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암(癌)의 서구화와 그 대책은?

입력 2010-05-06 08:56

글·한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박병배 교수

[쿠키 건강칼럼] 모든 암종을 합친 질병 군으로서의 암은 1983년 이래 사망원인 1위이며, 그 발생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중앙암등록본부가 지역단위 암등록 사업과 중앙 암등록 사업을 통해 구축된 우리나라 전체의 국가 암발생 통합 데이터 베이스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암환자 진료 및 중증환자 등록자료, 또 통계청의 사망 자료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자료 등을 총 종합 정리해 2009년12월에 발표한 암발생률 통계를 보면, 암발생 환자 수는 2006년에 15만 3237명, 2007년에 16만 1920명으로 2005년 14만 5858명 대비 각각 5.1%, 11.0% 증가하고 있으며, 평균 수명까지 생존 시 남자는 76세 기준으로 3명 중에 1명, 여자는 83세 기준으로 4명중 1명꼴로 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매년 발생하는 암종별로 발생률 추이를 보면 간암이나 자궁경부암 같은 후진국형 암종들은 줄어드는데 반해 서구형 암종이라고 알려져 있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갑생샘암은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러한 서구형 암종들의 발생률 증가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우리나라도 인구의 고령화, 흡연, 비만, 식습관 등 암 발병위험요인이 서구화되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이를 진단하는 선진 기술들의 발달과 보급으로 인해 이전에 조기발견이 어려웠던 암종들이 각종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통하여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암종들의 서구화는 우리나라의 경제, 사회, 문화가 발달 함에 따라 생기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러한 암종들의 예방, 진단, 치료에 있어서 의료인이나 비 의료인 모두의 관심 역시 변화돼야 암 발생률을 줄이고 성공적인 암 치료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장 발생률이 증가한 갑상샘암의 경우 조기발견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생존이 가능한 질환이기 때문에 발생률 자체가 사망과 관계된 국민건강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비하지만, 전체 암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많을뿐더러 조기 발견이 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워 장기생존이 불가능 한 대장암이나 유방암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우리사회의 국민건강이 이들로부터 위협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생활습관을 변화 시켜 암발생을 최대한 예방하여 발생률을 줄이는 것과 암이 발병을 했더라도 조기 발견을 통해 완치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 하는 것이 있다.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은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 체중유지를 위한 식이요법, 식물성 섬유질 섭취, 특정 식품이나 비타민의 복용 등등 여러 가지 공통된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확실히 이러한 암종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편 타당하게 받아 들여지고 있는 것은 흡연과 비만이기 때문에 금연을 하고 비만이 되지 않게 생활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같은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암 발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암에 대한 예방은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암 발생과 생활 습관과의 연관성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소인도 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암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을 철저히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암이 발생했다면 그 이후의 최선의 방법은 조기 발견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 했을 경우 90%이상이 완치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을 위한 방법과 조기에 치료하는 방법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진행되어 왔고 현재도 이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의학적인 발전이 계속 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이 조기 발견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노력 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개인의 가족력이나 연령에 맞는 조기 검진 프로그램을 오래 전부터 시행해 왔으며 그에 따라 암 사망률이 낮아지고 치료의 효율적인 면에서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경제적 절감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96년 ‘암정복 10년 계획’을 시작으로 국가 암 관리 사업을 시작하고 있고 2005년부터는 국가 암조기 검진 사업의 일환으로 대상자는 위암, 유방암, 자궁암, 간암, 대장암의5대 암에 대해 무료로 검진 받을 수 있게 됐고, 현재는 2008년에 개정된5대암 검진 권고안에 따라 검진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이런 검진 프로그램에 대상이 되는 각 개인들은 권고사항에 따라 검진에 참여해 건강한 삶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암 치료에 대한 성적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하겠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서구형 암종들이 많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이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완치 시키기 위해서는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권고되는 조기 검진 프로그램에 반드시 참여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국민건강 지표는 향상 될 것이며 암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 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