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무조건 혈당 낮추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입력 2010-04-26 18:17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남기는 저혈당, 심하면 쇼크나 실신까지 유발

[쿠키 건강] 서구화된 식생활과 운동 부족으로 우리나라 국민 중 당뇨병 환자가 2006년 이미 5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폭증하는 추세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04년 162만 명에서 2008년 199만 명으로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 치료에 소홀하고, 질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 당뇨병 치료를 위해서는 혈당을 무조건 떨어뜨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저혈당 역시 당뇨병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아는 환자는 많지 않다.

저혈당은 당뇨병 환자에서 적절한 혈당조절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인슐린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약 90%나 발생하는 흔한 부작용이다. 저혈당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의사와 환자 모두가 목표 혈당치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혈당 조절을 향상시키고 저혈당의 빈도를 낮추어 안정적으로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을 강조하는 추세다.

◇당뇨병 환자의 삶의 질 떨어뜨리는 무서운 저혈당

저혈당은 혈당이 대략 70mg/dL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혈당이 50~60mg/dL 이하로 떨어졌을 때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저혈당의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식은땀, 떨림, 집중력 장애 등의 가벼운 증상이 있는가 하면 의식 혼란, 의식 장애 등의 심한 증세도 나타난다. 증세가 심할 때 바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경련, 무의식, 뇌 손상 등을 유발하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저혈당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동반한다. 심한 저혈당을 겪고 나면 저혈당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심각한 정서 불안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저혈당 당시의 긴장, 과민, 비관적 사고 등은 타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쳐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렇듯 저혈당은 당뇨병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부작용이지만,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저혈당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의 치료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보다 안정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

◇저혈당 반복되면, 저혈당 인지 못하는 ‘무감지증’ 생겨 더 위험

저혈당이 반복되면 환자 스스로 저혈당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이러한 증상을 ‘저혈당 무감지증’이라 부른다. 환자 스스로 신체의 이상을 느껴 몸의 이상반응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저혈당 무감지증으로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의식까지 잃게 한다.

저혈당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과정에서 흔히 발생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췌장 섬세포의 주요 기능인 인슐린 분비와 글루카곤 조절 기능이 손상되어 있다. 혈당을 지나치게 강하하면 체내에 인슐린이 과잉 상태가 되어 혈당이 감소한다. 하지만, 혈당 감소 후에도 인슐린 농도는 감소하지 않아 저혈당이 발생하고, 저혈당 무감지증까지 유발하는 것이다.

심한 저혈당이 장시간 지속되면 뇌 세포가 손상되어 뇌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 에서 저혈당 무감지증은 매우 위험하다. 실제 2009년에는 운전자가 저혈당으로 정신을 잃어 8중 충돌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당뇨병 환자가 운전을 할 때는 운전을 시작할 때와 운전 도중 90분 간격으로 혈당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운전자는 항상 저혈당에 빨리 대처하기 위해 당분이 든 음식을 지니고 운전하는 것이 도움된다.

당뇨병 환자의 치료의 질과 삶의 질을 동시에 낮추는 저혈당. 이러한 저혈당 치료를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치료 방법의 개선 역시 중요하다. 실제 저혈당이 치료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저혈당 빈도가 잦다면 치료 방법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인크레틴 기반의 DPP-4 억제제, 저혈당 위험 낮춘 새로운 당뇨병 치료 대안 제시

최근 노바티스의 DPP-4 억제제 계열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가브스 (성분명 빌다글립틴) 등 인크레틴 호르몬 제제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저혈당 등의 이상반응(부작용) 발생 빈도가 기존 혈당강하제에 비해 낮다는데 있다.

최초로 DPP-4 억제제 관련 논문을 발표한 세계적인 석학인 보 아렌 교수(스웨덴 룬드의과대학 학장)가 얼마 전 내한한 강연에서도 안정적인 혈당 관리를 가장 강조했다.

보 아렌 교수는 “인슐린 분비를 높이는 것이 당뇨병 치료의 주요 목표이나, 인슐린 분비가 과다할 경우 저혈당 위험이 생긴다”라며, “인크레틴 기반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가브스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체내의 혈당치가 높은 상태에만 인슐린 분비를 활성화해, 필요 시에만 작용해 혈당 조절 능력을 개선한다. 과하게 혈당을 강하하지 않아 저혈당 위험이 적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가브스가 안정적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가브스의 작용 기전과 관계가 깊다. 가브스는 췌장의 알파세포와 베타세포 모두에 작용하여 신체의 자연적인 혈당 조절 능력을 개선시키고 췌장 섬세포 기능을 보호한다.

즉 췌장의 알파세포의 글루카곤 분비 이상을 조절함으로써 식후 과도한 당 생성을 억제함과 동시에 저혈당의 발생을 예방하며, 베타세포의 기능을 개선함으로써 인슐린의 생성과 분비를 조절한다. 혈당이 적정 수준일 경우 추가적인 억제 효과는 일어나지 않아 인슐린은 활성화 시키고 글루카곤은 억제하고, 체내의 혈당 수준에 따라 작용하게 돼 저혈당을 예방할 수 있다.

DPP-4 억제제 가브스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신약으로 저혈당, 체중 증가, 부종 등의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과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췌장 섬세포 수가 적고 인슐린 분비 조절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들에게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당뇨병 관리가 혈당 강하뿐 아니라 공복혈당, 식후혈당, 당화혈색소 조절 등 통합 관리가 강조되고 있는데, 가브스가 이러한 측면에 맞는 치료제라는 의견이다.

보 아렌 교수는 혈당이 최고로 올라갔을 때, 조직 손상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데, 가브스는 24시간 혈당 변동폭(MAGE)를 조절하는 우수성이 있어 식후혈당과 공복혈당 조절에 모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언급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가브스와 기존 혈당강하인제 메트포르민을 한 알로 만든‘가브스메트’(성분명 빌다글립틴+메트포르민)도 출시됐다. 가브스메트는 췌장 섬세포 기능개선과 더불어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켜, 기존 제 2형 당뇨병에서 흔히 나타나는 저혈당, 체중증가 및 부종 등 이상 발생 등도 낮추었고 복용 편의성도 장점이다.

가브스메트는 두 약물의 상호완 작용으로 뛰어난 혈당강하 효과와 함께 저혈당, 체중증가, 부종 등의 이상반응 발생이 적고 복용의 편의성이 있는 만큼 당뇨병 환자들의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Tip. 저혈당을 예방 하려면

△영양을 맞춘 식사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만약 식사량이 늘었을 경우, 운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 반대로 식사량이 줄었다면 운동 시간 또한 줄이는 것이 좋다.

△과도한 음주는 피한다= 음주는 심한 저혈당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식전/후 규칙적인 혈당 체크를 잊지 않는다= 언제 저혈당이 발생했는지, 또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파악해 반복적인 저혈당을 예방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다= 저혈당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간과하지 말고 체크해 두었다가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약물을 처방 받아 저혈당을 예방한다.

△저혈당 혼수에 대비하여 항상 당뇨병 환자 인식표를 소지하고 다닌다=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을 때, 주변인이나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출처: 대한당뇨병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