께 하면서도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가족들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시기다. 특히 어버이날에는 그동안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조그마나마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느라 가장 분주한 때다. 해외여행, 용돈 등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릴 선물은 많지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부모님의 건강.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 갈수록 부모님의 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곳이 늘어나고, 고장 나는 곳도 많아진다. 특히 부모님의 귀는 반드시 체크해 봐야 하는 포인트. 부모님의 연세가 50대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이제 ‘가는 귀를 먹는다’는 말을 결코 웃음으로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부모님의 귀 건강을 한 번 체크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이가 들수록 잘 들리지 않는 귀… 노인성 난청의 유일 대안은 보청기 착용

물건을 오래 쓰면 잔 고장이 많아지듯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고, 노화가 시작되면 몸도 하나 둘씩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노인성 난청은 쉽게 말해 귀가 고장 나 청력 감퇴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노인성 난청은 40~50대부터 시작돼 70~80대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정확한 유병률을 알 수 없지만, 미국의 경우 65세와 74세 사이의 인구 중 약 25%, 75세 이상의 인구 중 50%가 노인성 난청을 앓고 있다고 한다. 초기에는 일상회화 음역인 500에서 2000Hz는 장애를 받지 않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지만, 고주파수 영역에서는 자음의 구별이 어려워진다. 그러다 서서히 증상이 심해지면서 어음분별이 잘 되지 않고, 특히 사람이 많은 곳이나 소음 환경에서의 음의 구별도 어렵게 된다. 그러나 이미 감소된 청력을 근본적으로 복구시키는 치료는 없다. 따라서 이미 만성화된 노인성 난청의 최선책은 보청기를 활용한 청각 재활이다.

◇보청기 구입 전, 청력검사는 필수…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보청기 찾는 것이 중요

하지만 외국과 달리 아직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무턱대고 보청기를 구입하다 낭패를 보는 사례들도 많다. 이는 보청기 구입 전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청력 검사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엽적인 검사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청기는 착용 형태에 따라 고막형, 외이형, 귓바퀴형, 귀걸이형 등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검진을 통해 난청의 정도와 특성, 증폭의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연령, 직업, 사회경제적 위치, 성격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야만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형 보청기를 고를 수 있다. 만약 사전 청력 검사 없이 무작정 고급의 비싼 보청기만 고르게 되면 몇 번 쓰다 말고 서랍 깊숙이 넣어 버리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뿐만 아니라 잘 맞지 않는 보청기 착용은 오히려 난청이 심해지는 지름길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문의와 청각사의 공동 관리 필요, 구입 후 보청기 관리에도 신경 써야…

적합한 보청기를 골랐다면 잘 짜인 재활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청기의 효능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보청기를 착용할 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로부터 꾸준하게 공동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

보청기는 안경과 다르다. 안경은 착용 즉시 잘 보이게 되지만, 보청기는 착용 순간부터 완벽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다. 끼면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에게 정기적인 관리를 받아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청력을 맞춰 가는 재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역시 필요하다.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가급적 크지 않은 소리로 하고, 표정을 함께 지어 주며, 또박또박 발음하고, 고함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보청기는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자주 건조용 통에 넣어 내부 습기를 제거하고 귀지 제거용 솔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귀에 염증이 있거나 습기가 차면, 보청기를 바로 빼야 한다.

이에 서울청각센터 김성근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수술로 청력을 높일 수 있는 환자까지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금전적인 손실뿐 아니라 청력 손상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보청기 구입 전 이비인후과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보청기의 성능과 외관상의 문제점도 많이 보완됐고, 노인성 난청의 개선에 있어 보청기는 가장 적합한 치료이기 때문에 난청 환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부모님을 위한 보청기 고르는 방법]

1. 먼저 부모님을 모시고 이비인후과부터 찾아가자.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통해 정밀한 청력 검사를 받는 것은 보청기 구입 전 필수과정. 난청의 원인과 유형, 정도 등 부모님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자.
2. 의학적 검사 후에는 보청기 전문가인 청각사와의 상담을 통해 다양한 보청기의 특성을 비교, 분석해보자.
3. 보청기 구입에 있어 가격과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무엇보다 부모님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보청기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4. 보청기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자. 스위치들은 정확히 작동하는지 음이 적절하게 잘 들리는지, 착용이 불편하지는 않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봐야 한다.
5. 구입 후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각사의 공동 관리를 통해 재활 프로그램을 활용하자. 그래야 보청기의 효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