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사랑도 좋지만, 어머니 관절 먼저 챙기세요”

입력 2010-04-29 15:17

[쿠키 건강] #“우리 어머니, 손자 봐주시다 관절염으로 잠도 못 주무세요.” 여섯 살, 두 살난 남매를 둔 맞벌이 주부 박은영(34·여)씨.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평소 아이들을 친정엄마가 돌봐주고 있다. 하지만 슈퍼나 동네어귀 등 짧은 거리 조차 손자들을 업어주느라 매일 밤마다 친정엄마가 관절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박씨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영화 ‘친정엄마’ 열풍과 가정의 달을 앞두고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이 커지는 주부들이 많다. 특히 박씨처럼 맞벌이를 하거나 이혼 후 취업활동으로 인해 손자들을 부모님께 맡기는 경우라면 애틋함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터. 하지만 며느리, 딸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할머니들의 무릎건강에는 적신호가 오고 있다. 이에 관절전문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의 도움으로 손자사랑 때문에 통증에 시달리는 노인들의 관절 건강에 대해 살펴봤다.

◇“할머니, 손자들 업어주거나 쪼그려 앉으면 안돼요”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들은 대부분 60대 전후의 나이로 무릎근육 노화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할머니들이 아이를 수시로 안거나 들어 올린다면 관절에는 무리가 가기 십상. 실제로 아이를 안거나 업게 될 경우 무릎에 실리는 하중은 그 3배가량 가중된다. 8kg 아이의 경우 24kg가량의 무릎 관절 부담을 전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아이를 업거나 앉은 상태에서 계단을 오르내린다면 5~7배로 무릎관절에 더욱 무리를 줄 수 있다.

문제는 할머니들이 육아뿐만 아니라 가사일까지 도와 관절 건강이 더 악화된다는 것. 쪼그리고 앉아 아이들이 흘린 음식물 등을 닦거나, 나물이나 김치 담그기 등 가사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을 경우 몸의 무게가 무릎관절에 쏠려 무리를 주게 되고 이때 무릎덮개 뼈 및 연골이 손상되기 쉽다. 또한 아이를 업은 상태에서 빨래나 걸레질 등의 가사일을 한다면 무릎 통증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이러한 할머니들의 주요 증상을 살펴보면 퇴행성관절염 발전단계가 대부분이다. 먼저 무릎이 뻣뻣해지고 약간의 통증이 있으면서 열이 난다. 심한 경우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느껴지고 무릎이 붓고 시큰거리며, 계단을 오르내릴 때 더욱 통증이 심하다. 이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연골이 계속 마모되면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생기고, 밤이 되면 가만히 있어도 릎이 욱신거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게 된다. 심한 경우 연골이 다 닳아버리면 뼈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관절이 붓고 변형돼 다리가 휘어지기도 한다.

◇손자, 손녀 사랑만큼 관절 건강 지켜야

다행히 할머니에게 아직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생활습관을 통해 관절 통증을 예방한다. 걸을 수 있는 아이라면 무작정 업어주기 보다는 함께 걸어가도록 하고, 걷기가 어려운 어린 아이라면 유모차, 아기 침대 등의 보조기구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또 집안일을 할 때 바닥 청소는 엎드린 채 손으로 하기 보다는 긴 막대 봉 걸레를 사용하고 음식을 만들 때에도 쪼그려 앉기 보다는 식탁 위에 놓고 의자에 앉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웰튼병원 송상호 원장은 “무릎에 부담을 주는 자세를 피하면서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 무릎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가벼운 산책과 수영 등 관절을 단련시킬 수 있는 운동과 함께 자기 전 편안하게 다리를 펴고 누운 상황에서 번갈아 다리를 들어주는 동작을 꾸준히 한다면 육아로 인해 힘겨워하는 할머니들의 무릎 관절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단 관절염이 생겼다면 조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필수다. 초기 관절염은 약물요법과 물리치료 등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초중기의 경우 관절경 내시경수술을 통해 간단히 시술받을 수 있다. 관절 내시경 수술은 연골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환자에게 하는 것으로 1cm도 채 안 되는 초소형, 초정밀 카메라를 장치한 내시경과 레이저 또는 고주파 수술기구 등을 직접 환부에 삽입해 진행된다. 국소마취를 통해 30분 정도면 끝나고, 다음날이면 일상에 복귀할 수 있어 할머니들에게 시술 부담이 거의 없다. 후유증과 흔적이 남지 않으며 회복이 빠른 것도 강점. 반면 무릎에 기형이 오거나 통증 때문에 걷기조차 어려운 관절염 말기라면 인공관절 수술로 교체해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