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염과 아토피는 왜 같이 찾아올까

입력 2010-04-22 08:00

<글·고덕재 송도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고생하는데, 최근엔 코도 킁킁거리기 시작했어요.” “애가 천식 치료를 받고 있는데 코감기가 낫지 않아 병원에 가보니 비염도 있다고 해요. 무슨 연관이 있나요?”

한의원에 내원한 어머니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다가 비염이 생긴 아이, 천식이었다가 비염이 생긴 아이 등 다양하다. 겉보기에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을 연결하는 명확한 고리가 한 가지 있다. 바로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라는 점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형제’ 사이

알레르기 증상은 불안정한 면역기능이 외부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해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등이 있다. 질환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가 다를 뿐 같은 질환이라 봐도 무방하다.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 비염은 코, 결막염은 눈에 과민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알레르기 질환들은 동시에, 또는 시간차를 두고 꼬리를 물고 나타나곤 하는데 이를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한다. 군대가 무리를 지어 행진하듯, 여러 알레르기 증상들이 줄을 이어 나타나는 것이 소아 알레르기 질환의 특징이다.

통계적으로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아이에게 맨 처음 나타나는 질환은 아토피 피부염이다. 만 1~2세 때 아토피 증상을 보이다가 만 2~5세에는 천식, 만 5세 이후에는 비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알레르기 행진은 모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엄마가 아이의 첫 알레르기 질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알레르기 증상 뿐 아니라 아이의 전신 컨디션을 높이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오장육부의 미숙한 기능이 알레르기 만들어

한의학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을 오장육부의 기능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최초의 한방소아과 전문서적으로 알려진 ‘소아약증직결(小兒藥證直結)’에서는 ‘아이의 오장육부가 형태는 있지만 아직 기능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했고, 송나라 시대에 저술된 소아전문서적인 ‘소아병원방론(小兒病源方論)’에서는 ‘소아의 피부, 살, 근육과 뼈, 뇌수, 오장육부, 기와 혈 등 인체의 모든 부분이 아직 견고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숙한 오장육부로 인해 아이의 면역력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 외부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 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나타나는 알레르기는 아이가 자라면서 면역력이 안정돼 가라앉곤 한다. 실제로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던 아이들이 만 4~5세경이 되면서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아이의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이고 오장육부를 튼튼히 해 자연스럽게 나아질 수 있도록 하자.

◇알레르기 근본 치료, ‘속열’을 조절해 줘야

알레르기를 만드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속열’이다. 속열이 많은 아이는 ▲찬물이나 찬 음식을 좋아하고 ▲잘 때 이불을 덮지 않고 찬 벽에 붙어 자며 ▲머리가 뜨겁고 땀을 많이 흘리곤 한다. 한의학에서는 아이들을 순양지체(純陽之體)라고 하는데, 성장기의 아이들은 생리적으로 열이 많아 활동량이 많은 속성이 있다. 그러나 속열이 잘 조절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몸속의 열이 밖으로 잘 배출되지 못해 불안정한 상태로 있거나 피부나 호흡기 등의 문제, 즉 알레르기로 나타나기 쉽다.

집에서는 반신욕이나 족욕을 시켜주는 것이 좋은데, 이를 통해 발바닥 혈부터 머리끝 혈까지 기운의 소통을 도우며 뭉친 열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첫돌 전후의 아이들이라면 따뜻한 물을 받은 욕조에 조금 오랫동안 앉혀두도록 한다.

쓴맛 나는 채소를 먹여도 속열 치료에 좋다. 쓴맛을 한의학에서는 고미(苦味)라고 하는데, 뭉친 속열을 풀어주고 오장육부를 튼튼히 다져준다. 씀바귀, 쑥, 쑥갓, 냉이, 달래, 취나물 등을 다양하게 조리해 아이에게 먹이자. 채소를 살짝 데치면 부피가 줄어 더 많이 먹일 수 있다.

따뜻한 봄날, 아이를 데리고 야외에 나가는 것도 좋다. 트여 있는 공간으로 나가서 움직이면 땀을 통해 속열을 발산하고, 아이의 생명력을 뻗어나가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