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안경으로 고친다!

입력 2010-05-04 13:10
고대 김승현 교수 연구 결과, 특정 파장 걸러주는 안경 쓰면 증상 개선

[쿠키 건강] 아인슈타인, 에디슨, 레오나르도 다빈치, 처칠, 톰 크루즈……. 이들의 공통점은 난독증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습장애클리닉 등을 통해 난독증과 얼렌증후군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대 구로병원 안과 김승현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얼렌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특정한 색깔이 있는 렌즈를 처방한 결과 증상이 개선됨과 동시에 독서속도도 빨라지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특정파장을 걸러주는 렌즈를 착용하면 얼렌증후군에서 나타나는 난독증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비록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색깔이 들어간 렌즈로 특정 파장의 빛을 여과시켜주면 남아있는 마그노 세포의 기능이 살아나 뇌로 들어오는 시지각 정보의 과부하를 막아 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읽기 장애를 원인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누면 특이적 장애, 비특이적 장애, 신경정신적 장애로 구분할 수 있으며 난독증과 얼렌 증후군은 특이적 장애로 분류할 수 있다. 비특이적 장애로는 언어성 지능(verbal IQ)이 낮거나 감각 장애(sensory deficit)가 있는 경우이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등이 신경정신적 장애로 분류된다.

이처럼 읽는 능력이 떨어질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질환이 다양하기 때문에 난독증과 얼렌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그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검사가 필요하다.

난독증의 사전적 정의는 ‘지능 및 발달이 정상이고 듣고 말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문자를 판독하는 데 이상이 있어 발생하는 학습장애’로 태어나면서부터 나타날 수 있으며 평생 그 증상이 지속될 수 있다. 난독증은 주로 하나의 철자가 여러 가지로 발음되는 영어나 불어권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상대적으로 한국인에게는 드문 질환이다.

난독증의 증상으로는 단어의 순서나 단어 일부분의 글자의 순서를 바꾸는 것 외에도 문장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고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며 읽기나 쓰기에 집중하기 힘든가 하면 방금 전에 읽은 것을 기억하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난독증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는 얼렌증후군은 대뇌 시상의 마그노 세포의 이상으로 발생된다고 알려져 있다. 마그노 세포는 이전에 인식했던 이미지가 지속되지 않게 지움으로써 새롭게 들어오는 시각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이때 마그노 세포에 문제가 생기면 들어오는 정보들이 겹치게 되고 정보처리과정에 과부하가 걸려 시각적 정보에 대한 인식기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얼렌증후군의 난독증이 일반적인 뇌이상으로 발병하는 난독증과 다른 점은 글을 읽을 때 눈이 아프고 자주 피로하며 쉽게 충혈되고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생긴다는 점이다. 또 이러한 증상과 함께 글자가 흔들리고 겹쳐 보이며 뒤틀리거나 글자가 널뛰는 듯한 시지각적 왜곡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밝은 곳에서 더 심해진다.

김 교수는 “얼렌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들이 굴절이상, 사시, 백내장, 심지어 안구건조증과 같은 안과질환이 있을 때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독서하기 힘들어 하거나 학습장애가 있는 경우 안과 전문의를 찾아 다른 안과적 질환이 있는지 철저히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