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위암, 말기에도 소화불량 증세만

입력 2010-04-20 18:03

초기에 치료하면 생존률 90% 이상… 정기검진 빠뜨리지 말아야

[쿠키 건강] 한국인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위암이다. 짜게 먹는 식습관, 높은 헬리코박터균 감염률, 흡연 등이 한국인의 위암 발병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위암은 높은 발병률을 보이지만 빨리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암으로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폐암의 경우 1기에 치료해도 5년 생존률이 55%에 불과하지만 위암은 1기에 치료하면 90% 이상 생존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위암은 위염, 위궤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소화불량 증세만을 보일 때도 있어 모르는 사이 병을 키우기 일쑤다. 정기적인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역질 반복되면 위암 의심해야

위암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상복부 불쾌감이나 통증이다. 또 입맛이 없어지고 체중이 감소하면서 쇠약해지고 의욕을 잃게 된다. 이처럼 위암의 증상은 일반적인 소화불량 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위암이 다른 위 질환과 다른 점은 치료를 해도 잘 나아지지 않는 구역질 증상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은 “위염, 위궤양의 증상으로 구역질이 있으면 치료를 하면 대개 없어지지만, 위암에서는 투약을 하더라도 호전되지 않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구역질 양상도 암이 위의 어느 부위에서 발생했느냐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암 발생 위치가 위 입구 쪽이면 음식을 삼키기가 어려워지거나 식후 즉시 구토가 나타난다. 반면 암의 위치가 십이지장 쪽, 즉 위 출구 쪽이면 식후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구토가 일어난다.

위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배에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출혈로 인해 검은색 변을 보거나 피를 토할 수 있다. 위 천공이 일어나 급성 복통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없는 위암… 소화제만으로 잠깐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일부 위암 환자들의 경우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암이 말기까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소화불량 증상만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위암도 위염, 위궤양과 같이 투약을 하면 일시적인 증상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위암 환자의 경우 속이 불편해도 자가진단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병원에 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최선의 예방법

자신이 위암인지 아닌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다. 고통과 구역감 등으로 내시경 검사를 회피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최근에는 수면내시경, 캡슐내시경, 내시경의 굵기를 1/4로 줄여 코로 삽입하는 경비내시경 등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많이 개발돼 있다.

민 원장은 “속쓰림, 소화불량 등의 복부 불편감이 있으면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암 여부를 체크해보는 게 좋다”며 “특히 30~40대 이후부터는 1~2년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조기 위암을 제거하는 ‘내시경 암 절제술’ 또한 가능하다. 이 수술법은 내시경으로 암의 위치와 크기를 확인한 후 내시경에 달린 칼로 암 덩어리를 잘라내는 방법으로, 흉터가 남지 않고 회복기간이 빠르며 창상감염 같은 합병증의 위험도 적다.

◇싱겁고 신선한 음식 섭취해야

위암을 예방하기 위해 싱겁게 먹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 원장은 “냉장고가 보편적으로 보급되기 전인 2차 대전 이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위암이 가장 흔했으나, 냉장고가 각 가정으로 보급된 후 위암의 발생률이 급격히 줄었다는 사실은 신선하지 않은 음식 섭취가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한편 ▲만성위염이 있거나 ▲위·십이지장 궤양 등을 앓은 경험이 있거나 ▲위암 가족력이 있으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치료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