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약사 임원의 하소연 “리베이트 규제, 정부 너무 심하다”

입력 2010-04-22 08:50
“다국적제약사 횡포에 휘둘리는 의약품 식민지 전락 걱정 된다”

[쿠키 건강]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로 오리지널약의 처방이 증가하고 카피약의 처방은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도 의약품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국내 한 제약사 임원의 푸념이다. 최근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가 갑작스럽게 강화되면서 국내 다수 토종 제약사들이 영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야 그 비용을 신약 개발 등 연구개발에 투자할 텐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수익 예측이 가능하지 않아 많은 제약사들이 투자에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그 임원의 말이다.

그는 또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을 규제 산업으로 규정, 산업 육성 보다는 보건의료, 복지 관점에서 관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부의 규제 산업의로의 관리 때문에 국내 제약산업 시작 이래로 약값의 인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국내 제약산업 체질 약화를 유도한 측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강하게 시행하고 있는 리베이트 규제에 대해 그는 “제약사들도 리베이트 근절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있는 사항이지만 과거 영업 행태를 한 번에 고칠 수 없는 환경인만큼, 정부가 순차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제약산업을 관리해 주었으면 하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현재 리베이트 관련 문제들이 연이어 언론에 노출되면서 의사들도 국내 제약사 영업 직원들을 만나기 꺼려하는 등 의사들 접촉이 쉽지 않은 현상이 벌어져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회사 또한 정부와 의사들의 반응을 주시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는 입장이다.

그는 “이런 급작스러운 정부 정책은 결국 국내 제약사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연구개발 투자 감소 등의 문제로 이어져 국내 제약산업 규모를 스스로 축소시키고, 많은 제약사들을 퇴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결국 많은 제약사들의 투자 위축과 퇴출로 인해 태국이나 대만과 같이 스스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어 다국적제약사의 횡포에 휘둘리는 의약품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