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향미한의원 박정민 원장>
[쿠키 건강칼럼] 일상생활에서 자기건강관리에 성공하는 사람을 나는 ‘셀프 매니저’(self manager)라고 칭한다. 셀프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신체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 다음 그 신체를 관리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고, 그 방법을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명제가 실제로 지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첫째, 자기 신체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자신의 신체를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먼저 신체를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신체를 관찰하는 데는 자기 이상의 적임자가 없다. 시공간적 제약 없이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를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이렇게 자신을 유심히 관찰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대단히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활동을 통해야 한다.
운동을 할 때, 산책이나 맨손 체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정신을 집중해 열심히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운동 후의 성취감이 다르다. 자신을 관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상을 돌아보면서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관찰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 얻어내는 정보의 차이는 현격하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의 건강에 대해 진실을 알기보다는 자기가 건강하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또는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건강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이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 비관적인 사람은 건강에 대해 불필요한 신경과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해 심신을 소모한다. 그 뿐 아니라 건강에 좋다는 약이나 건강식품, 민간 건강법 등을 과용해 자기의 신체를 괴롭히고 망치기까지 한다. 반대로 건강에 대해 근거 없이 낙관적인 사람은 건강에 무관심해 병이 있을 경우 때를 놓치는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병을 예방해 건강을 오래 유지하려면, 자신의 신체에 대해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자기의 상태를 알 수 있으면, 자신이 병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반대로 얼마나 가까워져 있는지 알 수 있게 될뿐더러, 그 건강관리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 것인가도 알게 된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전인적(全人的)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인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신체를 종합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걸으면서 음식물을 먹는 습관은 건강에 좋을까 나쁠까 따위와 같은 일상의 생활습관과 건강의 관계를 판단하는 데 있어 이러한 종합적 판단은 매우 유용하다. 걸음을 걷는 동작에서 혈액은 손발이 움직일 수 있도록 손발의 근육에 여유 있게 보내지게 되고, 위와 장에는 그만큼 보내지는 양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걷는 동작과 먹는 행위가 동시에 이뤄지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신체, 특히 위장에는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가 있다.
자신의 일상생활속의 행동이 어떤지,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을 한다면 좀 더 건강에 가까운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신체를 관리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아야 한다
신체를 올바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정확한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본다. 인터넷의 발달로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의료 정보나 민간요법들이 난무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사용하곤 한다. 자신의 신체를 관리하기 위해 그 방법이 정확한지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차후라 하더라도, 그 지식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아보려는 자세도 취하지 않는다.
그 방법이 과학적으로 실증된 지식이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허무맹랑한 방법들에 대해 맹신적이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과학적으로 실증된 지식이라 하더라도 맹신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현대의 과학, 의학은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니고 미지의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완성의 상황에서 하나의 과학적, 의학적 사실이 밝혀진다는 것은 진리의 전부는 아니고, 그 일부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과학적,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 해도 그 사실을 생활 속에 받아들여 보면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우유와 모유의 문제가 좋은 예다. 우유에는 모유를 능가하는 영양이 풍부하다고 해 한때 충분히 모유로 길러질 수 있는 아이들도 우유를 먹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후에 모유에는 아이의 면역력과 발육을 촉진시키고 뇌의 활동을 잘하게 하는 면역 글로불린, 타우린 등의, 지난날의 연구결과에서는 밝혀내지 못했던 영양소 이외의 유익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모유로 돌아서게 됐다.
이와 같이 과학적이나 의학적으로 실증된 지식이 옳다는 것은 그 실증된 범위 내에 한정된다. 과학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 과신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과학이나 의학은 인간이 전적으로 매달릴 것이 아니고 자유롭게 사용할 도구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방법을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의학에 정통한 의사들, 혹은 풍족한 의료혜택이나 과학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 보다는 오히려 의료시설이 없는 벽지의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장수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은 일상의 생활 속에서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귀중한 인간의 지혜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최대한으로 활용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소식을 하며 오래 씹는 식습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 늘 가벼운 신체 활동을 하는 운동습관 등 결코 새롭지는 않지만 건강을 위해 필요한 생활 지식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훨씬 적은 노력으로 쉽게 건강해지려고 게으름을 부리기에 이러한 지식은 사장돼 버리기 일쑤다.
◇셋째, 그 방법을 실행하는 일이다
일상생활은 의식주 및 일이나 취미, 종교, 자연 등의 요소로 이뤄진다. 이런 환경적 요소를 무시한 건강관리는 결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기회비용(機會費用, opportunity cost)이라는 말이 있다. 기회원가(機會原價)라고도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일정한 생산요소를 가지고 어떤 생산물을 생산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생산물의 생산을 단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경우 생산의 기회를 잃게 된 다른 생산물을 생산했을 때의 이익을 실제로 생산된 생산물의 일종의 비용으로 간주할 수가 있다. 이러한 비용을 기회비용이라 한다.
건강을 관리하는 데는 어떤 형태로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회비용의 원칙에 따라서 이러한 시간과 노력을 건강을 위해 쓰려면, 사용한 것만큼 생활의 다른 부분에 돌릴 시간과 노력이 줄어들게 된다.
중요한 것은 건강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이지 생활의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상에서 훌륭하게 건강관리를 한다는 것은 생활의 다른 부분보다 우선시킬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건강 상식이나 지식은 다른 곳에서 받아들이거나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생활의 다른 부분과 조화시켜 실천할 수 있는 존재는 자신 밖에는 없다. 자신의 생활을 누구보다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틀림없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으면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기보다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편이 빠르다.
매일 얼마간의 시간을 건강관리에 할당할 수 있는지, 매일 어느 정도의 노력을 건강관리에 쏟을 수 있는가를 현실적으로 무리하지 않게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칼럼] 건강관리에 성공하는 셀프 매니저의 조건
입력 2010-05-03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