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기 작은 창, 우리 아이 가성근시 만든다

입력 2010-04-23 09:16

글·경희의료원 안과 진경현 교수

[쿠키 건강] 새 학기가 되면 안과 외래에는 “우리아이 시력이 갑자기 나빠진 것 같아요” 라며 아이 손을 잡고 방문하는 엄마들이 많아진다. 평소엔 몰랐는데 학교에서 검사한 시력검사에서 눈이 나빠졌다고 통지가 왔다고 한다. 덧붙여서 우리애가 요새 닌텐도 같은 작은 게임기에 빠져 있는데 이게 문제가 되지 않는지도 꼭 묻는다.

과연 이런 조그마한 게임기가 우리 아이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답은 예스다.

물론 여러 가지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생길 수 있지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성근시이다. 책이나 신문같이 가까이 있는 작은 글씨나 그림을 봐야할 때 눈은 눈동자 주변에 있는 조절근을 사용해서 카메라의 렌즈에 해당하는 수정체를 볼록하게 만들어야 보이게 되는데 어린아이가 오랜 시간동안 쉬지 않고 작은 글씨들을 보면 이 조절근을 과도하게 쓰게 되며 수축된 조절근이 풀리지 않아 수정체의 초점이 가까운 것에 맞춰지게 되고 이 상태에서는 먼 곳을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가성근시이다.

이 때 안경점에서 설치해 놓고 검사하는 자동굴절검사기로 검사하면 근시인 상태로 결과가 나오게 된다. 보통은 이에 따라서 안경을 맞추게 되는데 정상안인데도 근시 안경을 착용하게 되는 문제를 범하게 된다.

이 경우 안과병원에서는 시력검사를 할 때 안과의사가 판단해서 눈에 조절마비제 안약을 넣고 30분 정도 기다려서 굴절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렇게 조절마비를 한 눈의 상태가 정상이거나 혹은 근시의 정도가 매우 적게 나오는 것이 가성근시인 것이며 이럴 때 높은 도수의 안경을 끼게 되면 높은 근시 도수로 고정이 되어 괜히 근시환자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가성 근시일 경우에는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책보는 습관에 대한 교육이나 혹은 약물치료로 관리를 하게 된다. 보통 태어나서 12세 정도까지는 조절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아이가 처음 시력검사를 하거나 혹은 갑자기 눈에 띄게 시력이 나빠졌다면 조절마비상태에서 검사를 해야 하며 이는 안과에서만 할 수 있는 검사이다.

요새는 부모들이 서로 바쁘다 보니 아이들에게 작은 게임기를 사주고 놀게 하면서 부모들의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을 많이 보는데 이런 생활 습관이 가성근시를 일으키게 할 수도 있고 혹은 근시를 더욱 진행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작은 화면에서 보이는 작은 글씨나 움직이는 영상들, 특히 엎드리거나 누워서 게임기나 책을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오랜 시간을 집중하다 보면 조절근을 과도하게 쓰게 되고 결국 눈이 피로해지면서 쉽게 머리가 아프거나 피곤하게 되며 일부의 경우는 근시가 빨리 진행할 수도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앞에 나온 예의 반대로 생활하면 될 것이다. 즉 작은 게임기라면 30~40분 정도 사용하면 10~20분정도는 쉬어야 하며 적당한 조명하에서 눈에 너무 가까이 대지 말고 글짜나 화면크기에 맞는 거리에 놓고 사용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일단 부모가 심한 근시거나 혹은 자라면서 눈도 성장하면서 생긴 근시가 있다면 현재로서 학동기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치료는 안과의사로서 보면 안경이다. 커가면서 눈도 같이 크면 근시가 약간씩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잘 지키면서 6개월 혹은 1년마다 안과를 방문하면 안과의사는 조절마비검사를 했던 기록과 함께 진행 양상을 보면 진행여부나 근시의 멈춤 정도를 파악해서 적당한 안경을 처방하게 된다.

콘택트렌즈는 산소나 눈물의 순환이 필요한 각막을 덮기 때문에 정상적인 각막의 생리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므로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어린이에게는 별로 권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렌즈의 산소투과성이 많이 향상된 렌즈가 많이 시판되고 있기 때문에 렌즈의 착용시간을 줄이고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할 자신이 있다면 필요한 경우 착용해도 된다.

요즘 어린이 근시치료 중에 하나로 밤에 잘 때 착용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벗고 지내는 드림렌즈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렌즈는 밤에 각막을 눌러주기 때문에 낮에 일시적으로 근시가 교정되는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며 일부 보고에 의하면 착용기간에는 근시가 진행하는 것을 약간은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이는 좋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커다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근시가 멈추거나 진행이 억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나중에 렌즈를 착용하지 않는다면 몇 주 내로 다시 근시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이 렌즈 역시 각막에 산소와 눈물공급을 감소시키므로 일반 렌즈와 다름없이 각막이나 눈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은 같다.

다만 부모가 렌즈관리와 착용법을 철저히 해 줄 자신이 있다면 안과의사와 상담을 통해서 교정이 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