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골절도 비뇨기과에서 치료한다?

입력 2010-04-29 09:30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어디가 불편하세요?”
“코가 이상해서 왔는데……”
“아, 예. 그건 저희 비뇨기과가 아니고요, 이비인후과에서 봐야 하니까 진료과를 바꿔드릴게요.”
“에이 귀찮은데, 그냥 좀 봐주면 안 되나?”
“저는 비뇨기과의사라 코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아니, 의사양반이 모르는 것도 있어?”

또 많지는 않지만 가끔은 비뇨기과와 이비인후과를 착각해 잘못 오시는 분들이 있다. 이비인후과 교수들에게 물어보니 비뇨기과환자가 그쪽으로 잘못 가는 경우는 별로 없는 모양인데 비뇨기과 이름에 ‘비’자가 있어 그런 것 같다. 같은 ‘비’라도 비뇨기과는 ‘분비할 泌’이고 이비인후과는 ‘코 鼻’로 엄연히 다르다.

어느 과에서 봐야할지 착각하는 질환들이 꽤 있지만 비뇨기과에서 본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질환으로는 뼈가 부러지는 ‘골절’이 있다. 보통 골절이 발생하면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보고 부목을 대거나 고정핀을 박는 수술로 치료한다.

그런데 비뇨기과 의사들도 정형외과 분야인 골절에 관심을 갖고 골절을 다룬다. 정확한 의미로는 치료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골절이 있는지를 진단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진짜?” 하고 놀라면서 믿지 않는 분들을 위해 설명 드리겠다.

◇비뇨기과 질환 때문에 골절이 생긴다?

정확하게는 비뇨기과 질환 때문이 아니라 비뇨기과 질환의 합병증으로 골절이 생길 수 있다. 무슨 질환인지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상상을 해보시라. ‘암인가?''하는 생각이 든다면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다.

최근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전립선암은 뼈로 전이가 잘 된다. 전립선암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암과 달리 특유의 증상이 없어 초기에 모르고 지내는 수가 대부분이고 악화되면서 임파선이나 뼈로 전이가 이뤄진다.

특히 골반뼈와 갈비뼈, 요추, 흉추 등으로 잘 전이되는데 전이된 부위는 통증이 나타나고 압박성 골절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립선암의 진단에는 뼈에 대한 검사(동위원소 및 방사선촬영)가 포함된다.

골절이라는 합병증을 일으키는 또 다른 질환은 의외로 전립선비대증과 과민성방광증후군이다. 소변이 급하고 보기 힘든 증상을 나타내는 두 질환이 골절과 관련 있는 이유는 야간빈뇨 때문이다.

두 질환 모두 나이 드신 분들에게 흔히 발생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뼈가 약한 상태에서 캄캄한 밤에 급하게 화장실에 가다가 가구에 부딪치거나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야간빈뇨나 절박뇨가 심한 분들은 화장실 가는 길에 희미하게나마 수면등을 켜두거나 부딪칠만한 가구는 치워두는 것이 좋다.

◇비뇨기과에서도 골절을 검사한다?

골다공증은 여성에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발생한다. 노화에 따라 나타나는 골다공증은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로 인한 갱년기증상 중 하나인데 최근에는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 등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일찍 나타나기도 한다.

남성 골다공증에서 골절발생률도 증가되고 있으며 대퇴골이나 척추에 골절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높다. 남성갱년기는 여성의 폐경기와 달리 서서히 나타나므로 40대 이후 갱년기 증상이 있으면 남성호르몬검사와 함께 골밀도검사를 함께 받아 뼈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전립선암에서 호르몬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골다공증검사를 해야 하는데 호르몬치료가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암 치료가 우선이긴 하지만 골다공증 발생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칼시토닌이나 비스포스포네이트 등 골다공증치료제를 함께 투여하기도 한다.

◇비뇨기과의사도 골절을 치료한다?

골절은 골절인데 뼈가 아니라 ‘남성의 음경이 부러진 것’을 비뇨기과에서 치료한다. 이는 과격한 성행위, 특히 여성상위체위나 전희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삽입하는 과정에서 발기된 음경이 부러진다.

사실 음경에는 뼈가 없어 실제 부러지는 것은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음경해면체를 둘러싸고 있는 백막이 파열되는 것이다. 음경파열(penile rupture)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음경골절(penile fracture)이라고 이름을 붙였는지는 묻지 마시라.

필자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음경골절이 일어나는 순간 뼈가 부러지듯 “뻑”하는 소리가 나서 그랬는지(사실 항상 그런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알 수는 없지만 하여튼 음경골절이라 이름 붙였다.

그래서 골절을 비뇨기과에서도 치료한다. 그렇다고 예전의 정형외과처럼 ‘고추접골원’이라는 간판을 붙이지는 않는다. 또 거시기(?)에 석고붕대로 캐스트를 하지도 않는다. 음경골절의 치료는 재빨리 혈종을 제거하고 찢어진 백막을 봉합해주면 된다. 후유증은 거의 없고 기능도 잘 유지된다.

이처럼 비뇨기과 의사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환자의 골절에 유의하고 또 골절을 보고 있다. 비뇨기과를 찾아와 “부러졌는데요……”하며 쭈뼛거리는 환자에게 “정형외과로 가셔야 하는데……” 하지 않고 바로 “바지 내려 보세요”를 하는 비뇨기과 의사는 센스 있는 의사다.

그리고 비뇨기과 진료 중 뼈 검사를 권유받더라도 의아하게 생각하지 말자. 비뇨기과 건강을 위해서는 뼈 검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