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휜 다리·휜 팔, 마음의 상처 된다

입력 2010-05-04 10:22
2세 이상 휜 다리는 성장에 악영향, 보조기 착용 등 교정치료 필요… 휜 팔, 초등학교 전 수술 받아야 효과적

[쿠키 건강] #배모(36)씨는 6살 난 아들의 O자 다리 때문에 고민이 많다. 어릴 적부터 또래 애들보다 휜다리가 심했지만, 주변에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다리 모양이 잡히니 큰 걱정 말라 해서 그냥 둔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 데리고 간 병원에서 보조기 착용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자 속이 상해 잠을 못 이룰 정도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최모(40·여)씨는 딸 아이 때문에 속상하다. 어릴 적 자전거를 타다가 팔꿈치가 골절된 후 팔이 안쪽으로 약간 휘었는데, 이를 두고 아이들이 놀리는지 학교에 가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성장에 문제가 없고, 증세가 심해지는 것이 아니라서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니 속상하고 딸 아이한테 미안할 뿐이다.

5월 가정의 달, 우리 자녀들에겐 더없이 신나는 어린이날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줄까 고민한다. 놀이동산에 데리고 갈까? 휴대폰? 게임기? 해마다 아이들 선물 고민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선물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것이 부모의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요즘 아이들의 세계는 순수하고 여리지만은 않다. 자기와 겉모습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거리감을 두기 때문에 휜 팔과 다리를 가진 아이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 생활에 지장이 없고, 성장에도 지장이 없지만, 휜 다리와 휜 팔을 가진 아이들. 우리 아이가 휜 다리, 휜 팔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체크해봐야 할 부분이다.

◇2세 전 O자 다리는 자연스러운 현상, ‘쭉쭉이’ 금지!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곧은 다리 모양을 가지고 있지 않다. 걸음마를 시작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양쪽 복사뼈를 붙인 상태에서 무릎 사이가 벌어지는 형태인 O자형 다리 모양을 갖게 된다. 2~3세가 되면 O자형 모양에서 X자 모양으로 변하고 4~5세가 지나면서 서서히 곧은 다리 모양을 갖게 된다. 1세 미만의 소아는 엉덩이 관절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휜 다리 변형을 똑바르게 펴고자 다리를 쭉 펴주는 ‘쭉쭉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만 2세 이상이 된 후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다리를 펴주는 스트레칭 운동은 다리를 곧게 펴주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2세가 지나도 O자형 다리가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무릎 사이 간격이 어른 주먹 크기 이상이 되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병적인 휜 다리일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2세 지나도 다리 휘어 있다면 전문의 진단 필요, 보조기 착용해야

아이가 만 2세가 지나도 종아리뼈가 펴지지 않고 점점 더 O자형 모양이 되거나 발목 안쪽의 복사뼈나 무릎 사이의 간격이 5cm 이상 벌어지면 ‘유아기 경골 내반증’일 확률이 높다. 휜 다리는 성장판에 전달되는 자극을 불균형하게 만들어 뼈의 성장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뼈가 성장할수록 휘어짐이 심해지고 키가 제대로 크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10개월 이전에 걸음마를 빨리 시작하거나 비만아인 경우, 양쪽 다리가 심하게 휘거나 비대칭으로 휜 경우, 만 2세 이후 휜 다리가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 또래에 비해 키가 많이 작으며 O자형 다리를 동반한 경우 등에는 전문의의 진단이 꼭 필요하다. 증상이 확인되면 보통 1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시간 보조기 착용을 하게 된다.

이에 관절 척추 전문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은 “발견이 늦거나 보조기 치료 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교정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보조기 착용에 대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에 휜 정도와 스트레스를 고려해 신중하게 보조기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팔꿈치 다치면 안팎으로 휘는 변형 종종 발생… 수술은 골절 후 2~3년 후가 적당

아이들은 팔꿈치(주관절)를 다친 후에 변형이 종종 발생한다. 팔꿈치 골절 후 성장판이 손상돼 생기는 일종의 후유증이다. 손등이 위로 향한 상태에서 팔을 완전히 폈을 때 손, 어깨, 팔꿈치가 일직선상에 있거나 약간 안쪽에 위치하지 않고 바깥쪽으로 꺾여 있는 경우인데, 의학적 용어로 내반주 변형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팔꿈치 아래 부분이 안쪽으로 휜 경우는 외반주 변형이라 하며, 골절 후 뼈가 안 붙어 위치가 밀리면서 잘못 붙게 돼 나타난다. 특히 외반주 변형은 손가락이 저린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경미한 내·외반주 변형은 증세가 점점 악화되지 않고 운동이나 감각 신경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팔의 변형이 심한 아이의 경우 반복적으로 팔꿈치를 다칠 확률이 높아 위험하며 미관상 보기 좋지 않고, 어른이 돼 척골 신경이 눌려 신경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을 통한 교정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 수술은 골절 후 2~3년 후가 적당하며, 초등학교 연령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의 휜 다리와 휜 팔은 활동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더라도 성장기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서 원장은 “아이들의 휜 다리는 단순히 ‘보기에 좋지 않은’ 문제가 아니라,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면서 무릎, 골반, 발목 등에 2차적인 통증을 불러올 수 있고 척추, 골반, 고관절 등이 비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팔, 다리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척추측만증의 검진도 함께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