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은 위의 유문(파이로리) 부위에 사는 나선(헬리코) 모양의 균(박터)을 말한다. 이 균은 만성위염과 위암 등의 원인균으로 지목받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균을 ‘확실한 발암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전체인구의 46.6%, 성인의 69.4%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다. 이처럼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많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강산성인 위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오랫동안 의학계에서는 위는 강한 산성인 위산이 분비되기 때문에 위 속에는 세균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79년 호주의 워렌, 마셜 박사는 연구를 통해 위 속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헬리코박터균이 강산성인 위 속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위산을 중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키스하면 감염된다(△)
헬리코박터균은 구강으로 감염이 일어난다. 때문에 키스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단 한 번의 키스만으로 감염이 될 지는 확실치 않다.
또한 이 균의 감염은 주로 아동기에 이뤄지는데 가족 내 감염, 특히 어머니로부터의 감염이 주된 경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가족간 헬리코박터균 보균 일치도를 보았을 때도 엄마-자녀간의 일치율은 56%, 부부사이는 22%, 아빠-자녀간은 0%로 관계가 밀접 할수록 감염이 잘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자녀 간에는 음식을 씹어주거나, 코를 빨아주는 등 구강내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부부사이 역시 키스 등을 통해 구강 내 감염 가능성이 높지만 아빠-자녀 간에는 가벼운 키스 등으로 구강내 감염 위험이 낮다.
◇위암의 원인이 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암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이 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의 위암 발생 위험이 있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장기간 관찰한 결과 이들중 위암발생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한 연구에서도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이 된 사람에게만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조건 없애야 한다(x)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위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 균에 감염된 사람 100명중 1~2명에게서만 위암이 발생된다. 또한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 후에도 위암이 발생한다.
위암은 헬리코박터균 감염뿐만 아니라 식습관, 가족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때문에 소화불량 증세나 상복부 불편감 같은 위암 의심증세가 있으면 무조건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할 것이 아니라 내시경 검사를 먼저 해서 해당 증상의 원인을 살핀 다음에 의사와 상의 후 헬리코박터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만성위염이 있거나 위·십이지장 궤양 등을 앓은 경험이 있는 경우, 또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 수술 후 등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없애기 어렵다(x)
헬리코박터균은 우리 몸에 사는 다른 세균과 마찬가지로 항생제 복용으로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위산이 있어야 살 수 있는 특이한 균이기 때문에 위산억제제를 같이 먹으면 치료효과가 더욱 커진다.
전문가들은 보통 항생제 2종류와 위산억제제 1종류 등 총 3종류를 7일~14일 정도 먹으면 80% 정도의 제균율을 보인다고 말한다.
최근 항생제 내성률이 높아지면서 항생제 복용 후에도 균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이 경우 2차 치료를 통해 균을 없앨 수 있다. 또한 성인 1년내 재발률이 2~3%로 치료 후 재발 가능성 역시 낮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도움말 :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장
헬리코박터균, 아는만큼 안전해진다
입력 2010-05-03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